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추천한 강동순 방송위원이 방송 사업자 및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하는 유승민 의원 등과 지난해 11월 9일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한나라당의 대선 전략을 모의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강 위원은 이 밖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에 대한 비하성 발언, 방송의 대선 개입 등과 관련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던 것으로 이 녹취록은 전했다.
그러나 6일 국회 문광위원회에 출석한 강 위원은 사석에서 한 발언이 불법으로 녹취된 점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며 방송위원 직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문광위원들의 추궁에 즉답을 피했다.
"자식들 밥 먹고 살려면 좌파 몰아내야"
<미디어오늘>이 전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자리에 모인 사람은 유승민 의원과 KBS Y 부장, 외주제작업체 J 대표,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
참석자들이 "우리는 한 배"라며 한나라당의 대선승리를 돕자고 하자 강 위원은 "한 배가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며 "도와준다는 것은 남의 일이라는 얘기"라고 한 술 더 떴다.
강 위원은 유 의원에게 "나는 한나라당 의원님들보다도 더 강성이다. (…)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생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우리 자식들이 이 땅에서 밥 먹고 살려면 좌파들을 몰아내지 않으면 못 산다"고 말했다.
또한 J 대표가 "우리 박(근혜) 대표가 되든 이명박이 되든 일단은 우파가 잡아야 한다"고 말하자 강 위원은 "그럼"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유 의원이 "대승적으로 내년에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강 위원은 "후진하는 자동차는 타지 않는다. 운전기사가 누구든 간에 전진하는 차를 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또 유 의원에게 "지금은 하느님을 믿어도 하느님이 정말 존재하는가 그것을 성경으로 입증해준다고 믿는 게 아니다. 어떤 성당의 그냥 어머어마한 정문이나 또 어떤 아주 아름다운 뭐 찬송가나 성가 이런 걸 듣고서 거기서 감성적으로 믿기 시작하는 것이다. 난 정치도 이제 감성의 시대라고 본다"고 대선전략을 조언하기도 했다.
J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이) 까만 바탕에 아침이슬 부른 것 때문에 한 몇 백만 표 봤다"고 했고, Y 부장은 "전략 면에서는 (기자를) 쓰되 전술면에서는 PD를 써야 된다"고 조언했다. 이에 강 위원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번에 (대선 패배의)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정말로 선거 전략상의 아마추어가 봐도 말도 안되는 전략, 홍보전략 (때문)"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가 정권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
강 위원은 또한 "당에서 방송에 좀 관심을 가져달라. 왜냐하면 김대업 사건 같은 것이 또 일어나면 이걸 뭐 확인할 시간도 없고 재판으로 하면 버스 떠난 다음에 손드는 것"이라며 "방송이 아직도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정말로 방송이 중요한데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방송위원들도 전육 위원이나 제가 노력을 하는데 모니터 그룹이 없다"며 "우익 시민단체에 모니터하는 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익 시민단체에서 시위를 해야 된다. 좌파들의 끈기있는 투쟁을 우리가 해야 한다"면서 "목동 방송회관에 와서 '이렇게 하려면 방송위 문 닫아라'하고 시위를 해줘야 한다. 그러면 조선, 동아에서 기사화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특히 "정말로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면서 "지금 최문순(MBC 사장)이나 정연주(KBS 사장)나 이거 껍데기야. 아무 힘도 못 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KBS 노조가 매우 중요하다. 국회의원 몇 분 당선되는 것보다 KBS 노조가 더 중요하다. 걔네들은 쌍권총이다. 채널이 두 개고 그러면 뉴스도 두 개"라고 말했다.
"김대중 저 짓하고 다니는 거 봐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저주성 발언, 호남 비하 발언도 만만치 않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녹취록에 따르면 강 위원은 "김대중이 저거 저 짓하고 다니는거 봐요. 난 징그러운…. 나라가 어떻게 돼도 지(자기) 명예, 나라가 어떻게 돼도 호남. 저는 호남의 대통령이라는 걸 지가 자인한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처음으로 고향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신현덕 전 경인 TV 공동 대표가 "지 명예가 아니라 지 돈이죠 돈. 돈 지키려고"라고 말하자 강 위원은 "지 비자금 들통나는 거를 막으려면 어떻게든지 정권 재창출을 지가 해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신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하거든"이라며 "저 DJ는 곧 죽을거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호남의 좀 양식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어요. 호남이 저렇게 가면 안 된다고. 다 썩은 DJ 얘기에 휩쓸려가지고"라며 "우리나라에 진짜로 민주화가 되려면 호남 사람들이 깨야 된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또한 "호남 사람들, 심하게 얘기하면 김정일이가 내려와도 우리 동네에는 포 안 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구요. 이런 거는 누가 한반도를 통제해도 우리만 안 건드리면 된다. 이런 호남 사람들 이게 문제라고 이게"라고 주장했다.
강동순 "집안에서 벌거벗고 다닐 수도 있지"
이에 대해 강 위원은 6일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사석에서 편안하게 한 것이다. 널리 이해해 달라. 사석이고 취중이라도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한 것은 죄송하다. 제가 인격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양을 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녹취록에 명기된 자신의 일부 발언에 대해선 "평소에 쓰지 않는 말이 있어서 나중에 확인하겠다"고 유보했고, "세상이 무섭구나. 후배들과 사석에서 편하게 한 말인데 이렇게 국회까지 올 줄은 몰랐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또한 "사적인 모임이 불법 녹취된 것"이라며 "공적인 임무와 별개라고 본다"고 반박하는가 하면 "집안에서 벌거벗고 다닐 수도 있는 것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상호, 정청래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강동순 상임위원이 특정 정당 지지, 정치적 자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방송위 정상화를 위해 활동할 의무가 있다"면서 "특정 정당 유력한 대선 후보 최측근을 만나서 조언을 하고 있다. 방송위원이 이렇게 할 수 있나. 벌써 줄서기 할 수 있나"라고 추궁했다.
통합신당추진모임의 전병헌, 노웅래 의원도 "이정도 됐으면 사임하라"고 종용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은 "생각을 해보겠지만 사적인 생각과 공적인 업무는 별개"라고 즉답을 피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 위원의 부적절한 언행을 질타하면서도 '불법 녹취'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장윤석 의원은 "녹취 도청을 보며 아직도 대한민국은 멀었다. 야만성과 후진성을 보게 돼 안타깝고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녹취물은 재판에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면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영역을 누군가가 엿듣고 엿보고 사회에 공개하고 폭로해서 남을 질책하고 비난하고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왕왕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출석한 조창현 방송위원장은 강 위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문제에 대해 "위반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강 위원에 대해 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즉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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