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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덜난 개혁' 앞에 아직도 할 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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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덜난 개혁' 앞에 아직도 할 말 있나?

[기고]盧정부-우리당, 1년도 못가 '사학법 투항'

사학비리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수단인 개방형이사제가 시행된 지 1년도 못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최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개방형 이사제 요건 완화와 국민연금법 처리 등을 맞바꾸기로 한나라당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26일 의원총회를 열어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는 방향으로 당론을 바꿀 예정이다.
  
  양당의 합의대로 개방형이사 2배수 추천위원회를 학교운영위원회(대학은 평의원회)와 종단이 같은 수로 구성하면 개방형 이사는 종단추천 인사가 될 수밖에 없다. 무늬만 개방형이지 실제로는 재단 측 이사가 되는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학재단 이사회는 종전처럼 재단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100% 구성된다. 사학비리에 대한 견제수단이 없어지는 것이다.
  
  최소한의 비리 견제도 거부하는 사학재단들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재단 이사 7인(이상) 가운데 4분의 1(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2배수 인사 중에 선임하는 제도다. 사학재단 이사회에 외부인사를 1명이라도 참여시켜 사학재단이 제멋대로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이사의 수가 4분의 1에 불과해 과반수가 필요한 학교운영권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일부 사학들은 '전교조의 학교 장악음모'로 초점을 흐리며 개방형 이사제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2006년 7월1일 시행된 이래 선임된 420명 개방이사(2007년 1월 현재) 중 전교조와 관련이 있는 개방이사는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이사장 출신 5명, 총장, 교장, 교감, 행정실장 출신 111명 등 사학재단 측 인물 다수가 개방형 이사로 진출하고 있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대부분의 사학은 재단 관계자들의 축재수단
  
  올해 3월 감사원과 교육부가 발표한 감사결과는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우리 사학의 현실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124곳 사학법인 가운데 72%에 달하는 90곳이 검찰 고발이나 징계, 시정조치를 받았다. 교육부도 65개 사립대학에서 징계 등 신분조치 844건, 고발 등 행정조치 216건 등의 조치를 내렸고, 77건의 재정조치로는 700억 원을 회수 또는 변상조치 했다.
  
  비리사학들은 법도 정관도 무시했다. 00학원은 하지도 않은 학교시설 공사비로 교비 28억 원을 빼내 설립자에게 줬다. 00학원 이사장은 263차례나 가짜 지출결의서를 만들어 교비 7억여 원을 빼돌렸다. 00학원 이사장은 미등록업체와 시설공사 계약을 하고 뒷돈을 챙겼다. 이사장과 특수관계인에게 공사를 맡기고 하지도 않은 터파기공사비로 65억 원을 지불한 사례도 있다.
  
  교원 자격이 없는 이사장 친인척을 교원으로 채용한 사례도 다수였다. 이사장에게 뇌물을 주고 교장 자리를 청탁하거나 비리로 쫓겨난 교장이 아들이나 아내를 개방이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00도 교육청은 학교법인들이 친족임원 제한규정을 위배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설립자나 이사장들이 사학을 축재수단으로 농락하고 있는데도 감독과 견제는 없었다.
  
  유일한 개혁성과마저 포기한 정부와 우리당
  
  사정이 이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개방형 이사제를 되물리려 하고 있다. 2005년 12월 9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한나라당 결재 없이 통과시킨 유일한 개혁입법을 스스로 포기해버린 것이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에는 개혁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됐다. 한나라당과 함께 사학비리를 조장한다는 오명만 덧쓰게 됐다.
  
  노무현 정부의 행태는 더욱 볼썽사납다. 국회 교육위원인 정봉주 열린우리당 제6정조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화를 걸어 사학법 재개정을 부탁했다"고 확인했다. 그런데도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전화통화는 사실이나 사학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얘기한 적은 없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기억하고 있다. 2006년 4월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불러 사학법 타협을 종용한 바 있다. 올해 2월 9일에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회담을 하면서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사법개혁법 통과를 주고받은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사학법을 연금법이나 로스쿨법과 바꾸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대연정과 한미 FTA에서 보았듯이 노 대통령은 시장만능주의의 선봉장이 된 지 오래다. 전통적인 지지자들을 배신하고 한나라당의 품에 안겨 버린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마지막 남은 명분마저 팽개치고 노 대통령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사학운영비의 98%가 세금과 등록금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사학재단 설립자와 이사장들은 학교를 사유화하고 족벌운영을 하면서 축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비리를 막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교육과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양심이 있다면, 재집권을 이불 속에서나마 소리친다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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