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영한나라당'이 아니라 '영삼성'?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영한나라당'이 아니라 '영삼성'?

[20대 보수화? 그 이면①]"학점 4.5로도 부족해"

올해 초 몇몇 언론에서 소위 '20대 보수화' 경향을 다뤘다. 과거 '한나라당 반대' 입장이 다수를 차지하던 20대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50% 가까이 되는 현상을 보인 것이 계기였다. 이들 기사를 보면 20대 '보수'가 윗 세대의 '보수'와 같은지 다른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이들이 올 연말 치러지는 대선에서 실제로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20대 보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지난 2002년 대선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도 모른다. 2002 한일 월드컵의 여세를 이어받은 '20대 열풍'은 인터넷에서, 광장에서 정치적 지형의 변화를 이루는 데 일조했었다.

이처럼 정치적 관심에 일차적 초점이 맞춰진 '20대 보수화' 담론은 정작 20대가 보수화됐다면 왜 보수화됐는지, 보수화됐다는 이들의 생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이들의 변화가 한국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인지는 포괄하지 못했다.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전경련과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동아리인 '영리더스클럽'(Young Leaders' Club·YLC), '인재제일' 등의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을 만나봤다. '대학'이란 공간에 대기업이 직접 만들고 후원하는 동아리가 보편화됐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도 사회생활에 대한 간접 경험, 취업에 직·간접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과 인맥 등 좀 더 '현실적인 요구'로 변했다. 물론 이들 대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전 세대와 달라진 의미의 '대학 생활'을 자발적이면서 적극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이들을 통해 달라진 20대들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이 같은 판단에 기반해 YLC, 인재제일 등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의 대학생의 일상을 그려봤다. <편집자>

'삐그덕.'

4월 마지막주 어느날 한 대학 단과대 과방. 05학번 Y 군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이 방금 끝났다. 그렇지만 Y 군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다. 5월에 있을 영리더스클럽(Young Leaders' Club·YLC) 학술제 예선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

'대학과 기업을 잇는 징검다리'로서의 동아리 활동

다음주까지 제출해야 할 전공 과목 리포트도 있지만 Y군에게는 학술제가 더 신경쓰이는게 사실이다. 리포트는 매주 내지만, 전국단위 YLC 학술제 우승은 1년에 한 번뿐이다. 또 YLC 학술제 우승은 취업할 때 이력서 경력란에 한줄 더 쓸 게 생기는 일이다. 이날 저녁, 같은 학교 YLC 회원들 몇명과 학술제에 대한 얘기도 할 겸 모이기로 했다.
YLC(www.ylclub.net)
▲ ⓒYLC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매년 주최하던 대학생 캠프인 YLC(Young Leaders' Camp)가 모체가 돼, 지난 2002년 창설된 전국 규모의 대학생 연합 동아리.

시장경제 원리를 익히기 위한 강연, 포럼, 학술제 등이 주요 활동이다. 회원들은 한 학기동안 필수포럼, 열린강연회 등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준회원'으로 승격되며 정회원이 되기 위해선 경제, 경영, 근현대사 과목을 듣는 'ALP(Advanced Learning Program)'를 수료해야 한다.

전경련을 매개로 기업인뿐만 아니라 교수, 정관계 인사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최근 창립 6주년을 맞아 발간한 활동자료집에 미래에셋 강창희 소장, 미래문화포럼 복거일 대표, 홍익대 김종석 교수, 이화여대 주철환 교수 등이 축사를 써주기도 했다.

필기시험, 면접 등을 통해 매 학기 200여 명의 신입회원을 선발하며, 전국적으로 600여 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한다. 수도권 3개 지부(안암, 신촌, 관악)와 전국권 4개 지부(경남, 경북, 전라, 충청)가 있다.

전경련은 1년에 2번 열리는 총회를 비롯해 열린강연회, 필수포럼, 운동회, 학술제, 취업박람회 등 활동과 관련된 경비를 전액 지원하며, 열린강연회 초청 강사 섭외에도 도움을 준다. 활동 성적이 우수한 회원에게는 해외 산업 시찰 기회도 준다.

