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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되려면 이용득의 마음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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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되려면 이용득의 마음 얻어야 한다"

대선 유세장 된 한국노총 창립기념대회

10일로 창립 61주년을 맞는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의 창립기념대회가 열린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컨벤션홀은 대통령 선거의 유세장을 연상케 했다.

박근혜, 손학규, 이명박 등 한나라당의 대선주자 3인방을 비롯해 김근태, 정동영 등 열린우리당 인사들과 각당 원내대표,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창립기념대회는 행사 대부분이 정치인들의 축사로 채워졌다. 당초 식순에 있던 창립 61주년 기념영상물 상영도 취소됐다.

"감동했다…존경한다…용 되려면 이용득의 마음 얻어야 한다"
▲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의 창립기념대회가 열린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컨벤션홀은 대통령 선거의 유세장을 연상케 했다.ⓒ연합뉴스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덕분에 한국노총은 축사를 할 연사 선정에도 애를 먹어야했다. 대회 사회를 맡았던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많은 분들이 와주셨지만 시간 관계상 축사는 어렵게 다섯 분만 선정했다"며 "순서도 민감한 만큼 가나다순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인사들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었다. 시간 관계상 자리를 먼저 떠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제외하고 축사에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노총과 이용득 위원장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투쟁이 필요한 것이지 투쟁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이용득 위원장의 이날 대회사를 언급하며 "감명받았다. 이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총재도 이 위원장의 외자유치 행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정말 보기 좋다. 바로 이런 것이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이 사상 최초의 평화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감동했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이 자리에 대해 언론은 5마리의 용이 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용이 되려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한국노총의 마음을 얻어야 하며, 그러려면 이 위원장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한국노총이 변화에 적극적인 데 대해 한없는 존경을 보낸다"며 "내가 경기지사를 그런대로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노총 덕분"이라고 말했다.

당 불문하고 서로 앞다퉈 "우리와 한국노총은 길이 같다"
▲ 이날 대회를 지켜보는 언론의 관심도 대선주자들에게 쏠려 있었다. 이용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는 중에도 각 언론사 취재진들의 눈과 귀는 대선주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주변에만 쏠려 있었다.ⓒ프레시안

정치인들은 한국노총에 대한 '낯 뜨거운' 칭찬을 넘어 당을 불문하고 서로 앞다퉈 한국노총의 노선과 자신들의 노선이 같음을 강조했다.

김근태 전 의장은 "나는 우리사회가 오늘의 침체와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말해왔다"며 "한국노총의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와 김근태의 대타협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이 최근 대의원대회를 통해 노동운동이 이제는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참여를 통해 사회를 개혁해야한다는 내용을 담은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노선으로 선정한 데 대한 언급이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한국노총이 나보다 한 살이 많다"며 "앞으로 한국노총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우리 한나라당은 한국노총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노사연대와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총재는 "한국노총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건국 이래 우리 경제발전의 진정한 파트너였다"고 치하했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한국노총의 역사는 시대정신을 대변해왔다"고 추켜세웠다.

손학규 전 지사는 이날 대회 참석과 관련해 보좌진들과 사전에 상의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며칠 전에 한국노총 행사에 다녀오지 않았냐'는 말에 내가 '한국노총의 행사면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대선방침 의식한 정치인의 표얻기 작전에 "분위기는 엉망되고…"

정치인들의 이같은 관심은 한국노총의 대선방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8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올해 대통령 선거 방침과 관련해 전체 조합원의 총투표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차기 대통령은 노사발전재단, 3년 간 유예된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를 임기 중에 해결해야 하는 등 노사관계분야에서 많은 일을 경험하고 결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역량과 이념을 갖고 있는 후보와 정책연대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이 대선에 앞서 특정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대선주자들 역시 80만 조합원의 표심 얻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이날 참석한 의원들 가운데 손학규 전 지사를 비롯한 상당수는 바로 지난달 28일 있었던 한국노총의 대의원대회에도 참석하기도 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양측의 이같은 밀착에 대해 "한국노총의 운동이념이 대화와 참여를 통한 개혁인만큼 입법권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과의 친밀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정치인들의 한국노총에 대한 관심은 대선을 앞둔 '얼굴도장 찍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를 지켜보는 언론의 관심도 대선주자들에게 쏠려 있었다. 이용득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는 중에도 각 언론사 취재진들의 눈과 귀는 대선주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주변에만 쏠려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지켜보던 한국노총 내부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이 와서 창립기념대회 분위기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대선출마자 기사만 나올 것 같다"며 기자들에게 "창립대회가 성대하게 열렸고 대선주자들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다른 노동계 인사는 "노조창립기념행사는 조합원들이 주인이 돼야 하는 날인데 한국노총의 이날 대회는 오히려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유세장 같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정치인들은 이런 행사에 얼굴 내미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본연의 입무인 법제도 정비를 통해 노동자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양당 모두 대선에서 표 얻을 궁리에만 급급하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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