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아, 홈에버 등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서 비정규직의 계약해지 등 해고가 이어지면서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랜드 전국의 매장 곳곳에서 점거 및 집회를 벌였던 8일은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비정규직 계약해지와 외주화 등에 맞선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이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9일째 되는 날이다.
이랜드 그룹에 대한 이들의 싸움이 비정규직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노동계의 중심이 되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이랜드 불매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홈에버, 뉴코아 등의 유통업체를 비롯해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패션업체, 호텔 및 레스토랑의 목록을 공개하고 이랜드 그룹 불매운동을 80만 전 조합원 차원에서 벌이겠다고 밝혔다. (☞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이랜드일반노조(위원장 김경욱)-뉴코아노조(위원장 박양수) 공동투쟁본부도 이날 새벽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호소문에서 "저희도 퇴근하고 쇼핑하러 가면 (여러분과 똑같은) 시민이자 소비자인만큼 근심 없이 활짝 웃으며 고객들을 맞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하다"며 "더 이상 고용불안과 차별에 신음하지 않고 웃으며 고객들을 맞을 수 있도록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유통업체 5곳, 패션브랜드 55개, 호텔·레스토랑 6곳 불매운동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뉴코아 서울 강남점 앞에서 열린 투쟁선포식에서 "이 싸움은 이랜드 노동자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각 가정마다 한 사람씩 있는 비정규직을 위한 것"이라며 "이 싸움이 승리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이랜드 그룹의 모든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부터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유통업체 및 패션 브랜드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랜드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업체들을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해 현장에 배포함으로써 조합원들의 참가를 독려하는 한편 앞으로 이 불매운동을 전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불매운동의 대상은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유통업체 5곳, 패션 브랜드 55개, 호텔 및 레스토랑 6곳 등이다.
이미 이랜드 그룹은 매출 1~2위를 다투는 홈에버 월드컵점이 9일 째 영업이 전면 중단됐고, 뉴코아 강남점은 수차례 영업이 중단되는 등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갈등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매장을 무기한 점거할 수는 없는 만큼 전국민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질 경우 이랜드 그룹에게 더 강력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민주노총은 판단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피멍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못나고 평범한 엄마 아빠의 투쟁입니다"
이랜드일반노조-뉴코아노조 공동투쟁본부도 이날 민주노총의 이랜드 매장 점거에 앞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호소문에서 "이 투쟁은 130억 십일조를 교회에 헌금하면서도 비정규직 월급은 80만 원에 불과한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며, 정규직은 그림의 떡인 세상, 비정규직 차별로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참아야 하는 세상을 더 이상 자식들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작정한 못나고 평범한 엄마 아빠들이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들을 향해 "우리 투쟁을 지지해 달라"며 "오늘 하루만큼은 인근의 홈에버, 뉴코아, 2001 아울렛을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들은 "너무나 심각하게 확산되고 심화된 비정규직 문제를 이제 국민 모두가 나서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대국민 호소문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호소드립니다" 힘겹게 파업투쟁하고 있는 이랜드노동자들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호소드립니다. 우선 4월에 속절없이 해고된 500여명이 넘는 이랜드그룹 근무 용역노동자분들과 지금도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해고되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계약직 노동자분들께 함께 투쟁해서 막아내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침내 오늘 7월 8일(일) 민주노총이 선언했던 '이랜드그룹 점포 매출 0 투쟁'이 시작됩니다. 이 투쟁은 130억 십일조를 교회 헌금하면서도 월급 80여만원밖에 못 받는 800여명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가차없이 자르는, '골리앗' 거대 유통자본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에 대한 '다윗'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 투쟁은 앉은 자리에서 주식배당금으로만 82억을 벌고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사정없이 동결하는, 자린고비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에 대한 피울음 섞인 항의입니다. 