"누나,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여기 계세요?"

두 학번 선배인 C 양이 과방에 앉아 있었다. 기업 인턴십 등 각종 활동으로 늘 바쁘게 사는 그는 Y군에게 '롤 모델'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C 양은 YLC 활동을 마친 선배이기도 했다.

"저녁에 L 기업 이사님 인터뷰가 있는데, 그 전에 그 분 책 좀 훑어보고 있어."

C 양은 이날도 변함없이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모드'였다. 최근 삼성이 운영하는 대학생 웹진 '인재제일'에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껏 바빠진 모습이었다. Y 군 역시 다음 학기에는 C 양을 통해 알게된 '영삼성 열정운영진'에 지원해볼 생각이다.
인재제일(www.injaejeil.co.kr)
▲ ⓒ프레시안

삼성인력개발원이 운영하는 대학(원)생 격월 웹진. '대학과 기업을 잇는 징검다리'라는 주제 아래 1989년 종이잡지로 창간됐으며 1998년부터 웹진으로 운영돼 오고 있다. 삼성 취업정보, 기업문화, 과학기술 소개, 대학 과학동아리 탐방 기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약 15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된 '학생기자단'이 제일기획 등 삼성 소속 회사와 함께 기획회의를 하고 취재활동을 한다. 한 학기당 60만 원의 장학금과 함께 원고료가 지급된다.

이밖에도 기업이 운영하는 대학생 웹진으로는 LG '미래의 얼굴'(http://future.lg.co.kr), 현대 '영 모비스'(http://young.mobis.co.kr) 등이 있다. 모두 대학생들이 기자로 활동하며 소정의 장학금과 원고료를 지급한다.

영삼성(www.youngsamsung.com)
▲ ⓒ프레시안

2005년부터 삼성이 운영하는 20대 포털사이트. 삼성 채용정보를 비롯해 외국어, 아르바이트, 생활·문화 정보 등 취업과 연관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영삼성 기획 및 운영은 매학기 10여 명으로 구성된 '열정운영진'이 맡으며 사이트 모니터링, 취재 및 기고 등 활동을 한다. 운영진들은 소정의 활동비(학기당 120만 원) 및 해외 배낭여행비를 지급받으며 삼성그룹이 주최하는 활동에 참여하면 지원을 받는다.

현대자동차 역시 지난 2003년 개설한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영현대'(http://www.young-hyundai.com)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또한 현대자동차 홍보단, 리포터, 탐방대원 등의 각자 역할을 맡은 '열정운영진'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하긴 Y 군이 YLC에 가입하게 된 것도 C 양 덕분이었다. 그는 3학년이 되는 Y 군에게 "너도 이제 '스펙'(학점과 영어점수 등)에 도움이 되는 대외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 자극을 줬다. "열정만 있으면 된다"는 YLC모집 포스터를 보고 마음 놓고 있던 Y 군에게 "신입회원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다"며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고 조언한 것도 C 양이었다. 신입생 모집시험 문제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것. C 양의 말대로 모집시험에서는 '원이 엔보다 평가절상된 것에 대한 해결방안을 써보라'는, 평소 상식으로는 쓰기 힘든 문제가 출제됐다.

'복학생 마인드(제대 뒤 학업에 열중하는 대학생들을 두고 이르는 말)'로 준비한 덕택에 Y군은 필기시험 며칠 후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학술제로 고민하고 있던 차에 마침 작년 학술제에서 우승했던 C양을 과방에서 만난 Y군은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누나, 누나 땐 도대체 어떻게 준비했어요?"

"불평등한 미국과 평등한 아프리카? 선택은 당연한 것 아닌가"

"학술제 준비? 벼락치기 한다고 뭐가 되겠니. 이것저것 상식 준비를 충실하게 해놓으면 될 거야. 기초적인 경제학 원리라든지, 한미 FTA라든지…."

"FTA! 안그래도 YLC 강연에 오시는 분들마다 강조하던데, 당연히 알아둬야겠죠?"

