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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의 시위가 끝났다고?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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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의 시위가 끝났다고? 천만의 말씀"

[버마는 지금] 외신 보도에 없는 저항의 움직임

지난 2일 감바리 UN 특사가 버마를 방문했다. 하지만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쉐 장군과 아웅산 수지 여사와 회담을 가지고 군인들이 허락해주는 지역만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쳐 아쉬움을 샀다.

군부는 UN 특사의 방문을 앞두고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200명 이상 나올 정도로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했다. 강경 진압 때문에 시위가 어려워지자 시민들은 당분간 특사의 활동을 지켜보기로 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군부는 시위가 진압됐다고 선언했고, 외신들도 시위가 소강 상태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에 맞서는 버마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승려들의 총파업…"실패하면 불교도 위태로울 것"
▲ 시위에 나선 버마 승려들 ⓒko-htike.blogspot.com

우선 승려들의 총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비록 거리에서의 시위는 불가능해졌지만 사원 안에서 승려들은 기도의 형태로 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군부의 시주를 받지 않고 군부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있다. 승려들은 군인들에 대해서는 '따라나공'(장례식에서 고인에 대해 축복해주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버마에서는 아무리 악질의 살인자였다 해도 죽을 때면 승려들이 와서 '따라나공'을 해준다.

버마 내 전국승려연합회는 총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며, 노동자에게도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군부는 1990년과 마찬가지로 큰스님들에게 총파업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스님들은 군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이번 총파업이 실패하면 민주화는 물론 불교조차 위태로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은 승려들이었기 때문에 승려들이 총파업을 계속하는 한 소강상태라는 표현은 아직 이르다.

시주 운동, 방송 청취 거부…저항은 계속된다

일반 시민들도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군인들의 강경진압으로 가두시위는 힘들지만 스님들의 총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다른 방식의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군부의 시주를 받지 않는 승려들은 일반 시민들의 시주를 받기도 어렵다. 모든 사원은 군인의 감시를 받고 있다. 승려들이 사원 밖으로 나가는 것도, 시민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매우 까다로운 검문을 거쳐야 한다.

아예 군인들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어서 식량이 떨어진 사원도 많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스님들에게 시주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역시 저항의 한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시민들은 또 국영방송의 뉴스가 방송되는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집에 있는 TV나 라디오를 시청하지 않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식으로 저항하기도 한다. 군부독재의 통제 아래 잘못된 보도를 하는 TV나 라디오는 보지도, 듣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발포 명령 거부한 군인들
▲ 지난 2일 탄 쉐와 유엔 감바리 특사의 회견을 보도한 미얀마 국영방송 ⓒ프레시안

군부도 강경 탄압을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탄압을 통하여 군부가 잃은 것들도 많다.

그 동안 군부는 총칼과 함께 불교를 이용해 통치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불교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탄압으로 인해 비공식적으로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했고 3000명 이상이 구속되었으며,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구속된 3000여 명 가운데 승려가 1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총칼로 통치하는 것 역시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위 초기에 군부는 군인 대신 용역 깡패를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더 이상 깡패들을 동원하기 어렵게 되었다. 군부가 스님들을 집단적으로 체포, 살해하자 호구지책으로 시위 진압하는 일을 했던 그들도 마음이 변하게 된 것이다.

시위 진압을 반대하는 군인들도 있다. 99여단 예하 부대의 부대장인 태 윈(Htay Win) 장군은 아들과 함께 지난달 26일 소수 민족 무장 투쟁 단체인 KNLA으로 도망쳐왔다. 스님들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아서 체포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군 라 테 윈(Hla Htay Win), 떼 나잉 윈(That Naing Win), 틴 라인(Tin Hlang) 등 역시 발포 명령을 거부하여 현재 구속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문도 있다.

용기 갖게 된 시민들…"올해 가기 전 민주화 이루자"

외신에서는 군부 내부 갈등이 버마 민주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군부 지도부 내의 갈등은 민주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버마 군부독재 역사에서 자주 갈등이 있었지만 단순히 얼굴을 교체하는 것에 불과했다.

오히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군부 지도부 내의 갈등이 아니라 사병들 사이의 갈등이다. 사병들은 한국 돈으로 평균 4~5만 원의 월급을 받는데, 이번 시위 진압에 참여한 군인들은 하루 2만 원씩의 보너스를 받게 되었으며 보너스를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 그리고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람과 행사하지 않은 사람들에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군부가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데 성공한 것 같지만, 사실 군부는 시민을 두려워하고 있다. 8888 민주항쟁 때에는 시위 장소에서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시민들의 눈이 두려워 시위 장소에서 죽이기 보다는 한밤중에 몰래 죽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버마에서 자유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시위 이전에는 정부 끄나풀이 있을까 겁이 나서 가족 외 3~4명 이상 있으면 인권과 민주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시민들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승려들이 중심이 된 시위가 계속된다면 버마의 민주화가 2007년이 가기 전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버마 시민들의 희망이다.
마웅저(Maung Zaw) 씨는…

버마 8888 항쟁 당시 고등학생으로 시위에 참가한 후 버마 민주화운동에 투신해왔다. 1994년 군부의 탄압을 피해 버마를 탈출, 한국에 왔고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중이다.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 결성에 참여했고, 현재는 한국 시민운동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인턴으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마웅저와 함께(http://withzaw.net)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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