이 투쟁은 어제까지 걱정없이 웃으며 함께 일하다가 그 빌어먹을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눈물 떨구며 떠나간 동료들을 다시 찾아오는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OECD 국가들 중 자살 증가율 1위, 출산율 꼴찌의 조국, 노동자에게 재앙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유통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살려달라!"고 절절한 목소리로 외치는 투쟁입니다. 정규직은 그림의 떡인 세상, 비정규직 차별로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참아야 하는 세상을 더 이상 자식들에겐 물려주지 않겠다고 작정한 못나고 평범한 엄마 아빠들의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무엇보다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때문에 화장실조차 제 때 못 가면서 퉁퉁 부은 발을 주무르며 자정 너머까지 일하고 그 꼭두새벽에도 귀가하면 집안일까지 해 왔던 유통서비스 여성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미소로 고객을 맞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미소로 고객을 맞고 싶습니다. 저희들도 퇴근하고 쇼핑 가면 시민이고 소비자입니다. 근심 없이 활짝 웃으며 고객들을 맞고 싶은 마음 정말 간절합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지금 웃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최소한 1000명 이상 잘려나간 동료들을 보면서 저희들은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소중한 월급 80여만원을 일한 만큼 올려달라!" "2년 이상 일했으면 법대로 정규직화해 달라!" "부당하게 해고된 동료들을 복직시켜라!" "더 이상 함부로 자르지 마라!" "강제로 용역이나 파견으로 전환하지 말라!" "폭력적인 인사이동을 즉각 중단하라" "비인간적인 모니터링을 철폐하라!" 저희들의 소박한 요구에 회사는 임금동결로 답했습니다. 아예 대량해고로 소중한 저희 동료들을 잘라버렸습니다. 교회 장로가 회장인 이랜드그룹에서 교회 집사가 부당해고 되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겼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는 막무가내였고 우리는 더 이상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는 막무가내였고 우리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정부도 알고 보니 우리 편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저희들도 인간이기에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점거농성은 특히 저희 주부 조합원들에게는 마지막 방법이었습니다. 떨리는 심정으로 1박2일 농성하면 회사가 좀 달라지겠지 기대하고 들어온 농성이었습니다.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예상치 못한 농성이었습니다. 결국 조합원들 모두가 분노하면서 회사가 합당한 안을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결의하면서 장기농성으로 상황이 일변했습니다. 여론이 들끓고 저희들의 결의도 점점 높아져가자 그제서야 그렇게 오만하던 회사도 조금 움직였습니다. 교섭을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또 동결이랍니다. "노조가 임금동결에 사인할 때까지 교섭하겠다"고 비아냥댑니다. 저희는 하루 하루 피말리면서 피같은 일당(하루 임금)을 날리는 투쟁을 하고 있는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작심하고 농성을 하고 있는데, 호의호식하고 있는 박성수 회장과 경영진은 팔짱을 끼고 "해 볼 테면 해 봐라"며 마지막 남은 저희들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솔직히 저희 파업 조합원들 모두 이제 '이랜드'라고 하면 신물납니다. 이랜드로 인수되기 전 까르푸, 뉴코아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최소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자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기독경영'이라기에 믿었습니다. '윤리경영'으로 유명한 회사라 믿었습니다. "인수합병 후 100% 고용안정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서특필한 회사이기에 정말로 믿었습니다. 지금 저희들의 심정은 무참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이렇게 아프게 찍히다니요. 마지막 방법은 같은 노동자들에게 호소하는 것 외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나섰습니다. 저희는 민주노총이 너무 고맙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철저하게 비폭력, 평화 기조를 유지할 겁니다. 경찰과 구사대, 설사 용역깡패가 저희들을 자극하더라도 참을 겁니다. 차라리 맞을 겁니다. 갖은 차별과 설움을 지금까지 참아왔고 이렇게 예상조차 못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회사가 도발해서 만들어내는 몸싸움으로 일을 그르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지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저희 투쟁을 지지해 주십시오. 오늘 하루만큼은 인근의 홈에버, 뉴코아, 2001, 아울렛을 이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거대한 자본에 맞서 너무 힘겹게 투쟁하는 저희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혹 홈에버나 뉴코아를 찾아오신다면 투쟁하는 저희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심각하게 확산되고 심화된 비정규직 문제 이제 국민 모두가 나서서 바꿔야 합니다. 저희들 그저 억울해서 시작한 이 투쟁 여기서 그칠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무릎꿇고 호소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더 이상 고용불안과 차별에 신음하지 않고 웃으며 고객들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 민주노총의 홈에버, 뉴코아 '매출 0 투쟁'을 적극 지지해 주십시오. 저희들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하고 기쁘게 활짝 웃으며 국민 여러분들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 7.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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