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 농성 끝에 맨몸으로 끌려 나온 청소 용역 노동자
짧게는 5년부터 길게는 7년 동안 울산과학대에서 청소 일을 해 온 용역노동자 8명은 지난달 23일 용역업체 변경으로 일자리를 잃은 뒤 열흘째 이 학교 본관 지하의 탈의실에서 농성을 벌여 왔다.
그런 가운데 학교 측은 7일 오전 교직원들을 동원해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농성장에서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 중이던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김순자 지부장이 입고 있던 옷을 벗고 "건드리지 말라"며 저항했지만 교직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알몸 상태인 김 지부장을 끌고 나왔다. 이때 김 지부장은 몸에 팬티만 걸친 상태였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의 이동익 정책국장은 "교직원들이 물리적으로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지하 탈의실에서 끌려나온 뒤 이들은 현재 본관 앞에서 다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울산과학대의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들이 학교 본관 지하를 불법적으로 점거했고 건물의 안전문제와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농성장 철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농성장을 일단 철거하는 게 급선무여서 김 지부장이 알몸 상태로 저항하는데도 끌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들은 왜 학교 지하에서 열흘 간 농성을 벌였고, 그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옷을 벗어던지면서까지 저항했던 것일까?
"계약해지 통한 해고, 전통적 노조탄압 수법"…"업체에서 먼저 요구"
문제의 발단은 대학의 청소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청소 노동자들의 해고였다. 노조는 "업체 변경이 노동자 9명의 노조 가입 때문이므로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익 정책국장은 "그간 몇 차례 용역업체 변경이 있었지만 고용승계는 늘 이뤄져 왔다"며 "이번에만 고용승계를 못하겠다는 것은 노조 활동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동익 정책국장은 "도급업체 계약해지는 원청이 합법적으로 노조탄압을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수법"이라면서 "공교롭게 정몽준 의원이 이 학교 이사장인데 노조활동에 대해 이런 식으로 탄압할 수 있냐"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마흔 살이 다 넘으신 아주머니들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청소 노동자에 비해 3분의 1도 안되는 70만 원을 받는 것도 억울한데 교직원들의 태도에서 인간적인 수치심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용역업체 변경은 업체 쪽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기존의 업체가 이 분들의 노조 가입 이후 현장에서 업무지시 통제가 안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며 계약해지를 먼저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업체가 '통제가 안 된다'며 포기한 노동자들을 학교에서 새 업체에 고용승계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울산과학대 본관 앞에서 '집단해고와 농성장 폭력 침탈 규탄 집회'를 열고 고용승계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성실·창의·봉사의 선구자임을 표방하며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정몽준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과학대가 노조의 평화로운 농성을 구사대 폭력이라는 야만의 방법으로 짓밟고 있는데 대해 경악과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학장과 정몽준 이사장이 직접 사태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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