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산별로 풀 수 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규직-비정규직 갈등, 산별로 풀 수 있다"

[인터뷰]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운동의 시야와 규모 키울것"

"15만 조합원의 모든 사업장이 전면적으로 올해 산별 중앙교섭을 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당장 현재 집행부 보궐선거가 진행 중인 현대차도 올해 중앙교섭에 참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차근차근할 수 있다."

조합원 15만의 대형 금속산별노조를 책임지게 된 정갑득 신임 위원장은 5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금속산별 중앙교섭의 전망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현대차 노조 위원장 출신인 정 위원장은 지난 2월말 조합원 직선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총 투표수 10만7196표 가운데 5만5126표(51.43%)를 얻어 당선됐다.

산별시대로의 '전환기' 짊어진 정갑득 위원장
▲ 지난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던 정 위원장은 '노동운동으로의 복귀'에 대해 "노동운동이나 정치나 다수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현재 노동운동의 폭이 너무 좁다. 좁은 실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고민으로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나선 정 위원장의 어깨는 무겁다. 2009년 9월까지 그가 이끌어가야 할 금속노조는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산별노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은 노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산별시대의 대략의 그림을 보여줄 시험대로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그리 만만한 여정은 아니다.

일단 법적 강제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사용자단체 구성에 자발적으로 나설리가 없는데다, 노조로서도 '산별로 가야 한다'는 당위는 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난관이 산적해 있다. 아무도 그 전개 양상을 쉬이 점칠 수 없는, 그야말로 '전환기'인 것이다.

정 위원장도 이날 인터뷰에서 중앙교섭과 관련해 아주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 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산별노사관계로의 전환은 노사 모두가 각자 처한 '위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산별체제로의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임을 분명히 했다. 또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그는 또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에 대해서도 "정규직 조합원들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산별노조가 '규모의 운동'임을 깨닫게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 산별교섭 올해는 현실적으로 무리"

현대차 등 대기업 노사의 참가 여부는 올해 금속 산별 중앙교섭의 최대 관심사다. 정 위원장은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 "노사 모두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올해는 4만 명 규모의 기존의 금속노조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중앙교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각 지부 차원에서 올해 교섭에서 사용자단체 구성을 안건으로 들고 가 '내년에는 사용자단체 구성에 반드시 참가한다'는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기업들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나와줄지는 미지수다.

노조로서도 난관은 있다. 무엇보다 올해 '일정표'가 빠듯하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말 노조 창립 기념품 납품업체 선정 과정의 문제로 중도 사퇴한 집행부의 보궐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 위원장은 "현대차는 집행부 선거가 끝나면 또 대의원 선거를 해야 하고 파견 대의원도 뽑아야 한다. 금속노조 234개 지부·지회가 8~9월에 집행부 선거를 한다"며 현실적인 일정상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올해는 '대선'이라는 정치적 일정도 있다.

또 산별노조의 체계에 대해 조합원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야 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경험해 본 조합원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 중층적인 교섭에 따른 누적된 피로가 있고, 경험해보지 못한 조합원들에게는 산별노조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산별노조로 바뀐 후에 더 많은 의무금을 중앙에 납부했고 더 많은 인적자원을 보냈고 파업도 더 많이 했는데 달라진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인식들이 많았다. 결국 단기적 성과를 넘어 산별노조에 대한 중장기적 그림을 조합원들과 공유하지 못하면 산별노조는 실패한다. 다양한 간부 교육과 조합원 교육을 거쳐 비전과 희망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

"대기업 노조의 '전투적 실리주의'는 기업별 노사관계 구조가 원인"
▲ ⓒ프레시안

정 위원장은 산별시대로의 전환이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을까? 비록 아직은 '예상'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정 위원장은 "노동운동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별 노사관계에서는 경제적 투쟁에 머물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산별체제에서는 조합원의 구성과 폭이 다양해지고 넓어진다. 따라서 그간 노동운동에서 소외됐던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키는 투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집행부의 장악력을 위해서도 큰 폭의 운동이 필연적이다."

그는 "산별체제로의 전환은 기업으로서도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으로서도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산별체제의 인정이 도움이 될 것이다. 노사 모두 각자 '위기'라고 한다. 기업이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지금과 같이 비효율적인 기업별 노사관계는 도움이 안 된다. 전체 산업 차원에서의 교섭은 기업이 노조의 협조 속에 글로벌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대차 등 완성차 3사 노조를 비롯한 대기업 노조가 자신들만의 경제적 이익에 '목숨을 거는' 전투적 실리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기업별 노사관계가 갖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한계로서 산별체제가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체 산업별로 교섭이 이뤄지는만큼 더이상 개별 기업만의 이익을 위해 '목숨을 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산별체제로의 전환을 전투적 실리주의의 '대안'으로 내놓으면서도 그는 "노동자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이는 "대기업 노조가 벌이고 있는 각종 연대투쟁을 무시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만 하더라도 지난해 민주노총의 모든 총파업에 참가했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바라보는 시각의 폭이 좁다"
▲ ⓒ프레시안

하지만 산별노조가 됐다고 당장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문제를 가지고 파업까지 벌일 수 있을까?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것이 현재 대기업 노조가 갖고 있는 한계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 위원장은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시각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다"며 "'비정규직이 우리의 고용 안정의 방패막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별노조는 '규모의 운동'이기 때문에 비정규직들을 더 많이 껴안을수록 자신들에게도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동안 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해 중소영세사업장과 대기업의 비정규직, 미조직 대기업 사업장의 세 종류 사업장에서 '운동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사업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삼성과 포스코 등 노조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과 이같은 불법행위를 묵인하고 있는 정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여론 조성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남발하다시피하는 '총파업'에 대해서도 그는 "준비되고 계획되지 않은 작은 파업은 안 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포기하냐는 주장은 법을 어기라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파업할 수 없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고 보지만 국민 여론도 의식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뗀 산별시대를 열 정 위원장. 그가 2년 6개월 여의 임기 동안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