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총회장 출입을 이유없이 제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의 강기갑 의원은 이번 OIE 총회에서 참관이 가능한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참석중이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점을 우려하는 국회 농해수위의 문건을 OIE 사무총장 및 의장에게 전달했으며 국내 농민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원정투쟁단과 함께 장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쇠고기 수입 안하면 FTA도 없다는 미국 압력 보여주는 것뿐"
원정투쟁단의 일원인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대표는 2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농림부에서 파견된 대표단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강 의원의 활동을 방해했다"며 "옵저버라면 당연히 들어갈 수 있는 총회장 출입을 저지했으며, 심지어는 참가비를 낸 참석자들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총회 자료조차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제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홍하일 대표는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강 의원이 OIE 사무국에 수차례 문의한 끝에 22일 이후부터 총회장을 출입했으며 자료도 받을 수 있었다"며 "국회의원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는 공무원들은 대체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그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주장해 온 홍 대표 역시 옵저버 자격을 받아 민간전문가 자격으로 이번 총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대표단은 "민간인은 옵저버 자격을 부여받을 수 없다"며 단호히 거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부에서 추천을 받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었다.
홍 대표는 "또 한국 대표단은 미국의 사료나 예찰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의견서를 OIE 측에 제출한 뒤에도 미국을 '위험통제국'으로 분류하는 OIE의 안건에 찬성했다"며 "대표단의 어이없는 행동과 모순된 결정은 정부가 OIE 판정을 핑계 삼아 한미 FTA를 재협상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는 미국이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FTA도 체결해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자 겁을 먹은 나머지 국민들의 알 권리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한미 FTA 3차 협상에서도 '외부인'이라는 이유로 한미 FTA 협상의 문제점을 알리려는 강기갑 의원의 기자회견을 방해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그때 갑자기 브리핑룸 문이 잠긴 이유)
"이번 결정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 입증한 것"
OIE는 25일 오후 3시(현지시각)에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지난 20일부터 엿새간 진행된 총회에서 정해진 사안들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OIE 과학위원회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6개국에 대해 광우병 위험이 통제되는 '위험통제국(controlled risk)' 판정을 내렸다.
OIE의 판정은 국가간 협상에서는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쇠고기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OIE 판정 이후 즉각 무역대상국들에게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한국 정부가 OIE 지침을 존중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을 주목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언론들도 "30개월 미만으로 돼 있는 연령제한은 유지하겠지만 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은 허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상태다.
이에 대해 홍하일 대표는 "OIE에 참석한 다른 국가 대표단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에 여전히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을 근거로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해도 된다는 국내 언론들의 보도는 억측"이라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