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점거 나흘째를 맞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 비정규직법에 반발하고 있는 세력의 수장들이 속속 농성장을 찾아 지지와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단위사업장의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이례적으로 총연맹 차원의 집중 집회 및 이랜드 불매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점거 나흘째 600명 그대로 농성 중…영업도 나흘 째 전면중단
지난달 30일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홈에버 월드컵점을 점거한 홈에버, 2001아울렛의 비정규직들은 나흘째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인원도 처음 농성을 시작한 600여 명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홈에버 월드컵점은 이들에 의해 영업이 나흘째 완전히 중단된 상태다. (☞ 관련기사 보기 :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입니까", "비정규직 대량해고, 다음은 정규직입니다")
어느덧 세 번의 밤을 농성장에서 보낸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용역 경비원들이 무리로 모여 농성장 정문 근처를 돌아 긴장감도 상당했다. 이날도 오후 4시 경 50여 명의 용역 경비원들이 정문 근처로 모여들어 한때 "농성장을 침탈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법 시행 전부터 시작된 이들의 농성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어 홈에버 월드컵점이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노동계와 정부, 경영계 사이의 전선처럼 되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오전 농성장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이, 내가 직접 책임지겠다"고 선언했고, 문성현 당대표도 농성장을 찾아 이랜드 일반노조 비정규직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 사진을 당대표 사무실에 걸어 놓고 여러분들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농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반 시민들의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날 농성장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에 산다는 이창용 씨가 직접 찾아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고 집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찾아왔다"며 "힘내시라"고 말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민주노총, 이랜드상품 불매운동 및 8일 '이랜드 타격 집회'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랜드 그룹이 자행한 1000명의 비정규직 집단해고와 외주화 만행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정규직 잔혹사"라며 "이는 천인공노할 이랜드 자본이 사용자를 대표해 1500만 노동자와 860만 비정규 노동자에게 감히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랜드 상품 불매운동을 전조합원과 함께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이와 함께 오는 8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총연맹 차원의 이랜드 그룹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만 놓고 총연맹 차원의 총력투쟁을 계획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특히 이번 사안이 이랜드 그룹이라는 개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임을 감안할 때 민주노총의 이같은 행보는 파격적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농성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용역 경비원들이 부쩍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가 알고 보니 노조가 박성수 회장의 화형식을 준비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랬다는 것이었다.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그런데 우리가 준비한 것은 그 화(火)형식이 아니라 꽃으로 '일하고 싶어요'라는 문구를 만드는 화(花)형식이었다"며 "이것만 보더라도 노조는 평화를 원하는데 정작 폭력적인 상상을 하는 것은 회사임을 알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한편 이들의 농성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이들의 싸움이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비정규직과 사용자 사이의 대리전처럼 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산인권센터, 수원비정규센터, 행동연대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현행 비정규법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시하고 즉각 대책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벌어지는 비정규직 계약해지, 외주화는 애초의 법 취지를 무색케하는 법안 자체의 문제와 더불어 시행령의 편법성에 기인한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해당 노동자의 생존권과 인권을 지키는 것임과 동시에 사회양극화 해소, 경제정의 실현의 핵심과제임을 잘 알고 있을 정부가 이를 실천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의도와 욕심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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