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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쇠고기에 치이고, EU돼지고기에도 치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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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쇠고기에 치이고, EU돼지고기에도 치이나

위기의 양돈농가, 한-EU FTA 협상장 원정시위

국내산 삼겹살보다 더 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양돈 농가에게 더 큰 위기가 닥쳐오고 이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국내 돼지고기 시장 개방 확대가 주요 의제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EU와 자동차와 돼지고기를 맞발꿀 태세다.

이에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과 함께 양돈, 낙농육우협회 단체 대표들은벨기에 브뤼셀로 날아가 17일 한·EU FTA 협상장인 쉐라톤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양돈농가를 말살하려는 한·EU FTA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벌였다.

양돈협회 김동환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돼지고기 수입량중 70%가 EU산이고 수입 냉동 삼겹살의 90%가 EU산"이라며 "보조금 등으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EU산의 개방이 확대되면 국내 양돈 농가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도 "낙농산업은 우루과이라운드(UR)로, 한·미 FTA로 다 내줬다"며 "수입 유제품 범람으로 폐업이 줄 잇고 있다"고 호소했다.

美 쇠고기에 EU 돼지고기, 칠레·美 돼지고기까지 한국시장으로…

이렇게 양돈 농가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한미FTA에서 사실상 우리나라의 쇠고기 시장 개방이 미국의 자동차 등의 시장 개방 거래 조건이 됐던 것처럼, 한·EU FTA 협상에서도 유럽시장의 자동차 수입 장벽 완화에 국내 돼지고기 시장 개방 확대가 주요 조건으로 공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김한수 우리 측 수석대표는 "돼지고기를 개방하지 말자는 것은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돼지고기 시장 개방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국내 양돈 농가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하다.
▲ 브뤼셀 원정투쟁길에 나선 '한·EU FTA 저지 한국농민투쟁단' ⓒ대한양돈협회

우리나라의 경우 특수한 삼겹살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국내 시장에 풀린 미국산 쇠고기가 당장 삼겹살 시장을 잠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산 삼겹살보다 싸기 때문에 국내산 돼지고기의 가격하락을 불러올 것으로 양돈업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양돈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광우병 위험'이 잊혀지게 되면 미국산 쇠고기의 전체 육류시장 점유율 자체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한미FTA로 인해 미국산 돼지고기까지 관세가 인하돼 수입되면 양돈농가의 타격이 치명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 등 시장에서는 프랑스, 벨기에 등 EU산 냉동 삼겹살이 500원 대에 소비자들에게 팔리고 있는 와중에 미국산까지 저가 돼지고기 시장에 가세할 경우 타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양돈업자는 "소비자들이 아무리 국내산 고급 돼지고기를 선호한다고 하더라도 대형마트에서 물량 공세에 나서고 식당, 급식업체 등에서 수입산을 사용하게 되면 가격 자체가 하락하고 수요가 줄어 국내 양돈농가는 회생불가능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한·EU FTA 원정투쟁단은 협상이 끝나는 21일까지 브뤼셀에 머물려 삼보일배와 촛불시위 등을 진행할 예정이며, EU측 협상단 대표를 만나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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