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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안은 많고 힘은 달리고…"총력투쟁 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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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요구안은 많고 힘은 달리고…"총력투쟁 이래서야"

이석행 "조직에 대한 항의로 머리띠 묶었다"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6월 총력투쟁 선포대회'는 민주노총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비정규법 시행령 및 차별시정안내서 폐기 등을 걸고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 마련된 자리였다. 이름은 '선포대회'였지만, 분위기는 '결전'을 앞둔 비장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는 "산별연맹들이 투쟁계획을 내놓지 않는데 머리띠만 묶으면 다냐"며 혼자 머리띠를 거부했던 이석행 위원장은 이날 '단결투쟁'이라는 빨간 머리띠를 묶고 대회장 앞자리에 있었지만 머리띠를 맨 의미에 대해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조직에 대한 항의의 의미"라고 말했다.
▲ 9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6월 총력투쟁 선포대회'.ⓒ프레시안

위원장의 대회사도 없었다. 마지막에 "연단에 올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며 무대 위에 오른 이 위원장은 발언 내내 산하 조직들의 무책임함을 꾸짖었다. 총력투쟁 선언문도 진영옥 수석부위원장에게 대신 읽게 하고 무대에서 서둘러 내려갔다.

"말로만 투쟁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던 이석행 위원장의 취임 이후 첫 번째 '총력투쟁'이 시작됐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난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 많던 "싸워야 할 때"라던 사람은 다 어디에?
▲ 당초 이날 대회에는 5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었지만 실제 참석자는 2000여 명에 불과했고,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현재 파업 중인 타워크레인 기사들이었다. ⓒ프레시안

이석행 위원장은 당선 직후부터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함부로 총파업을 선언하지 않겠다"고도 했었다. (☞ 관련기사 보기 : "'총파업' 마음대로 펼쳐놓고 쓰지 않겠다") 그런 민주노총이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포함해 '6월 총력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총력투쟁을 결정한 것은 공교롭게도 6월이 한미 FTA 체결을 위한 한미정상회담, 7월 비정규법 시행을 위한 후속작업의 막바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시기 등 노동자들에게 '사느냐 죽느냐를 가르는 갈림길'이기 때문. 한 마디로 "싸워야 할 때"라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이날 선포대회를 시작으로 오는 16일 최저임금 쟁취 민주노총 결의대회, 18~19일 비정규법 시행령 저지 및 특수고용 노동3권 쟁취 경고파업을 거쳐 29일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 시작점인 이날 분위기는 다소 침체돼 있었다. 참석자는 2000여 명에 불과했고 그 가운데 현재 총파업 중인 타워크레인노조의 750명을 포함해 건설연맹이 1000여 명을 차지했다. 전교조(위원장 정진화)와 보건의료노조(위원장 홍명옥)는 같은 시간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6월항쟁 기념 인간 띠잇기 행사 참가를 위해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당초 민주노총은 1만 명이 조직목표이며 5000명이 참석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싸워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작 힘은 달린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석행 "이 자리가 내가 소집한 자리냐?"

이 위원장의 표정이 내내 침울해 보였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보통 위원장이 하기 마련인 대회사는 현재 싸우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으로 대신했다. '식상한 형식을 바꿔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한 쪽에서는 "위원장이 대회사 할 기분이 아니다"라는 얘기도 들렸다.

이 위원장은 결국 투쟁선언문 낭독 직전 무대 위에 올라 "오늘 자리는 내가 소집한 자리가 아니다. 1만 명 모이기로 함께 결의한 선포대회 아니었냐?"고 질책했다. 그는 "오늘날 민주노총이 왜 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됐는지 돌아보자"고도 했다. "그 동안 수많은 결의를 했지만 제대로 한 것이 없었기 때문"인데 이날도 똑같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위원장은 "연단에 올라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머리띠를 묶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많은 조직들이 결의는 힘차게 했는데 실천으로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회 직후 만난 이 위원장은 산하 조직들에 대한 불만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아무 때나 머리띠 묶지 않겠다'고 했었던 그에게 '오늘은 왜 머리띠를 묶었냐'고 묻자 "조직에 대한 항의"라고 잘라 말했다. "중앙집행위원회에서 '6월에 총력투쟁하자'고 결의했고, 오늘 선포대회에 중집 성원들이 1만 명 참가를 약속"했었는데 '너무하지 않냐'는 것이다.

그는 "약속하면 지키자고 여러 번 당부했는데 (중집 성원들이) 약속을 안 지켰다"며 "조직별로 약속한 숫자와 오늘 참석자를 대조해 긴급 중집 소집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구안만 13가지…목 타는 이석행 위원장
▲ 민주노총의 6월 총력투쟁 요구안은 한미 FTA 저지, 비정규법 전면 재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인정 등 무려 13가지다. ⓒ프레시안

더욱이 민주노총의 6월 총력투쟁 요구안은 무려 13가지다. 대국회 요구안이 7가지, 대정부 요구안이 6가지다.

구체적으로는 △한미 FTA 체결 저지 △최저임금 94만 원 쟁취 △평화협정 체결-국가보안법 폐지 △비정규법 시행령·차별시정안내서 폐기 및 비정규법 전면 재개정 △필수유지업무 시행령 저지 △공무원 노동기본권 인정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입법 △산재법 개악저지 및 개혁쟁취 △사립학교법 개악 저지 △국민연금법 개악 저지 △의료법 개악 저지 △교수노조 합법화 △산별법제화 법 개정이 그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 내려가는 것만도 한참이 걸릴 정도다. 이렇게 요구안이 늘어난 것은 산하 조직들이 자신들의 당면한 문제를 모두 총연맹의 대국회·대정부 요구안으로 넣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우연히도 이 사안들의 국회 논의나 쟁점이 될 시기가 모두 6월 중순부터 말에 몰려 있어 총력투쟁 요구안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구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점이 없다는 것과도 같은 말일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이 가운데 한미 FTA, 비정규법, 최저임금,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입법을 중심에 놓고 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중점들도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지난해에도 민주노총은 한미 FTA와 비정규법을 막기 위해 11월 수 차례의 총파업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안 모두 '저지'에 실패했다. (☞관련기사 보기 : "아…총파업"…민주노총의 '고민')
▲ "목 타네." '준비되지 않은 투쟁은 안 한다'고 수 차례 공언했던 이석행 위원장이 '6월 총력투쟁'을 선언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프레시안

올해는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볼 수 있다. 한미 FTA는 재협상 얘기가 솔솔 나오기는 하지만 이미 협상 타결로 일단락이 됐고, 비정규법도 당장 7월 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최저임금과 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에는 노동계와 정부, 경영계의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다른 사안들이다. 그런 점에서 말 그대로 '실력행사'가 아니라면 '총력투쟁'이라는 선언만으로 민주노총의 요구를 관철시키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이런 난관들을 뚫고 13개 요구안 가운데 한 가지라도 얻어내기 위한 물리력도 충분히 뒷받침 되기 어려운 상황.

오는 25일과 26일 각각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조차 "쉽지 않다"며 간부파업 등으로 수위 조절을 고민 중인데다 다른 연맹 가운데 총파업이 가능한 조직은 사실상 없다.

이미 출발신호는 울려버린 가운데, "준비되지 않은 투쟁은 안 한다"고 수 차례 공언했던 이석행 위원장의 목이 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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