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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참다 곪아 터지는 민노당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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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참다 곪아 터지는 민노당이 되지 않도록"

[인터뷰] 김지성 민주노동당 노조 위원장

궁금한 것이 많았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고자 한다는 민주노동당 내에서 상근자들이 지난 6일 노조를 만들었다고 했다. 정당에서 상근자 노조가 설립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보정당이라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노조는 다른 당 상근자들의 노조 결성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했다.

더욱이 노조 출범을 둘러싼 당내의 논란은 민노당의 울타리를 넘어 시민사회단체 내의 노동조합을 둘러싼 논란과도 맥이 닿아 있었다. 이런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 민노당 노조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지성 민주노동당 노조 위원장(37. 정책위 정보통신분야 정책연구원)은 "참으려면 참을 수도 있는 문제지만 참으면 더 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더 나아가 "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더 큰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 노조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은 사람의 마음 얻기 위해 사람이 움직이는 곳이다"
▲ 김지성 민주노동당 노조 위원장. ⓒ프레시안

그가 얘기하는 '참을수록 더 곪는 문제'란 무엇일까. 민주노동당에서 일하는 사람 가운데 임금이 낮다는 것을 모르고 들어온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별개로 '생활인'으로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했다. 배우자가 다른 일은 통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에서 주는 돈 만으로는 가정을 꾸리고 생활을 하기에 벅찬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적인 고민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고용을 약속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의회 진출에 성공한 민노당은 자의든 타의든 갑작스럽게 커버렸지만 민노당의 내일이 불안한 것도 무시하지 못할 현실이다.

고용 불안에는 재정적 요인뿐 아니라 인사 자체가 원칙과 기준이 없이 이뤄지는 문제도 포함돼 있다. 사실 사무총장과 당대표가 바뀌면 당내의 주요 인력들 역시 같은 정파로 '물갈이'가 되곤 하는 것이 공공연한 민노당의 패턴이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어떤 경로를 통해 뽑혔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느 순간 자리에 앉아 있는 일을 막고 인력배치의 측면에서도 원칙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당은 당연히 여러 면을 고려해 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다. 조직은 조직대로 당연히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정에 과연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사람이 움직이는 곳 아닌가."

그는 "당내의 민주주의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고 그보다는 오히려 권한의 배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부여해준 공당으로서의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연결된 것이다.

"세상을 바꾸자면서 우리는…"

그가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당내 문제는 사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 누구도 당에서 이런 일들을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대안을 찾아보자고 얘기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세상을 바꿔야 한다면서 우리는 바꿀 것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문제제기 자체를 터부시해서는 발전이 없으니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민노당이 먼저 고민하고 원칙을 세움으로써 그것이 진보진영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민노당 노조의 출범은 진보진영에서 주목해야 할 '실험'이다.

'활동가와 노동자'…민노당 노조 출범에 대한 여러 시선들
▲ 지난 6일 민주노동당 노조가 창립총회를 가졌다. ⓒ민주노동당 노조

민노당의 노조 출범을 앞두고 당 홈페이지의 당원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논쟁이 뜨거웠다. 출범을 둘러싼 찬반논쟁에서 반대하는 논리의 일관된 맥락은 "상근자가 어떻게 노동자냐"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상근자는 노동자가 아니고 활동가이자 정치간부이기 때문에 헌신성과 자발성에 기초해야 하고 그래서 노조를 만들면 안 된다"는 논리에 김 위원장은 "활동가는 왜 노동자가 될 수 없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활동가와 노동자가 배타적인 개념인가? 소속된 곳이 어디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집단화된 노동이 존재하고 조직 내의 규율이 있고 그 곳에서 자신의 노동의 대가로 생활비를 부여 받는 이상 상근자들은 노동자가 맞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노당의 상근자는 적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을 알고도 들어온 '자발성에 기초한' 사람들 아니냐"는 질문에 "자발성도 활동가와 노동자를 가르는 기준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에 다니는 노동자들 역시 다 본인이 지원을 하고 시험을 거쳐 '자발적으로' 들어간 사람들이니 활동가인가. 돌이켜보면 지난 세월의 '산업역군'들도 다 헌신적으로 열심히 사셨다. 어찌 보면 지금의 상근자들이 그 시절의 어머니, 아버지들과 같이 자발성과 헌신성을 똑같이 요구받고 있다."

물론 그도 민주노동당이 가진 물직적 한계와 특수성 때문에 여타의 다른 노사관계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노조 결성이 일부 반대론자들의 말처럼 "당을 망하게 하려는 행위"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운동권 정당의 비운동권 출신 노조위원장
▲ ⓒ프레시안

조심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봤다. 최근 북핵 사태, 일심회 사건 등을 거치면서 당내 민족해방(NL)계열과 민중민주(PD)계열의 정파간 갈등이 외부로 불거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 노조가 이 같은 정파 대결의 도구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노조 준비위원 활동을 했던 분들이 어떤 정파인지 모르고 나 역시 소속된 정파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미국의 대학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민주노동당의 구호를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있구나' 싶어서 충격을 받았다. 당시 노무현 후보의 눈물보다 나는 그 구호에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네티즌 모임(민지네)'이라는 인터넷 동호회를 만들어서 운영자로 활동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2004년 다시 한국에 들어왔을 때 민주노동당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정식 상근자가 된 것은 2004년 총선 이후였다. 스스로를 "평이하게 살아 온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그가 이제는 진보정당의 미래를 고민하는 노조 위원장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당의 일 외에도 노조 위원장으로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칙을 세우자는 것"이라는 얘기를 수차례 강조했던 그와 민주노동당 노조의 작은 '실험'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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