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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 끝없이 추락하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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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 끝없이 추락하는 노동"

비정규직법 피하려 외주화 강행…노동조건, 더 열악해져

"이렇게 서니 우리가 한 가족 같네요. 누이 같고, 아들 같습니다."

8월 31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전국민주연합노조 문공단 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했다. 누이는 홈에버 면목점에서 일하는 임혜숙 씨, 아들은 뉴코아 노조 인천지부장 이승욱 씨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자치단체·청소대행업체 및 유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공동 결의대회'에서 한 무대 위에 올랐다.
▲ "이렇게 서니 우리가 한 가족 같네요. 누이 같고, 아들 같습니다." 왼쪽부터 뉴코아노조 인천지부장 이승욱 씨,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 임혜숙 씨, 전국민주연합노조 사무처장 문공단 씨. 이들은 외주화에 울다 만난 인연인 셈이다. ⓒ프레시안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이들을 하루아침에 '가족'으로 묶어준 고리는 '민간위탁, 즉 외주화'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더욱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외주화가 이들에게 가족의 인연을 준 셈이다. 세 사람은 모두 각각 홈에버, 뉴코아,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의 '외주화' 방침에 맞서 파업 중이다. 이날 집회 역시 이들이 각각 속한 민주연합노조, 이랜드 일반노조, 뉴코아 노조 등이 주최한 것이다. 환경미화원 등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민주연합노조는 경기도 내 17개 지방자치단체의 갑작스런 해고에 맞서 최근 파업에 들어갔다.

KTX·이랜드·환경미화원·호텔 룸메이드…이들의 공통점은? "외주화"

외주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자신이 일하는 곳에 직접 고용된 비정규직들을 속속 외주화하고 있다. 최근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대부분이 다 여기에 속한다. KTX·새마을호 승무원, 이랜드 그룹 비정규직, 지자체 소속 비정규직, 호텔 룸메이드 및 조리종사원 등 끝도 없다. (☞관련 기사 : "대졸자까지 응시하던 환경미화원" 속속 외주화, 여성 비정규직, 4사 노조 공동투쟁 선포, 이랜드 갈등에 대한 기사 보기)

"이 같은 외주화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확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이런 추세를 더 가속화 됐다.

당초에는 비정규직 사용과 동일한 '인건비 줄이기'에 덧붙여 각종 노무관리 책임의 부담도 줄여보려는 기업의 의도가 외주화를 선택하게 했지만, 지난 7월 이후에는 비정규직법을 피해가기 위한 목적이 하나 더 붙었다.

비정규직법이 2년을 사용하면 해당 노동자의 고용을 무기한 보장해줘야 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야하고 동일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달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이랜드 노사갈등의 출발점도 뉴코아와 홈에버가 기존의 비정규직을 모두 계약해지하고 계산업무 자체를 외주화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외주화되면? 임금·근로조건 모두 더 추락한다
▲ 이들은 왜 한사코 외주화를 반대하는 것일까? 지자체의 외주화 움직임에 반대하며 파업 중인 전국민주연합노조 조합원들. ⓒ프레시안

외주화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회사측은 대개 "용역업체의 정규직이 되는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인다. KTX·새마을호 승무원에 대한 코레일(옛 철도공사)의 반응이 대표적인 예다. 코레일 관계자들은 "공사 '비정규직' 대신 위탁업체 '정규직'을 해준다는데도 승무원들이 싫다고 한다"고 말하곤 한다.

이들은 왜 그렇다면 용역업체로 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부분 직접고용 비정규직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일 때 임금 및 근로조건이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비정규직 문제? 중소기업 문제가 더 심각하다, 외주화의 폐해는? 가장 열악한 용역 노동자, '호텔 룸메이드 아웃소싱' 실태와 대안은?)

지난 3월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98만8000원, 비정규직은 127만3000원이다. 용역·도급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이 통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수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안팎의 임금을 받고 있다.

근로조건 역시 마찬가지다. 중간에서 위탁계약을 맺은 업체는 이 업무를 맞긴 원청업체로부터 받은 돈에서 일정액의 이윤을 남기려하다 보니 임금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인력도 줄이기 일쑤다. 결국 노동강도가 강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조합 활동마저 어려워진다
▲ 외주화가 되면 임금 및 근로조건 뿐 아니라 노동조합의 활동마저도 어려워진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온갖 비정규직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쫓기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과 대책도 무엇보다 절실한 것을 그 때문이다. ⓒ프레시안

게다가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줄만한 노동조합의 활동도 만만치 않아진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여도 업무별로 다른 업체에 위탁이 될 경우 모든 위탁업체와 집단교섭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단 '도대체 누구와 교섭을 해야 하나'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청의 문제도 있다. 위탁업체는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에 있어서 "우리는 힘이 없다"고 발뺌하기 십상인데 현재의 노조법 상 직접 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닌 원청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례는 많다. 알몸으로 시위를 벌여 충격을 줬던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노동자들도 원청인 울산과학대가 교섭을 피하면서 과거에나 있었던 여성 노동자의 알몸 시위가 등장했지만 원청이 나서자 결국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관련 기사 : '알몸시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원직복직 합의)

지난 4월 11일 법원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관련된 재판에서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다"고 판결한 바 있지만 (☞관련 기사 : 법원, "원청도 사용자"…간접고용 노동자 시름덜까?) 이런 판결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례적인 경우다.

홍희덕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이 이날 지자체의 외주화에 대해 "노조 말살 계획"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 있다.

결국 외주화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돈도 줄이고, 비정규직법도 피해 가고, 시끄러운 노동조합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비책'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보다 더 낮은 곳으로 추락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외주화는 더 심한 양극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온갖 비정규직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쫓기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고민과 대책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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