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에서 길게는 18년을 객실청소를 담당하는 룸메이드로 일해 왔던 이들이 호텔에서 바로 연결된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이같은 3보1배 행진을 한 것은 앞선 두 곳의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마찬가지 이유다. (☞관련기사 보기 : 롯데호텔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 "정몽준 의원님, 이래도 되나요?")
반복되는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계약해지'...대책은 어디에?
지난 2005년 8월 노동조합을 만든 이들은 지난해 11월 호텔의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계약해지됐다. 윤금옥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 롯데호텔분회 분회장을 비롯해 '짤린' 8명의 노동자들은 모두 노조의 전·현직 핵심 간부들이다. 따라서 노조는 이같은 계약해지가 "노조 무력화를 위한 호텔측의 술수"라고 보고 있는 것. 이들은 이 때문에 계약해지 124일차를 맞은 이날 호텔측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소복을 입고 땅 위에 무릎을 꿇었다.
최근 잇따라 알몸시위를 벌여 주목을 받았던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의 청소용역 노동자들도 모두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해고됐다. 소위 원청, 즉 이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은 울산과학대, 광주시청, 롯데호텔은 현행 법률상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들의 해고는 법률적인 구제조차 어렵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도 롯데호텔 룸메이드들이 롯데호텔과 용역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을 지난달 8일 각하했다. 뚜렷한 이유도 명시되지 않은 이 각하 결정과 관련해 권두섭 변호사는 "용역업체인 (주)동호월드가 법인자격이 없음을 전제로 한 이 구제신청에서 지노위가 룸메이드들의 고용 주체에 대한 아무런 판단 없이 각하결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전국여성노조와 롯데호텔 룸메이드들은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롯데호텔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재심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하지만 호텔 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계약해지 이후 다섯 달 동안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윤금옥 씨는 "중장년 층 엄마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을 견기다 못해 노조를 만들었다고 간부들을 다 해고시키는 호텔측의 비겁함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하루 빨리 복직돼서 직원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밥 먹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용역업체 변경을 통한 노조탄압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에 대한 법률적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한 전문가는 "현행 법률상으로는 사용자의 이같은 수법에 대한 통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의 책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롯데호텔 룸메이드들은 3보1배 시위에 앞서 백화점 앞 인도에 설치된 새끼줄에 자신들의 희망을 담은 종이를 걸었다. '원직 복직', '부당 해고 철회'. 종이 위에 적은 이 '아줌마'들의 희망이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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