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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영원히 '소수정당'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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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영원히 '소수정당'으로 남을 것인가?"

[반론]다시 진보정치를 생각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방법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정기 당대회에서 '개방형 경선제'를 부결시켰지만 민주노총이 최근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민주노총, 전농, 전국빈민연합 조합원이 모두 참여하는 '민중경선제' 도입을 민노당 지도부와 '논의'하기로 다시 결정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보기 :
민노당도 '경선 룰' 논란에 전전긍긍)
  
  이와 관련해 논란이 분분하다. 민주노총의 이같은 행동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이미 한 번 부결된 사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 집행부는 "'개방형 경선제'와는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민노당이 살기 위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광일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5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민주노총의 이같은 행보가 반민주적 행태이며 진보정당의 존재 의미를 상징하는 진성당원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보기 :
"민노총, 민중경선제 철회하고 차라리 혼자 가라") 이 교수는 "더욱 큰 문제는 민주노총 자체에 있다"며 "지금 민주노총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산현장에서 재생산되는 비대칭적이고 억압적인 관계를 해소, 극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현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프레시안>에 반박글을 보내왔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이 글에서 "민주노총의 재의 요구는 지난 결정 과정에서 풍부하고 충분한 논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에 제출된 '민중경선제'가 '개방형 경선제'와 같은 맥락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달라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당권을 잡거나 특정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민주노동당이 영원한 소수의 좌파정당으로 남지 않기 위한 민주노총의 '충정'이 잘 이해되고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편집자>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치 진영이 요동치고 있다. 그 대응 전술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힘을 모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민중경선제'를 둘러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동당에 배타적 지지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 사이의 논쟁도 치열하다. 이러한 논쟁은 형식과 절차를 뛰어넘는 내용적 가치와 정치적 의미가 있을 때 유용한 것이다.
  
  잘못된 결정에 재의 요구하는 것은 '반(反)민주'가 아니다
  
  반대하는 주장의 주요 근거는 지난 당대회에서 이와 유사한 안건인 '개방형 경선제'가 폐기됐는데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공당의 논의 및 의결구조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부정하는 반민주적 행태'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민주노동당의 회의규정에는 회기 내에도 잘못 결정됐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번안 요구를 할 수 있고, 차수가 변경되면 얼마든지 절차에 따라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의사결정에서, 정보의 미흡 등으로 잘못 판단하거나, 새로운 상황의 발생 등으로 대의원들의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 때를 위하여 마련한, 민주적 절차다.
  
  이번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민주노총의 재의 요구는 전번 결정 과정에서 풍부한 근거 속에서 충분한 논의가 미흡했다는 주장이다. 또 이번에 제출하는 안은 같은 맥락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달라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 지도부나 중요 당사자인 출마자들을 만나 '그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은 '압력의 행사'가 아니라 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보인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당대회가 소집되면 그 다음은 대의원에게 맡기면 된다. 민주노동당의 최고 의결기구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민중경선제' 도입하면 민노당이 보수정당이 된다고?
  
  반대하는 분들의 속내는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민중경선제를 실시하면 '진보정당의 존재 의미를 상징하는 진성당원제를 무력화시키고', '향후 민주노동당의 과두제를 심화시키는 지름길을 열며', 나아가서 '결국 민주노동당을 보수정당의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시켜 한국 정당민주주의를 엘리트민주주의의 그늘로 다시 회귀시키는 데 일조할 것'을 염려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전술적으로 민중경선제를 도입하면 정말 그렇게 될까? 이것이야 말로 토론이 필요하다.
  
  우선 진성당원제를 무력화시킨다는 배타적 지지에 대해 살펴보면, 그것은 진보정치 세력화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나라 특유의 모습이다. 잘 아는 대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단결의 구심인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의 성과로 시작됐다. 그렇기에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역할이 다른 한 몸으로 생각한다. 오로지 민주노동당만을 유일한 지지의 진보정당으로 인정하고 헌신하는 것을 배타적 지지라고 여기고 있다.
  
