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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 870명 "한미FTA는 '이미 진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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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 870명 "한미FTA는 '이미 진 바둑'"

[한미FTA 뜯어보기 263] "고위급회동 통한 일괄타결 시도 중단하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 첫날인 8일 반(反)한미FTA 진영은 각계각층 인사 870명의 명의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소집해 협상중단을 촉구하는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강기갑, 권영길, 단병호, 심상정, 현애자 의원 등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5명과 이용식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노동계 인사, 영화감독 정지영, 이장호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회의를 연 이들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한미 FTA는 개헌에 준하는 총체적인 사회 변화를 야기할 국가적 중대사"라며 "하지만 한미간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거래가 오가는지, 그것이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회도 국민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 개헌에 준하는 국가적 중대사"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 첫날인 8일 870명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협상중단을 촉구하는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연합뉴스

이들은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수록 정부가 협상타결을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협상타결에만 매달려 그 쟁점조차 여론화되지 않은 중대 사안을 고위급 회동에서 마무리지으려고 할 경우, 협상은 결국 미국의 압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무역구제 등 핵심쟁점의 경우, 소위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른바 '빅딜'이라는 형태로 속빈 강정에 불과한 몇 줄의 문구와 막대한 실익을 행정부 독단으로 맞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정부에게 그토록 많은 양보를 할 수 있도록 우리의 권리를 위탁한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미 FTA협상의 진행과정을 볼 때 지금 시점이 '비상한 국면의 한 가운데에 있다'고 보고 △한미 FTA의 졸속 협상 즉각 중단 △협상쟁점의 공개와 국민 의견 수렴 △고위급 회동을 통환 일괄타결 시도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미 FTA의 밀실타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국회와 시민사회에서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국민 호소문…"협상 막바지, 이제는 협상판 접어야 할 때"

이날 비상시국회의 참가자들은 대국민 호소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제2의 개헌이자 제2의 IMF"라며 "정부는 개방에 대한 교조적 맹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도 이익도 없는 밀실졸속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정부는 미국에 대한 총체적 개방이 '지고지선'인 것처럼 막대한 세금을 들여 홍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협상결과는 정부가 공언해 온 대부분의 장밋빛 약속이 결코 지켜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야별 실무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정부가 협상 초기에 했던 모든 약속들이 희망사항에 불과했음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바둑으로 치자면 이미 진 바둑"이라는 것.

이들은 국민들에게 "정부는 졸속타결을 앞두고 공공연히 기대수준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정부가 미국의 일정에 쫓겨 불리한 협상에 도장을 찍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제는 협상판을 접어야 할 때"라며 "광우병 쇠고기, 비싼 약값, 고유한 문화잠재력의 해체, 부동산정책을 비롯한 공공정책 후퇴 등 한미 FTA에 따른 실제 피해자는 우리들인만큼 정부가 못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이 맹목적인 질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870명은 누구?

이번 비상시국회의의 제안자들은 학계와 종교계, 시민사회의 원로 10명과 국회의원 28명이다.

제안자는 김성훈(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 박상증(목사,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박영숙(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백낙청(서울대 명예교수), 오충일(목사,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위원장), 이종훈(덕성학원 이사장, 전 중앙대 총장), 임재경(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주종환(한국사회경제학회 명예회장), 청화(스님, 조계종 교육원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함세웅(신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시민사회 원로들과 국회의원 강기갑, 강창일, 권영길, 김재윤, 김태홍, 김형주, 김희선, 노회찬, 단병호, 문학진, 선병렬, 심상정, 우원식, 유선호, 유승희, 이영순, 이인영, 임종인, 정봉주, 정성호, 정청래, 지병문, 천영세, 최규성, 최순영, 최재천, 현애자, 홍미영 등이다.

제안 그룹 외에도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비롯해 김세균 민교협 대표,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의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문정현 평택범대위 상임대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오종렬 한국진보연대(준) 공동준비위원장,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영화배우 안성기,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등 총 870명의 학계, 종교계, 정치인, 시민사회, 법조계, 여성계 인사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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