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국여성노조, 여성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등의 단체로 구성된 '용역도급 노동자 노동권 쟁취를 위한 대책회의(용역도급대책회의)'는 22일 성명을 내고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의 집단해고는 용역도급 계약기간 만료를 빌미로 용역업체를 앞세워 노동조합을 깨뜨리기 위한 노동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 청소 용역노동자들은 각각 지난 7일과 8일 학교와 시청 측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알몸으로 농성장에서 끌려나왔다. 이들은 모두 해당 원청의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새로운 업체로부터 고용을 거부당해 사실상 '해고'됐다.
대우빌딩·경주 동국대·원광대병원·롯데호텔…수도 없이 벌어지는 똑같은 일들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싸움은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들의 '알몸 시위'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들의 '사연' 그 자체는 전국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최근만 하더라도 경기도 수원의 경기대학교에서 비슷한 과정으로 3명의 청소용역 노동자가 해고됐다. 이들은 현재 대학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용역도급대책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고용승계를 주장하는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에 내세우는 대답은 '자신들은 용역도급 회사를 바꿨을 뿐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이지만 이런 말은 비단 이 두 곳에서만 들은 말이 아니다"라며 "지난 1년 간 대우빌딩, 경주 동국대, 원광대병원, 도시철도, 대구지하철, 롯데호텔, 르네상스호텔, 전북도청 등에서도 용역 노동자들은 똑같은 말을 들어야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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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지난 7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들 청소 용역 노동자의 계약해지와 관련해 "용역업체 변경은 업체 쪽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울산과학대와는 관계가 없는 일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와 관련해서도 "학교에서 새 업체에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노동계는 실질적인 사용자가 원청인 상황에서 현행법을 근거로 '책임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악질적인' 수법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데 있다. 원청과 용역업체 간의 도급계약이 해지되면 용역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것이다.
관련 법 국회 계류 중, 원청 사용자성 인정 길 열리나?
그렇기 때문에 용역도급대책회의는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용역도급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이 지난 2월 대표발의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와 관련된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지난해 12월 같은 당 조성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그것이다.
우 의원은 이 개정안에서 '근로자'의 개념을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노무제공 상대방에 대해 노무를 제공하고, 그 수입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그 노무제공의 상대방에 의존해 생활하는 자"라고 수정함으로써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더불어 원청의 사용자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조 의원도 용역이나 도급계약체결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편 용역도급대책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이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울산과학대의 정몽준 이사장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고 박광태 광주시장은 주민에게 봉사하는 단체장"이라며 "해당 용역업체가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연월차 휴가 및 생리휴가도 보장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부터 해결하는 게 이들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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