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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맞서 C급 노동자가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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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맞서 C급 노동자가 뭉쳤다"

삼성 하청노동자들 '무노조경영'에 맞서 공동 투쟁 시작

"삼성에는 세 등급의 노동자가 있습니다. A급은 정규직 노동자, B급은 기존의 정규직이었다가 전환사원이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C급은 처음부터 삼성의 하청업체에 입사해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경기도 평택과 군포 그리고 울산광역시 등 전국 각지에 있는 삼성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7일 자신의 소속 업체와 지역을 뛰어넘어 삼성에 맞선 공동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3월 17일 처음으로 울산 삼성 SDI 사내기업 노동자, 평택의 삼성코레노의 하청 노동자, 군포의 쎌콤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거대 기업 삼성에 맞서 우리도 힘을 모아보자"고 마음을 맞춘 지 한 달 반 만이다.

7일 오전 서울 태평로의 삼성본관 앞에서 만난 이들이 털어놓는 자세한 상황은 서로 달랐지만 삼성의 부품단가 경쟁으로 인해 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인력비 감축을 위한 삼성의 구조조정에 의해 하청업체가 문을 닫아 거리로 쫓겨나고, 노조를 만들려고 하면 어느새 해고통보가 날아오는 등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만은 똑같았다.
▲ 경기도 평택과 군포 그리고 울산광역시 등 전국 각지에 있는 삼성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소속 업체와 지역을 뛰어넘어 삼성에 맞선 공동투쟁을 시작했다.ⓒ프레시안

"최저임금도 못 받고 화장실도 못 가고 일했는데…"

▲ -삼성셀콘 폐업철회 대책위원회 임옥경 씨.ⓒ프레시안

"저는 삼성의 핸드폰 밧데리를 생산해 온 삼성의 외주하청업체 주식회사 쎌콤의 노동자입니다. 쎌콤에서 10년을 일한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수당을 제외하고 68만 원 수준이예요. 최저임금도 안 되는 거죠.

그런 돈을 받고도 열심히 일해 왔는데 올해 1월부터 회사가 순식간에 정리해고를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 3월 폐업을 했습니다. 쎌콤이 삼성 애니콜의 밧데리를 지난 10년 동안 책임져 왔는데 삼성이 부품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청거래를 중국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네요.

삼성이야 값싼 중국 물품을 쓰기 위해 하겠다는 거지만 우리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어쩌란 말입니까."

-삼성셀콘 폐업철회 대책위원회 임옥경 씨.
▲ 금속노조 울산지부 하이비트 대표 최세진 씨.ⓒ프레시안

"삼성SDI의 울산 공장에는 4만 평 규모의 PDP 생산공장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군요. 그런데 바로 옆의 브라운관 생산라인에서는 물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사내기업들이 잇따라 폐업하면서 하청 노동자들이 공장 밖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하청업체 하이비트도 지난 4월부로 회사가 폐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사해 지금까지 100만 원도 못 받으며 일해 온 댓가가 이런 거라니요…." - 금속노조 울산지부 하이비트 대표 최세진 씨.

"일본자본과 삼성의 합작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삼성코레노에는 1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입사한 후 2년 1개월 동안 참 별의 별 일을 회사에서 다 당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횟수와 시간을 모두 체크해서 사람별로 평균을 내 공장 한쪽에 공개적으로 붙여 놓지를 않나, 생리휴가를 썼다고 현장에 못 들어가게 하고 하루 종일 계단 청소 같은 일을 시키며 벌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동료들 가운데 방광염으로 퇴사하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그 결과 회사는 매달 400억, 연매출 4000억이라는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네요." - 삼성코레노 민주노조 추진위원장 노경진 씨.

"삼성이나 하청업체나 노조탄압 수법은 판박이"
▲ 삼성코레노 민주노조 추진위원장 노경진 씨.ⓒ프레시안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면 개별면담, 미행, 도청, 금품회유, 납치 등 온갖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삼성의 무노조 정책은 삼성의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의 노무관리에까지 고스란히 전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관리 정책은 당연히 하청이 원청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 원청회사가 못마땅해 하는 노동조합을 삼성의 하청업체가 인정해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코레노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다 해고통보를 받은 노경진 씨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모든 동료들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지만 삼성의 철저한 관리와 방해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노 씨는 "관리자들의 개별면담, 감시, 생산사원과의 격리에 이어 결국 해고통보가 날아왔고 회사는 전체 1200명 노동자 가운데 조합원 20명의 유령노조를 만들어 단협을 체결했다고 발뺌했다"며 "삼성과 싸움이 쉬운 것이 아님을 몸으로 절실히 느꼈다"고 토로했다.

"삼성과 싸우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구나…"
▲ 이들은 오는 10일 오후 2시 삼성 본관 앞에서 대규모 집중집회를 벌인다.ⓒ프레시안

싸움의 과정에서 이들은 원청회사인 삼성을 상대로 싸워야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삼성의 근본적인 경영 철학을 무너뜨리지 않는 한 개별 하청업체들과의 '투쟁'이 어떤 성과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들 세 기업의 노동자들은 삼성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금속노조, 다산인권센터, 민주노총 등과 함께 '삼성 비정규·하청 노동자 공동 투쟁단'을 만들었다. '대(對)삼성 투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기 위해서다.

공동 투쟁단의 첫 '투쟁'이었던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삼성의 세계적 기업, 초일류 기업 신화는 기적이 아니라 삼성과 삼성 하청 노동자들이 불철주야 일한 소중한 땀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끊임없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다"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삼성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동 투쟁단은 "이제 생존권 사수의 절박한 심정으로 삼성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뭉쳤다"며 "삼성의 오만한 '무노조 경영'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0일 오후 2시 삼성 본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공동투쟁단은 "이 자리에 파업 중인 시사저널 기자들을 포함해 삼성과 관련된 일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이 모두 함께해 삼성의 천박한 경영철학을 사회적으로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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