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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산점제, 여성들만 피해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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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산점제, 여성들만 피해자일까?

[기자의 눈] 장애ㆍ군미필 남성에 대한 차별은 문제 없다?

지난해 말 현재 장애인 공무원의 고용률은 2.48%에 그쳤다. 지난 2005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개정돼 의무고용에 포함된 교원, 판사, 군무원 등의 직종까지 포함시키면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은 1.50%에 불과하다. 장애인 고용이 매년 늘고 있다고 하지만 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무고용율 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군가산점제가 다시 도입된다면 피해를 입는 것은 여성만이 아니다. 군대를 갈 수 없는 남성 장애인들도 마찬가지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 1999년 군가산점제 위헌 소송을 제기한 원고 중 1명은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군가산점제 논란은 곧바로 남녀간 '성 대결' 양상으로 비화되면서 장애인들의 문제는 묻혀버린다.

최근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가산점제를 재도입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본격화된 군가산점제 논란도 마찬가지다.

인식조차 못하는 장애인 고용 차별

고조흥 의원은 지난 25일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성계의 반대에 대해 "어머니나 누나가 이렇게 야박할 수 있냐"고 원망했다.

국방장관을 지냈던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날 "국방장관 재임 시 가장 통탄한 것이 헌재의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병사들에게 쥐꼬리만한 가산점을 주자는데 어머니들이 반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국방위원회는 장하진 여성가족부 장관을 불러 법안소위를 통과한 군가산점제에 대해 논의했지만 장애인(남성)의 문제는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들과 누나들이 모두 군대에 가는 아들과 남동생들을 둔 것은 아니다. 군 가산점점제 부활을 추진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눈에는 군대에 가지 못할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차별을 받는 장애인 아들이나 동생을 둔 어머니나 누나들의 가슴에 맺힌 '피멍'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군가산점제 문제가 장애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하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그만큼 장애인들의 취업 문제는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군가산점제는

기존의 군가산점제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총점의 3~5%를 가산점으로 주도록 돼 있었다. 이는 공무원 시험 응시율이 매우 높고 응시자들의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나뉘면서 군가산점제 때문에 여성과 장애인은 물론이고 군대를 안 간 남성들의 경우 만점을 받더라도 불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특혜가 됐다.

그러자 공무원 시험을 치렀거나 준비 중이던 여성과 장애인들이 공동으로 군가산점제가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고, 군가산점제는 1999년 폐지됐다.

이번 개정안은 폐지된 지 8년 만에 다시 제대군인들에게 군 복무와 관련된 보상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기존 제도와 다르게 이번 개정안에서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과목별 득점의 2% 이내의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바꿨다. 또 채용 선발 인원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응시 횟수도 대통령령을 통해 3회 정도로 제한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가산점의 비중을 낮추고 선발인원과 응시 횟수도 제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치를 두었더라도 고용상의 남녀평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적 가치를 여전히 침해하고 있다는 점, 또 실제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갈려 2%의 가산점은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수라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군가산점제, '돈 안 드는' 보상정책

장애인 문제에 주목하면 군가산점제가 남녀간 성 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군가산점제의 부활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맞지 않는다.

물론 군 복무로 인한 개인적 손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군가산점제는 아니다. 국가가 제대군인의 개인적 손실을, 그 손실과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보상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게다가 군가산점제는 해당되는 사람들에게는 취업이 되고, 안 되는 중대한 문제지만, 제대군인 전체를 놓고 봤을 돌아가는 혜택은 그리 크지 않다. 아니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는 제대군인에게는 돌아가는 혜택이 전무한 '불평등한' 정책이다. 군가산점제가 제대군인 보상정책의 '상징'처럼 여겨져 남성들의 지지가 절대적인 것이지,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군가산점제는 제대군인 다수를 포괄하는 보상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헌재의 위헌 판결이 나기 전까지 이 제도를 유지해왔고,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이 제도의 부활이 추진되는 것은 군가산점제가 돈 한푼 안 들면서도 취업이라는 경제적 보상을 줄 수 있는 '효과만점'의 정책이기 때문일까. 세제혜택, 학자금 지원, 취업지원시스템 마련 등과 같이 모든 제대군인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른 보상정책이 검토돼야 한다.

또 한나라당 예비대선후보인 이명박 후보 캠프조차 '부분적 모병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징병제도 자체에 대한 변화가 모색되는 상황에서 군가산점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국회 국방위는 9월 정기국회 이전에 공청회를 열어 군가산점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군가산점제가 아닌 좀 더 실질적인 제대군인 보상정책이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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