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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노사 협상 결렬…"점거 해제 시점" 입장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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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노사 협상 결렬…"점거 해제 시점" 입장차

노동부發 '노사합의' 소동도…중재안 놓고 진실게임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 농성 11일째를 맞은 이랜드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점거 시작이래 처음으로 사측 대표와 노조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만남을 가졌지만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이날 기자들에게 "이랜드가 해고자 53명에 대해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교섭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11일부터 한 달간 평화기간을 갖기로 노사가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만남에 대한 노사 각각의 해석이 달라 더 이상 논의의 진전이 어려웠다. 이랜드측은 "노동부 중재안에 대해 이미 합의가 다 된 것으로 알고 왔다"고 말했고 노조는 "노동부 중재안에 대해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며 합의설을 부인했다.
  
  논란이 된 노동부 중재안이란 △노사는 한달간 평화기간을 갖고 △이 기간 동안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간부 6명의 신변을 보장하며 △회사는 대표이사가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이 기간 동안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에 해고된 뉴코아 노동자 53명을 한시적으로 복직시키는 안을 말한다.
  
  이랜드 "점거 농성 먼저 풀어야 교섭 가능"
  
  이날 교섭에는 오상흔 홈에버 대표, 최종양 뉴코아 대표 등 사측 대표 4명과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 등 노조 대표 4명이 참석했다.
  
  이랜드일반노조와 이랜드디테일은 지난 6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실무자교섭을 벌인 바 있다. 이날 회동은 대표들이 참석해 확산되고 있는 '이랜드 사태'의 해결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었다.
  
  하지만 실제 만남에서 회사는 "4가지 조건 아래 노조가 일단 점거 농성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했고, 노조는 "점거 농성을 풀려면 손배소송의 철회 및 징계, 예정된 계약만료를 중지하겠다는 회사의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불발로 끝났다.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오늘 만남에서 성과를 기대했던 조합원들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선 농성 해제'라는 회사의 입장은 변함이 없어 최종 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회사는 대표이사가 나온 것만으로도 진전된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농성부터 풀어야한다'는 내용 면에서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상흔 홈에버 대표는 "노동부 중재 하에 합의가 된 것으로 알고 왔는데 노조가 4가지 조건을 전혀 모른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며 "농성 해제와 관련돼 노조가 더 요구한 손배 철회, 징계 유보 등의 사안은 일단 농성을 해제하고 평화기간 동안의 실무교섭에서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사측에게 오늘 밤이라도, 내일이라도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4가지 조건이 받아들여지는 아래에서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당분간 사태 해결의 기미는 요원해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현재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인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의 농성은 그대로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향후 회의를 통해 농성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사, 노동부 중재안 놓고 '진실게임'
  
  일단 이날 만남이 불발로 끝난 것은 이날 자리의 의미에 대해 노사 간 이해의 차가 달랐던 것에서 출발한 셈이 됐다. 사측은 "다 합의됐고 오늘 자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인하고 악수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 뿐 아니라 민주노총도 "합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측도 "노동부로부터 노조가 중재안에 합의했다는 말은 정확히 들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렇게 알고 왔다"는 수준으로 답해 '노동부로부터 확인을 받았다'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이랜드가 수용했다는 '뉴코아 비정규직 53명의 한시적 복직'에 대해서도 양측은 공방을 벌였다. 노조는 "어떻게 나온 숫자인지 모르겠다"며 "뉴코아의 해고자는 35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4월 말을 기준으로 뉴코아 킴스클럽의 비정규직 223명 가운데 82명이 이미 아웃소싱으로 전환이 됐고 그 기간 동안 계약해지된 인원이 53명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숫자 게임'은 기본적으로 아웃소싱을 해고로 이해하는 노조와 이를 해고로 보지 않는 회사 사이의 입장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합의된 것으로 알고 온 회사와 전혀 합의 조건을 들은 바 없는 노조의 '혼란' 가운데 회사는 "선 농성 해제" 입장을 되풀이하고 노조가 농성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명분과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렬된 것.
  
  이랜드는 이날 양 노조 조합원 60명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랜드는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5일까지 영업을 하지 못해 적어도 2억7000여 만 원의 손해를 봤다"며 우선적으로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양측이 이같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는 "노동부는 조정안을 제시하고 성실히 교섭할 것을 당부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상수 "합의했다"에 언론 오보 '소동'
  
  사실 이같은 소동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교섭에 앞서 이상수 장관은 노사가 이미 합의를 이룬 것처럼 기자 브리핑을 했다. 이 장관은 "노조가 내일부터 농성을 풀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그대로 보도되면서 한 때 취재진들 사이에서 '오늘 타결 된다'는 분위기가 퍼지기도 했다. 언론들도 합의가 거의 이뤄진 것처럼 보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쿠키뉴스>는 한창 교섭이 진행 중이던 오후 5시 경 "이랜드 한 달 간 평화교섭 합의…점거농성 풀기로"라는 기사를 내보냈다가 삭제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은 노조와 사측의 합의가 아니라 이랜드가 노동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을 의미하는 발언이었던 것으로 결국 밝혀진 셈이 됐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비정규직 해고자 원직복직 및 차별시정 등을 요구하며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같은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뉴코아의 노조도 지난 8일부터 뉴코아 강남점을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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