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조창현 위원장이 문건 유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최민희 부위원장 등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19일 방송위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내부 문건이 언론노조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최 부위원장과 사무처 관계자에 대한 내부조사를 지시했다.
조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마권수 상임위원이 18일 최 부위원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며 사무처 관계자들은 감사실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이번 감사의 배경에 대해 김양하 방송위 공보실장은 "대외 협상전략 등과 관련된 중요한 문건이 만일 외부에 유출됐다면 결국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법에 따라 직무상 독립이 보장되는 방송위원을 위원장의 지시로 다른 방송위원이 조사를 벌이는 것은 초유의 일이어서 위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열린 방송위 상임위원 회의에서 최 부위원장이 내부조사의 문제점을 제기했으며 이 문제를 두고 위원장과 상임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만일 (위원장 지시가) 사실이라면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문건 유출에 대해 조사를 하는 것은 방송시장 개방 저지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면서 "직무상 독립이 보장된 위원을 근거 없이 상임위원이 감사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조창현 위원장이 합의제 기구에서 위원들 간에 호선으로 위원장이 된 사람이 독임제 부처의 장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조 위원장이 독립기구인 방송위의 수장이라면 내부감사 지시가 아니라 한미 FTA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또 "24일 조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첫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이후 전 방송계 종사자의 퇴진 서명운동 등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조창현 위원장, 방송개방 위해 일하려면 물러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방송시장 개방에 앞장선 청와대와 정부 부처들의 의심을 풀겠다고 방송위원장이 나서고 있으니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위 노동조합 역시 이날 열린 노사정책협의회에서 부위원장에 대한 내부조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성만 노조위원장은 "위원장이 위원에게 위원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면 이것은 합의제 위원회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위원장은 개인적 판단으로 지시한 것인지 아니면 시민단체의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외부의 입김에 의한 것인지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10일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 주재로 열린 실무회의에서 방송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방송위에서는 내부문건이 언론노조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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