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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협력하면 성과 50%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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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 협력하면 성과 50% 가져간다"

<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정권에 정말 관심 있다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8일 "한나라당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슨 합의가 나오건 그것은 최소 50%가 한나라당의 업적이 된다"며 "결코 한나라당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정권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면 불평만 하면 그만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회담을 역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유불리가 없는 걸 불리하다고만 본다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2차 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서 정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남북이 주역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합의하며, 6.15 공동선언 이후 활성화된 경제사회문화 교류에 걸맞은 군사적 신뢰 구축을 표리의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당장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원칙의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 정부를 누가 맡더라도 현 부시 행정부 말기에 북미관계가 좋아짐과 동시에 남북관계가 같이 좋아지는 큰 틀의 그림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세현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8일 "한나라당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무슨 합의가 나오건 그것은 최소 50%가 한나라당의 업적이 된다"며 "결코 한나라당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모습.ⓒ연합뉴스

- 2차 정상회담에서 꼭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상회담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정부에서도 남북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계관 부상 같은 관리들에게 백번 얘기해야 소용이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정상회담을 통해서만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나 전향적인 자세를 설득할 수 있다.

무게를 실어서 그간의 선후 과정을 설명하고, 북한이 그동안 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김 위원장에게 소위 '프렌들리 어드바이스(친구로서의 조언)'를 할 수 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밖에 없다. 그런 기회를 잘 잡아서 남북관계를 안정시키면 설사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얼마나 유리한 상황인가. 한나라당은 그걸 생각해야지 당장 불리한 것 같다고 반대만 하고 나설 필요가 없다.

- 한나라당은 이번 2차 정상회담이 올해 대통령 선거 등에서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조심스럽게 재고 있는 것 같다.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한나라당에 불리할 것도 없다. 정권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면 불평만 하면 그만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회담을 역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또 지금 반대하고 나서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북한이 그 정부와 대화를 하겠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집권에 정말로 관심 있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유불리가 없는 걸 불리하다고만 본다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무조건 의심만 하지 말고 정부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게 '투명하게 하라', '진행상황을 잘 알려달라' '김 위원장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해달라' 등을 주문하면 된다. 이렇게 한나라당이 먼저 나서면 이번에 무슨 합의가 나오건 그것은 최소 50%가 한나라당의 업적이 된다. 제로섬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2.13합의를 계기로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상황에서 그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금년을 넘기지 않고 정상회담을 해치워야 하는데 어쩌면 10월 이후가 아닌 게 천만 다행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도 정상회담의 순수성을 많이 의심할 텐데, 한쪽의 후보가 결정이 안 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유불리를 따질 게 없다. 수권정당이 되고 싶으면 그런 차원에서 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 2차 정상회담의 의제는 무엇이 되야 할까?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남북이 주역이 돼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6.15 공동선언 이후 활성화된 경제사회문화 교류에 걸맞는 군사적 신뢰 구축을 표리의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평화체제 문제는 남한 혼자 하거나 남북간에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미국, 중국이 관련될 수밖에 없으며, 러시아와 일본도 협조해야 하고, 유엔까지 관여해야 한다. 법적인 측면으로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있다.

- 평화체제는 북미관계도 빠질 수 없는 문제다.

북한은 1974년 이후 북미 간 협정 체결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이 정도 됐으니 남북이 주역이 돼야 한다. 북한도 틈날 때마다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시대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북미 평화협정만을 얘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더욱이 2012년이 되면 전시작전통제권도 우리에게 넘어오는 마당에 민족사적으로나 안보적인 측면에서 모두 남북 평화협정 체결이 시급하다. 2차 정상회담의 핵심 과제는 남북이 주역이 된 평화체제 논의라는 원칙을 합의하고 이것을 선언 형식으로 도출해내는 것이다.

- 군축문제나 북핵 문제는 어떨까?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햇볕정책이 10년 됐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제문화 차원에서의 교류협력은 활성화 됐지만, 그에 걸맞은 군사 협력이나 긴장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에 걸맞는 군사적 신뢰구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평화체제로 나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군사협력에 대한 대원칙 합의도 2차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의제다.

북한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논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의 향방은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또 그것은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찬스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호기라고 본다.

당장 평화체제나 군사적 긴장완화의 면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원칙의 합의가 이뤄지면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 정부를 누가 맡더라도 현 부시 행정부 말기에 북미관계가 좋아짐과 동시에 남북관계가 같이 좋아지는 큰 틀의 그림을 생각할 수 있다.
박재규 "미국도 남북정상회담 반대하지 않을 것"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수행했던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은 8일 "미국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반대하진 않을 것으로 보며 국내 정치와 관련해서는 국민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남북 당국의 정상회담 발표 직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6.15 선언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할 일이 많고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한 광범위한 의제를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박 전 장관과 일문일답.

- 7년만에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게 됐는데?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는 데 7년이 걸렸다. 그동안 북한의 고위층을 만날 때마다 2차 회담을 빨리 할 것을 설득해 왔다. 회담 장소가 서울이 아니어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평양 회담을 크게 환영한다.

- 장소가 평양으로 결정됐는데?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서울 답방을 합의했을 때는 가능한 한 속도를 내 김대중 정부 임기내 회담을 다시 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1차 회담후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 후 서울로 내려오겠다는 계획을 갖고 조명록 특사를 미국으로 보내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그 후 고어가 아닌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관계가 악화됐었다.

- 2005년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의 반응은?

당시 김 위원장은 '2차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가 오지 않은 것'이라며 '답방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생각을 전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그 후 정부가 장소와 시기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 이번 양측 정상들이 논의할 의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2.13 비핵화 합의가 끝까지 잘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며 남북 평화공존과 협력관계 구축, 이산가족 문제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이 6자 회담 진척도 등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도 속도조절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물론 미국은 2.13 합의 이전에는 북핵 문제가 가닥이 잡힌 이후 회담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제 북핵문제가 2단계인 불능화 단계에 들어선 시기여서 미국도 큰 오해나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본다.

- 회담 시기를 놓고 국내 정치 일정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2000년 1차 회담때도 총선을 앞둔 시기여서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번에도 총선보다 큰 선거인 대선을 앞두고 있어 '북풍이 아니냐'하는 얘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정부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잘 설명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1차 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 선거에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장래를 위해 멀리 보고 생각해야하며 국민도 정상회담을 했다고 해서 평소 지지후보를 바꿀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 남북한, 미국, 중국 등 4개국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광범위한 의제를 놓고 양측 정상간 대화가 오갈 것이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와 협의가 필수적이어서 4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 이번 회담이 햇볕정책의 성과로 보나.

햇볕정책이나 그 이전 정부의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을 위한 노력들이 모두 '포용정책'의 하나라고 본다. 최근 한나라당이 내놓은 대북정책도 정부와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더 진전된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화해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도 힘을 실어 줘야할 것으로 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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