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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토로에 더 주어진 한 달…분할 매입?

"절반만이라도 매입해 주민 거주케 해야"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재일동포 마을 우토로. 토지 소유주의 '제 3자 매각' 방침에 의해 강제철거 위기에 닥쳤던 우토로 마을이 한 달의 시간을 더 벌었다. (☞관련 기사 : 재일동포 마을 우토로, 토지매입 협상 한 달 연장 )
우토로 국제대책회의 배지원 사무국장은 3일 "토지 소유주인 서일본식산 측에서 우토로 주민들의 토지 매입 여부 결정 시한을 8월 31일까지 한 달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초 서일본식산은 "토지 매입 의사를 밝힌 '제3자'가 나타났다"며 "7월말까지 우토로 주민들이 토지 매입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현재 서일본식산의 모회사인 가나가와 토건이 도산한 상태로, 서일본식산의 우토로 마을 '재개발'(강제철거)이 불가능한 상태다. 서일본식산은 우토로 토지 소유 명의를 위해 설립된 회사로, 우토로 토지가 매각되면 바로 청산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제3자에게 땅이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누구든 재개발을 시도하며 땅을 주민들이 그대로 이용하게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는 '제3자 매각=강제철거'와 다름없는 상황인 것이다.

우토로 해법은 없나…절반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우토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토지 매입 자금이다.

1980년대 닛산자동차는 한 재일동포에게 우토로 땅을 3억 엔에 팔았다. 이 재일동포는 이 땅을 민단 관계자에게 4억4500만 엔에 팔았고, 그리고 다시 일본인에게 우토로 토지권이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우토로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현재 시세만 7억 엔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우토로 토지 소유자인 서일본식산은 "그동안 우토로 토지 매입비와 우토로 토지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시세 이상의 가격을 부르고 있다.(☞관련 기사: "우리 조국이 미국이었다면 이러겠는가" )

하지만 우토로 주민들이 쥐고 있는 돈은 2억5000만 엔 정도. 한국에서 민간 차원에서 모금한 돈이 5억 원으로 모두 합쳐봐야 3억 엔 정도다. 그렇다면 영영 해법이 없는 것일까.

주민들이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며 만든 우토로 토지 이용 계획서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 우토로 주민들이 작성한 마을 계획서. ⓒ프레시안

계획서를 편의상 A, B, C, D 지구로 나눠봤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주민들이 거주 공간으로 사용할 우토로 토지는 전체 토지의 절반가량인 C, D 지구이다. 우토로 주민은 65세대 200여 명. C지구의 위쪽 절반에는 토지 매입 능력이 있는 20여 세대가 토지를 매입해 집을 짓고 살고, C지구 아래 절반에는 22세대가 토지를 임대해 집을 짓고 산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독거노인이나 고령자 부부 세대는 D지구에 공영주택을 지어 거주하게 하는데, 공영주택은 지방자치단체인 우지시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다.

A와 B 지구는 평화기념관, 고령자복지관, 집회소, 주차장 등이다. 우토로 주민들은 토지의 절반을 거주지로 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우토로의 역사 및 재일동포의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평화기념관이나 고령자를 위한 노인복지관을 만듦으로써 공공시설 부지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토지의 소유권은 C지구 윗부분을 제외하고는 별도로 설립되는 공익재단이 갖게 된다.

그런데 이 계획을 성공시키자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급한 대로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는 C, D지구만이라도 매입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공영주택의 경우 우지시는 "토지권 소유 문제만 해결되면 우지시 주민들의 합의에 따라 건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지시 의원들이 일본 중앙정부에 우토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낸 적이 있어, 토지 문제만 해결되면 공영주택 건설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관건은 토지를 '절반 만이라도 살 수 있느냐'이다. 이와 관련해 서일본식산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하타 고이치 서일본식산 대표는 "토지를 분할해서 매각하면 토지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분할할 경우 우토로 토지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일본식산 "분할매각도 가능하다"

다만 오하타 대표는 "우토로 주민들이 내놓는 최종 토지계획에 따라 분할매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 서일본식산으로서는 우토로 토지를 모두 팔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토로 주민들이 절반의 땅을 살 때 나머지 절반을 살 사람만 나타나면 분할매각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 우토로 마을 옆은 자위대 주둔지. 사진의 담장 넘어가 자위대 주둔지이다. 담장에는 각종 구호가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프레시안

'절반만 살 사람이 나타나겠느냐'는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 우토로가 그동안 싸워 온 역사성을 감안하면 토지 매입자에게는 '절반만 사더라도 우토로 주민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우토로 주민들은 서일본식산에게 맞서 거주권을 인정해달라는 재판에서 패소한 뒤에도 "죽더라도 이 땅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고, 우토로를 지지하는 일본인들도 '인간띠 잇기' 등을 통해 강제철거를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우토로 전체 토지를 매입하는 것은 '골칫덩이'를 떠안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 정부가 재외동포재단 등을 활용해 일단 토지를 매입해 소유권 문제를 해결한 뒤 나중에 되파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 우토로 마을과 접해있는 일본 육상자위대 오쿠보 주둔지 이전 및 첨단 산업단지 유치가 계획돼 있는 등 나중에 더 비싼 값에 되팔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엔화 환율을 감안할 때 지금 토지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고 나중에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환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는 부가적 계산도 가능하다.

결국 우토로 토지 전체를 매입해 위의 그림처럼 지을 수 없을 바에는 주민들이 우토로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라도 생각해내야 할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곽에서의 지원과 압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단은 모자란 토지매입 대금(2~4억 엔)을 충당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고, 우토로 지역에 대한 도시정비 사업 및 공영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일본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서일본식산도 우토로 토지 문제가 조용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눈치이다.

우토로 마을에 토지분쟁이 시작된 지가 벌써 20년. 많은 재일동포 1세들이 싸움의 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남은 주민들도 불안한 마음에 지붕 한 번 제대로 고치지 못한 채 늙어가고 있다. 우토로는 지금 20년 싸움의 끝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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