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 여야 국회의원 23명이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에 관한 동의권을 박탈당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며 "그러나 헌재는 무려 6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 변론기일조차 지정하지 않은 채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심판 청구 당시 FTA 3차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었고, 지금은 마지막 고위급 담판이 진행 중인데, 이 협상이 끝나면 정부는 국회의원들에게 '예' 혹은 '아니오' 중 하나만을 선택할 것을 강요할 예정"이라며 "헌재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도록 여야의원들의 권한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사코 미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범국본은 이어 "이는 헌법적 권리구제 기관인 헌재의 사명을 망각한 사실상의 직무유기"라며 "직무유기의 피해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권리를 위임한 4700만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범국본은 특히 "미국 협상단은 자국 법률 개정과 연관된 사안에 대한 협상권한이 없어 해당 사안 발생 시 일일이 자국 의회의 판단을 구하는 있는 반면, 우리 협상 대표단은 아무런 통제 없이 법률개정 사항이 내포된 협상 쟁점을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개헌'에 버금갈, 국내 법률 100개 이상의 변화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변화가 국회의 감시나 통제권을 완전히 벗어난 채 단지 통상관료의 독단적 판단에 맡겨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는 "미국은 상·하원 모두 지역별로 산업별로 자국의 이익을 철저하게 협상팀에 주문하고 있고 있고 협상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보고받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범국본 회원들보다도 한미FTA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어 "그나마 23명의 국회의원들이 비민주적 협상과정의 심각성을 알고 정부의 독단적인 협상에 대해 제동을 걸기 위해 헌재에 권한심판청구를 냈지만, 헌재가 언제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다"며 "설마 한미FTA가 모두 끝난 뒤에 결정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유기홍, 유선호, 유승희, 이경숙, 이기우, 이상민, 이인영, 정봉주, 홍미영(이상 열린우리당), 강기갑, 권영길, 노회찬, 단병호,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이상 민주노동당), 손봉숙(민주당), 김태홍, 임종인, 최재천(이상 무소속) 등 23명의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한미FTA 협상 체결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조약 체결에 관한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 협정문 초안 및 1,2차 협상 결과 등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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