  조직 전체가 그렇기 때문에 개인별 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당원과 같은 소속감을 갖고 있다. 조합비나 연맹비 속에는 일정 정도의 당비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당이 필요로 할 때 조직의 결정에 따라 정치후원금을 의무적으로 냈으며 당 사업에도 참여했다.
  
  이런 민주노총의 조합원이나 전농 회원을 단지 개별 가입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른 일반 국민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배타적 지지의 단체 가입을 허락했으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하는 것은 조직 논리상 당연한 것이다.
  
  정말 '집권정당'이 민노당의 목표인가?
  
  민주노동당의 조직의 성과로 최근 10만 번 째 당원 가입이 있었다. 그러나 내부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당원은 그 절반 정도라니 민주노동당 당원의 질도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형편이 이러함에도 배타적 지지 조직의 성원을 당원 가입 여부로만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당의 당원확대 사업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배타적 지지 조직의 성원들은 당원가입의 우선적 대상이다. 적절한 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게 해 거리를 좁히고 친숙하게 하는 것은 가장 확실한 조직사업이다. 이번 대선과 총선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이번을 그냥 보내면 4-5년을 또 기다려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이 당권을 잡거나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 이런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을 잘 알면서 정파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단결해서 진보 대 보수의 대결 구도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 진보진영이 전술적 관점을 가지고 작은 차이를 극복하며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필연으로 사회양극화는 심해지고, 그 그늘에서 신음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는 높아가기만 하고, 한미FTA의 직격탄을 맞은 농민들의 눈에는 시뻘겋게 핏발이 서 있는데, 권력다툼에 혈안이 되어 서로 물어뜯으며 분열을 계속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소위 중도를 자처하는 패거리들의 진흙탕 싸움을 보고 있지 않은가.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언제 또 온단 말인가?
  
  진보진영이 지금 할 일은 단결이다. 남을 의심하고 비난하며 갈라서게 해서는 안 된다. 100년을 내다보는 전략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당장 닥친 대선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 전술적 고민도 필요하다. 최선을 다한 1년, 1년이 쌓여 그 결과로 100년이 만들어지는 것이지 어느 날 100년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민중경선제 수용 여부는 반대론자의 근거에서도 보듯이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대선을 선거권을 가진 5만 명 정도의 진성당원으로만 치르게 함으로 영원한 소수의 좌파정당으로 남을 것인지, 진보진영의 대단결을 통해 이 땅에 진보정권을 실현시킬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동안 집권정당이 목표라고 외쳐온 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후자일 텐데, 당 일각에서 보이는 요즘의 행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가진 것 과감히 버리고 몸을 던져라
  
  이제 우리는 좀 냉정하고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인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과감히 떠나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노동운동이나 진보정치의 대의라고 호도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럴 때 자기의 가진 것을 과감히 버리고 몸을 던져야 한다. 그럴 때라야만 우리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살고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우리 민중에게 조그만 희망의 불씨라도 새로 지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은 노동의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고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의 역사 속에서 몸을 단련시켜 왔다. 그러기에 그는 위원장이 되자마자 현장을 생각했고 현장과 함께 현장 속에서 뒹굴며 힘을 주고받기를 원했다. 그의 현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숨과 분노의 현장이고, 장기투쟁사업장의 억울과 눈물의 현장이다. 또한 그의 현장은 정파간 대립으로 찢어질 대로 찢어진 상처투성이 현장이요, 국가와 자본의 권력과 탄압에 짓밟힌 현장이다. 누군들 푹신한 의자에서 편안하고 싶지 않으며, 누군들 자기 집에서 편안히 잠들고 싶지 않겠는가?
  
  민주노총 위원장, 아니 민주노총이 이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자기를 희생하며 이 나라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나서겠다는 것을 의심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번 민주노총의 민중경선제 제안은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의 싸움에 온몸을 던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반드시 승리를 안아오겠다는 결의의 다짐이다. 이번 선거투쟁에 '올인'하여 전력투구하겠다는 약속이다.
  
  부디 민주노총의 이런 충정이 잘 이해되고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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