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17일 오전 조 씨를 포함해 33명이 사망하는 사건 발생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이날 밤 용의자가 당초 알려졌던 중국계 유학생이 아닌 한국교포 1.5세대임이 알려지기까지 과정이 긴박했던 만큼 일간지들은 사건 경위 등 사실을 전달하는 기사에 치중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미국 내 한인사회와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한겨레> 유일하게 사설 실어…"미국 총기 문화가 주요 원인"
이날 조간신문 중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한겨레>는 이날 "충격적인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이라는 사설에서 "이런 끔찍한 사태가 빚어진 데는 미국의 부정적인 총기문화도 중요한 원인이 됐다"며 "8년 전 콜럼바인 고교 사건 당시 미국 사회는 총기규제를 강화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지만, 아무런 실질적 규제 조처를 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또 "냉혹하게 총기를 휘두른 범인의 범행 동기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여자친구와의 다툼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자신의 사적인 분노를 풀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인명을 경시하는 현대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실제로 미국 사회는 학생과 교사 15명이 숨진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거의 매년 이와 비슷한 총기난사 사건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버지니아주 역시 총기소지 허가가 없어도 한 달에 권총 한 정을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총기관리가 허술했다"면서 "총기규제 여부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논란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 사회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앙> "한국학생들 제대로 졸업할 수 있을지"
반면 <중앙일보>는 이날 "'자기 잘못을 세상 탓으로…' 반사회적 인격 장애 가능성"이라는 기사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용의자인 조 씨 개인의 문제로 해석했다.
<중앙>은 "전문가들은 총기 난사 용의자 조승희 씨가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며 "이 병은 생각과 논리, 감정 등 정신기능은 정상이다. 당연히 형법상 면죄 사유가 안 된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범죄도 눈 하나 까딱 않고 저지르며 참회나 양심의 가책으로 괴롭지도 않다"며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며 선천적으로 뇌 속의 유전자나 화학물질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중앙>은 "연쇄 살인, 대량 학살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사기.절도.강도.강간 등 끊임없는 범죄 행위로 평생을 교도소에서 사는 경우가 6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교민 사회는 패닉 상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버지니아 한인회의 백인섭 회장의 말을 인용해 "북버지니아에 사는 교민 자녀의 상당수가 버지니아공대에 다니는데 앞으로 이들이 제대로 졸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보도하는 등 이번 사건이 한인 교포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비자면제, FTA 비준 등 한미 관계 우려"
또 이날 신문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 내 한인사회뿐 아니라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세웠다.
<동아일보>는 "정부, 미국내 반한감정 '불씨' 번질까 긴장"이라는 기사에서 "정부는 특히 이번 사건이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한-미 관계·FTA에 악영향 미칠까 초긴장" 기사에서 "한-미간의 북핵 문제 협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 의회 비준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청와대 측 반응을 전달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오전 발 빠르게 인터넷 사이트에 "▶◀ 한국인으로서 이번 사태의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밝히며 '총기난사 추모게시판'을 개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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