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 5개 일간지와 KBS, MBC, SBS 세 방송사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보도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표했다. 민언련의 분석은 미국산 쇠고기가 대형 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3일까지의 보도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미국산 쇠고기 홍보 전단인가, 신문인가
민언련은 이들 언론의 보도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유리한 사건(롯데마트 쇠고기 판매, 미국 쇠고기 판매 쇄도 등)과 불리한 사건(갈비뼈 발견, 뼛조각 발견, 등뼈 발견 등)으로 나눠, 보도 태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사건을 많이 보도했다는 것. <조선일보>는 유리한 사건을 11건, 불리한 사건을 5건을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각각 11건과 4건, <중앙일보>는 11건과 7건을 보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총 5건(사설 1건, 칼럼 2건, 독자 투고 1건)의 의견 기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판매 반대 시위를 비판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조선일보> 2건(사설 1건, 독자 투고 1건), <동아일보> 1건(사설 1건)을 다뤘다.
이런 세 언론의 보도 태도는 <한겨레> <경향신문>과 대조적이다. 두 신문은 쇠고기 판매 반대시위에 대한 의견 기사는 한 건도 없었고, 척추뻐 발견 이후 대책 마련 촉구, 광우병 관련 논란 등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대한 비판적 의견 기사가 주를 이뤘다.
민언련은 "일부 언론은 지난 7월 13일 롯데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시작되자 광우병에 대한 우려나 검역 안전성 촉구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의 태도만을 부각했다"며 "7월 13~14일 기사를 살펴보면 구입 의사가 있는 소비자의 발언만 기사에 싣는 등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요 언론의 당시 보도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부정적인 소비자의 발언은 찾을 수 없다.
광우병 위험 걱정하면 '反美주의자'?
이런 보도 태도는 광우병 감염 위험이 큰 '특정위험물질(SRM)'로 지정된 등뼈가 발견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조선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서 등뼈 추정물질 발견",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서 수입금지 '등뼈' 발견", <동아일보>는 "최근 수입 미 쇠고기서 '척추 뼈' 발견"이라는 제목을 썼다.
민언련은 "이런 제목은 <한겨레>의 "미 쇠고기서 '광우병 위험' 등골뼈 발견", <경향신문>의 "미 쇠고기서 '광우병 위험' 등뼈 발견"과 같은 제목과 매우 대조적"이라며 "조·중·동은 특정위험물질(SRM)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방송 3사의 보도 태도 역시 소극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그간 언론은 한미 FTA 체결을 위해 미국 쇠고기 수입이 필요하다고 맹목적으로 주장하는가 하면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부류는 반미주의자거나, 한우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한우 축산농가'인 것처럼 부각시켰다"며 "이는 미국산 쇠고기가 대중적으로 국민의 식탁에 오르게 된 7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국민은 이미 위험을 무릅쓰고, 또는 광우병을 일으킬 위험성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언론에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반품하고, 고민하기를 거듭할 것"이라며 "더 이상 언론은 '반미'니, '소비자주권'이니 하는 엉뚱한 프레임으로 국민에게 위험한 음식을 먹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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