Y 군은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간 YLC에서 GE 코리아 이채욱 회장, 제프리 존스 전 미상공회의소장 등의 강연을 차곡차곡 들어오지 않았던가. 지난 3월에는 한미FTA체결지원단에서 일하고 있는 국제변호사가 강연을 하기도 했다. 오는 6월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강연도 있을 거라고 들었다.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것은 과감하게 농업을 버렸기 때문이죠. 농업인구가 50~60%일 때 미국 토지 대부분은 농장과 초목이었지만 농업인구가 대거 제조업으로 이동하면서 지금은 농업인구가 3%정도라고 들었어요. 그들이 미국인들에게 충분한 양의 농산물을 제공하는 걸 봐도 제조업 중심의 정책이 성공적이었단 걸 알 수 있죠."

"어느 교수님이 묻더라. 불평등한 미국이 좋은지, 아니면 평등한 아프리카가 좋은지. 난 당연히 불평등한 미국을 선택할거야.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고 잘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니까. 개방화가 대세인데 우리에게 다가온 개방의 기회를 그냥 날려보내는 건 아깝잖아."

"사회적 약자?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끌어안으면 된다"

"그거 완전히 '파시스트'같은 발상이잖아."

생뚱맞게 대화에 끼어드는 B 군의 말에 C 양과 Y 군이 동시에 돌아봤다. 지난 학기 B 군과 같이 독서 토론를 했던 C 양은 B 군이 뭘 말하려는지 알 듯 했다. 지난해 여름 제대한 B 군은 복학한 뒤 취업 준비에 힘쓰는 다른 동기들과는 달리 집회에 참가하고 토론 모임에도 열심이었다. 그런 B 군을 두고 학과 내에서는 '독특한 선배'라고 불렀다.

"지금 네 말은 어른들의 이분법과 똑같아. 시장경제 찬성하면 다 '보수'니? 전경련에서 지원받는 YLC를 '보수 단체'라고 하지만 우린 그 안에서 우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체적으로 외국어 스터디 모임, 봉사활동 모임을 열어. 자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아?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까?"

"그런 신자유주의적인 생각으로 사회가 좋아질 수 있을까? 그럼 일할 능력이 없는 중증장애인들처럼 사회적 약자들은 어떡하고? 생존에 위기를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더 불안해지는 거 아냐?"

"글쎄. 한국 사회의 위기는 오히려 사회적 재분배를 너무 강조해서 온 것이 아닐까? 정치인들이 복지를 중시하고 세금을 많이 걷겠다고 하니까 국민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그만큼 생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복지에 관심 없는 건 아니라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은 필요하지. 그렇지만 무조건 세금을 많이 낸다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건 아니잖아."

"도대체 언제까지 아둥바둥 살아야 하나"

B 군과의 논쟁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과방을 나와 YLC 회원들과의 약속 장소로 향하는 Y 군의 시야에는 교정을 가로질러 시끌벅적 어딘가로 향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중간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쫑파티'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저 애들도 넋 놓고 있다간 곧 후회할 텐데.'

잠시 '쫑파티'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던 Y 군은 혼자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이 복잡해진다. 얼마 전 모두가 부러워하는 유명 대기업에 취업한 한 선배의 푸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회사에 가보니 서울대 출신인 나도 괴리감을 느끼더라. 우리 사무실에서 국내 대학 출신은 나 밖에 없더라고. 여기 말고도 대기업들 요즘 해외파 많이 뽑지. 우스개 소리로 '한국에서 대학 나온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라고 말하기도 하거든. 취업 성공했다는 여기 사람들도 걱정이 없는 게 아니더라고. 빠르면 30대 후반, 늦어도 40대에는 다시 무엇을 해야 할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잘난 선배가, 취업한 다음에도 힘들어하다니…. 대체 '스펙'은 어느 정도로 좋아야 하고 언제까지 이렇게 아둥바둥 살아야 하는 거야?' 교문을 나서는 Y 군의 발걸음은 따뜻하게 내리쬐는 봄날 햇살과 상관없이 계속 무거워진다.
"도태되는 게 두렵다"

"학내 활동만으로는 내가 도태되는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요즘 대학생들의 활동이 '탈학교화' 추세인 건 사실이다."

