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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누가 이기든 우리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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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누가 이기든 우리는 좋다"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꽃놀이패', 과연?

"이번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리의 정책연대는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13일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진행 중인 특정 후보와의 정책연대 사업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

지난 11일부터 두 달 간 정책연대 사업을 설명하기 위한 현장순회를 진행 중인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공장을 찾아 조합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지지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패배하든 우리는 승리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관련 기사 : 한국노총 "대선서 민노당 제외한 특정후보 지지", "용 되려면 이용득의 마음 얻어야 한다")

"'사기' 당하더라도 조합원 정치의식 높아진다"
▲ "이번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리의 정책연대는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13일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진행 중인 특정 후보와의 정책연대 사업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표명했다.ⓒ프레시안

근거는 이랬다.

"우리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이 되면 한국노총은 5년 간 정말 희망찬 새 시대가 열린다. 설령 그 후보가 실패하더라도 우리와의 정책연대는 5년 간 지속된다. 비록 야당이더라도 우리를 지원하는 국회의원 100명이 생기는 것이니 대성공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가 실패하면 한국노총만 망가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정책연대를 파기하는 '사기'를 당할 수도 있지만 조합원들이 직접 선택해서 실패하면 그만큼 정치의식이 높아질 테니 역시 성공"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노총은 이같은 '대선 승리'를 위해 지난 11일부터 현장순회를 시작했다. 두 달 간 전국 16개 지역지부와 산하 사업장을 직접 위원장이 찾아 정책연대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이해를 높이고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어떻게 진행되나?…11월 초 조합원 ARS 총투표

"조합원의 총의를 모아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되고 지난 4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확정된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 정책연대 사업을 올해 하반기의 최대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10월 초까지 정책연대의 '알맹이'인 내용을 확정하고 이와 동시에 메니페스토 운동실천본부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을 통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해 조합원들에게 판단근거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후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자동전화응답(ARS) 방식을 통해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

정광호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총투표 결과를 즉시 발표하고 해당 후보와 우리의 정책을 언제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를 협약의 형태로 체결할 것이며 그 이후 전 조직적 역량을 동원해 지지 및 지원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임단협만으로는 노동운동 안 되는 시대다"

한국노총이 유례없이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통령 선거에 조직적 개입을 통해 영향력 및 정치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가 깔려 있다. 특정 후보와 정책연대를 통해 지지하면서 한국노총이 원하는 '내용'들을 얻어내겠다는 것.

이날 하이닉스노조 조합원들과의 정책 간담회는 이런 정책연대의 배경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용득 위원장은 "삼성이나 현대 등 아직도 전근대적인 노사문화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많다. 이를 바꾸는 길은 노동조합이 힘을 얻는 것뿐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광호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도 "기존의 노사관계, 기존의 임단협 만으로는 안 되는 문제가 많다"며 "날이 갈수록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통해 풀어야하는 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정당이라고 무조건 지지?…민노당, 가능성이 안 보인다"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라고 할 때 독자적인 정당을 건설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한국노총은 이미 지난 17대 총선에서 녹색사민당 창당에 5%도 못 되는 지지율을 얻은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용득 위원장은 "영국과 같은 노동조합의 독자정당 창당은 우리도 시도해 봤지만 녹색사민당은 실패했고 민주노동당은 가능성이 안 보인다"며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노동조합이 특정 정당과 정책연대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정책연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노총 정치기획단은 현재 공식적으로 민주노동당의 배제를 천명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 앞에서 "노동자·서민의 정당이라고 무조건 지지해야 하나. 나도 창당멤버 가운데 하나지만 지금 민주노동당은 어느 한편의 노동자는 공격하고 불이익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민노당의 대선 승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안 좋지만 그들의 행태도 문제"라며 "민노당이 공인으로써 한국노총을 공격했던 것을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정책연대 후보에서 배제한다"고 분명히 했다.
'승리' 앞서 '성공'할 수 있을까?…조합원 명부확보·투표율이 관건

한국노총의 바람대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는' 정책연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투표 참가율이 문제다. "조합원의 총의"라는 것이 정책연대에 대한 한국노총의 강한 자신감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참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정도의 난관이 있다. 현재 가장 '급한 불'은 조합원 명부 확보다. 87만의 조합원 중 의무금을 납부하는 조합원 67만9246명의 명부와 전화번호가 필요한 것.

지난 8월 말까지 조합원 명부 제출율은 33%에 불과했다. 대상 조합원 67만 명 가운데 22만 명 수준이다. 한국노총은 오는 15일을 조합원 명부 제출 최종 마감일로 정하고 있다. 이날 이용득 위원장이 방문한 하이닉스 노조도 아직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용득 위원장은 "지금처럼 50% 밖에 조합원 명부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 사업 안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노총이 그만큼도 단결되지 않는 것을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냐. '쪽팔린' 일"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또 하나의 난관은 실제 투표율, 즉 ARS 응답률이다. 한국노총은 "3300여 개 단위노조에서 투표소를 설치하는 직접투표 방식은 투표율 뿐 아니라 공정한 선거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돼" ARS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ARS 방식의 투표도 어렵긴 마찬가지"라는 불평이 나오기도 한다. 이날 이용득 위원장의 현장순회에서도 한 참석자는 "교대제로 진행되는 제조사업장에서는 ARS에 응답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미응답 조합원에 대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느 정도 현장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노총이 '대선 승리'를 위해 지난 11일부터 현장순회를 시작했다. 두 달 간 전국 16개 지역지부와 산하 사업장을 직접 위원장이 찾아 정책연대에 대한 현장 조합원들의 이해를 높이고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사진은 13일 오전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 공장에서 진행된 현장순회 모습.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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