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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원청도 사용자"…간접고용 노동자, 시름 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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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원청도 사용자"…간접고용 노동자, 시름 덜까

법원, 현대중공업사건 등 잇따라 노조 손 들어줘

"우리는 도대체 누구와 얘기를 해야 하나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노무관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접고용'이라는 고용 형태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었다.

어느 회사나 있을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대해 해결을 해달라고 요구하려면 근로계약 당사자인 업체의 사장들은 "나는 아무 힘이 없다"고 말하고 노동력을 제공받는 원청은 "법적으로 나는 아무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보기 : "아…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요?")

이처럼 '오갈 데 없는' 이들의 신세와 관련해 법원이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을 경우 원청도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이같은 판결은 법원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서 원청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용자로서 원청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 개선에 활로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노위·서울행정법원에 이어 고법까지 "원청도 노조법상 사용자"

11일 서울고등법원 특별5부(재판장 최은수)는 노조 설립 이후 업체가 폐업되면서 해고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관련된 판결에서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 폐업이라는 방식으로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사업장에서 배제(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아울러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는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1년 전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재확정한 것으로, 앞서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원청도 사용자"라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또 지난 5일 대구고등법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검찰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는 것이 형법상 공갈·협박죄에 해당하고 노조 전임비를 지급받은 것은 금품갈취"라며 대구경북건설노조 간부들을 구속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건설일용근로자들과 형식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업체들도 위 일용근로자들과 사이에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당사자"라며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했다. 이 판결로 1심에서 실형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조기현 전 대구경북건설노조 위원장은 석방됐다.

물론 이전에도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근로자대책특별위원회까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그간 원청의 사용자 인정에서 인색했었다.
▲ 이번 판결은 '노동자이면서도 노동3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향후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나오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프레시안

'노동자이면서 노동3권 보장 못 받던' 간접고용 노동자, 법적 보호 길 열리나?
▲ 노동계는 그동안 일관되게 "원청이 도급계약을 해지하거나 폐업을 유도하는 등 노사갈등에 직접 깊숙이 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프레시안

이번 판결은 '노동자이면서도 노동3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향후 원청을 교섭 테이블로 나오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근로계약상 사용자와 스스로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용자가 다른 아웃소싱, 용역, 도급, 위탁, 사내하청, 근로자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문제는 법적으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곤 했다. 교섭을 통해 풀 수 있는 문제들도 교섭 대상 자체가 없어 농성과 파업까지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최근 발생한 울산과학대(☞ 관련기사 보기 : "정몽준 의원님, 이래도 되나요?")와 광주시청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알몸시위'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도 롯데호텔(☞ 관련기사 보기 : 롯데호텔 앞에서 소복 입고 3보1배 나선 아줌마들), 라파즈한라시멘트(☞ 관련기사 보기 : "프랑스 모범기업, 한국에선 노동법도 안 지켜") 등 노조를 만들기만 하면 업체를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조합원을 해고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도 지난 2003년 8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지회장 조성웅)가 설립된 이후 같은 해 9월부터 12월 사이에 하청업체 4곳이 줄줄이 폐업을 했고 노조 간부들이 모두 해고됐다.

따라서 노동계는 일관되게 "원청이 도급계약을 해지하거나 폐업을 유도하는 등 노사갈등에 직접 깊숙이 개입해 부당노동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 관련기사 보기 : "대우건설, 하청업체 노조 와해 직접 관여")

이 사건을 담당했던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노조법상 사용자의 의미를 원청까지 확장해서 해석한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의 경향과 달리 판단한 측면이 있다"며 "원청회사가 하청회사의 폐업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온갖 부당노동행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법원의 최근 판결들로 어디서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호의 길이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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