인재제일 기자로 활동한 A(23) 양은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경쟁에서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꼽았다. "학점 4.5를 맞아도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대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이력서를 다채롭게 채워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A 양은 "삼성이라는 메리트가 컸고, 이력서도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한 뒤 바로 일하고 싶은데 교양과 전공과목 들어서는 그럴 수 없다"면서 "그래서 기업체 활동에 관심 많이 갔다"고 덧붙였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면서 "취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택한 YLC 회원인 D(25) 군은 "동아리에서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주로 배우는데 이공계에서는 배울 수 없는 내용"이라면서 "합리적 사상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YLC 회원인 E(23) 양은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고 인맥도 쌓을 수 있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미, 개인적 관심사 등을 이유로 동아리를 선택하던 선배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른 '동기'들이다.

이들은 이같은 연합 동아리 외에도 경력을 쌓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A 양은 워싱턴 견학 준비도 하고, 언론고시팀에서 공부도 하고, 학교의 리더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고, E 양도 '경영 컨설팅'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미래를 고민하는 학생 입장에선 사회가 뻔히 보여"

YLC 전 회원이면서 한나라당 정책 제안 활동을 하기도 했던 F(23) 양은 "미래를 고민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사회가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활동을 해도 '출발선'부터 다른 이들을 따라 잡을 수 없는 '현실'이 뻔히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조기유학 등 갔다온 사람들 보면 별로 아둥바둥 사는 것 같지 않는데 왜 한국 학생들은 그렇게 열심히 살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A 양도 "사법시험 붙은 이들 중 20% 이상이 외국어고와 강남8학군 출신이라고 들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학력 제한이 없다는 이유로 가장 확실한 신분 상승의 통로로 여겨졌던 각종 고시의 합격생도 이제 대한민국 인구의 1%가 조금 넘는 강남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됐다.

그래서 이들이 바람직한 사회에 대해 "능력있는 사람이 노력한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라고 대답하는 것은 이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변화를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아둥바둥해야 하는 '경쟁적 현실'에 '바람막이' 하나 없이 내팽겨쳐진 상태다. '대학'이란 간판이 어느 정도 이상의 직장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던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양극화 현상이 기업들간에도 뚜렷이 나타나 임금, 직원 복지, 고용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 이상이다. 따라서 공무원이나 공기업이나 대기업 정규직이 되기 위해선 남들보다 하루라도 빨리 '취업 준비 모드'로 일상 생활을 전환해야 한다. 소위 대학 본연의 '진리 탐구'나 추구하고 있다간 '비정규직'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이같은 '취업시장'에서 경쟁이 반드시 공정한 것도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인맥'과 '빽'으로 안되는 게 드물다는 것, 또 강남 출신 등은 상류층은 이미 동원할 수 있는 많은 자원을 갖고 있어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계급의 대물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능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의 의미는 이런 현실 속에서 해석돼야 한다.

이들도 '현실의 변화'를 꿈꾼다

하지만 이들이 '한줄 세우기'가 익숙한 현재의 한국사회의 질서를 긍정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A 양은 "지금 한국사회는 일을 선택할 때 재미와 자부심보다 안정성, 수입, 명예를 고려한다. 외국의 어떤 놀이터 수리공의 사례를 봤는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참 대단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명함을 내밀 때도 삼성과 중소기업의 느낌 자체가 다르다. 이런 인식의 재배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군은 "인종, 종교, 국가를 떠나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회"라고 말했고, 또 다른 YLC회원은 G(24) 군은 "누구든지 희망을 가질 수 있고 희망을 좇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회"를 원했다.

이들은 부와 명예라는 단 하나의 잣대를 강요하는 현실을 넘어서서, 인종·성별·종교 등 차이를 '차별'이 아니라 그야말로 차이로 인정하는 사회, 가정 형편 등 현실을 떠나 누구든지 미래에 대한 꿈을 품을 수 있는 사회 등을 내다보며 현 사회체제와 인식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무섭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이 '보수화'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역시 과거의 여느 세대와 마찬가지로 사회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이들이 꿈꾸는 변화가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느냐는 것은 비단 이들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