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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도 '경선 룰' 논란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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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도 '경선 룰' 논란에 전전긍긍

민노총 '민중경선제' 요청에 심상정-노회찬 '발끈'

민주노동당이 대선후보 선출과 관련한 경선 룰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3월 11일 정기 당 대회에서 확정된 '당원 직선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자는 요구가 민주노총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14일 심야까지 지속된 중앙집행위에서 민노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민주노총, 전농, 전국빈민연합 조합원이 모두 참여해 민노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하는 '민중경선제' 도입을 민노당 지도부와 '논의'키로 했다. 당초 민노당에 중집의 결의로 민중경선제 도입을 '요청'하기로 했던 원안에서 한 발 물러선 절충안이다.
  
  민중경선제는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단체로 참여 폭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지난 당 대회에서 부결된 '개방형 경선제(일반 국민들에게 경선 문호를 개방하는 방식)'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민중경선제는 80만 조합원의 대선 참여를 보장해 민노당 지지기반의 폭을 확대함으로써 침체된 진보진영의 대선 분위기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이미 지난주 민주노총 지도부가 민노당 지도부와 대선후보 3인의 캠프를 직접 방문해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확정된 경선 룰을 바꾸기 위해선 당 대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 절차적 문제와 함께 민노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김' 논란 등이 뒤엉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 문제로 민노당과 민노총 사이에 감정의 앙금이 깊게 패인 것도 사실이다.
  
  공은 이석행 위원장에게로
  
  이날 민노총 중집위에서도 격론이 오갔다. 이석행 지도부의 의욕과는 달리 중집위원들 사이에서도 반대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최용국 부산본부장은 "우리 뜻이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누가 봐도 민주노총 후보를 뽑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그런 면에서 당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늦었고 당 대회에서 결정된 사안인만큼 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만장일치의 결정이 어려워지자 '합의를 위한 논의'를 골자로 위원장에게 위임하자는 수정안이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임성규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이 "당 지도부가 당 대회의 결정사안을 뒤집는 결정을 하면 당 지도부가 상처를 입고, 당이 거부하면 민주노총 위원장이 상처를 입는다"며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참석한 중앙집행위 성원 35명 가운데 25명의 찬성으로 수정안은 통과됐다.
  
  이석행 위원장은 "민중경선제는 추후 진보대연합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민노당 지도부와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보고 안 되면 그에 대한 평가를 냉엄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합의가 안 되면 (민중경선제 요구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이 결정에 대한 모든 정치적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도 말했다.
  
  민노총-민노당 갈등의 도화선?
  
  당초 민노당 지도부는 민노총의 이같은 요구가 내심 달갑지 않으면서도 민노총 중집위 통과를 전제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는 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노총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당 분위기는 물론이고 민노총 중집위에서조차 진통만 양산하고 단일한 요구안을 정리해내는 데 실패함에 따라 민노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당 최고위 논의에 회부한다고 해도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경선 제도를 바꾸기 위한 당 대회를 여는 정상적 절차는 최고위원회의와 중앙위를 거쳐야 한다.
  
  민노총이 이런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청으로 당 대회를 소집하는 강공책을 쓸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결과도 장담 못하고 역풍만 초래할 수 있는 이같은 무리수를 민노총 지도부가 강행하기에는 적지않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이같은 수순을 밟을 경우 민노당과 민노총의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민노당 지도부의 대응도 신중하다. 민노총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성현 대표는 이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 자제를 요청하며 대응 창구를 당 지도부로 한정했다. 그러나 각 대선주자 진영은 신중함 속에 사태 추이를 주시하면서도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 가장 강경한 반대론에 서 있다. 심 의원은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확정된 사안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모든 과정에 걸쳐 혼란과 갈등만 부추긴다"며 "이를 재론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는 "민노당이 민중참여경선제를 재론하면서 내부 혼란이 가중되면 일반 국민들은 민노당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선이 아니라 기존 보수정당과 똑같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정당으로 취급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회찬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원칙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당이 공식적으로 대처할 일"이라면서도 "당 대회에서 결정했고 대선후보 등록까지 받아 놓은 상태에서 번복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는 "선거 룰을 둘러싼 논란은 본전 건지기도 힘든 것"이라며 당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하는 한편 "이미 결정 난 것을 생각이 다르다고 바꾸면 다음에 또 누가 반대하면 또 바꿀 것이냐"고 반문했다.
  
  권영길 의원 측은 입장표명 자체를 자제했다. 권 의원 측은 "당 대표의 당부가 있었다. 방침이 결정될 때까지는 입장을 밝히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영길 캠프 내에선 "문제를 민중경선제냐 당원직선제냐 하는 단순한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진지한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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