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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36주기…이소선 여사, 양대 노총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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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36주기…이소선 여사, 양대 노총 '질타'

'9.11 로드맵 합의' 이후 양대 노총 위원장 처음 만나

13일은 평화시장 앞길에서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쓰러진 지 꼭 36년 되는 날이다.

36년 전 전태일의 절규는 우리 사회 노동운동의 폭발로 되살아났지만 이날 36주기 추도식에서 '9.11 합의' 이후 처음 만난 양대 노총 위원장 간의 '썰렁한' 분위기는 우리 노동운동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것을 확인케 했다.

양대 노총은 비정규법안에 대한 엇갈린 입장으로부터 시작해 최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합의 과정에서 갈등을 고조시키며 서로를 사갈시 하며 각자 '총력 투쟁'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 전태일 36주기를 맞는 오늘의 현실이다.

이소선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서 오히려 걱정"
▲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프레시안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오전 서울 경기도 남양주시의 마석 모란 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36주기 추도식에서 이소선 여사는 양대 노총의 단결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소선 여사는 "노동자가 천만 명인데 양대 노총이 힘을 합하면 선거하는 데 국회의원 하나 뽑기가 이렇게 힘들겠냐"며 "양대 노총 위원장이 힘을 합치지도 않고 노동자의 힘이 모자란다고 말하는 것은 다 핑계"라고 강조했다.

이소선 여사는 "전태일이 100번 죽더라도 그 뒤에 죽을 힘을 다해 싸운 남은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며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이 너무 똑똑해서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소선 여사는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소선 여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가장 낮은 곳의 비정규직부터 터를 닦고 시작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은 10걸음을 전진했다가도 100걸음 후퇴하게 될 것"이라며 "이 점을 지도자들이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광택 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오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녹하지만은 않다"고 평가하며 "국제화 자본의 대공세 앞에 노동운동은 오히려 국내화돼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택 이사장은 양대 노총의 최근 갈등을 우리 나라 노동운동의 "불행한 환경"이라고 꼬집으며 "노동조합 운동은 해당 기업을 넘어서는 사회적 문제나 사회적 책임, 자기 헌신 및 희생에 대한 의식이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노총의 협력적 노선이나 민주노총의 강경한 노선 모두 향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이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랜만에 만난 양대 노총 위원장…'어색함' 속 '모른척'

이날 추도식에는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9.11 합의 이후 관계가 틀어져 서로를 향해 '해체투쟁'까지 언급하고 있는 양대 노총 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9.11 합의 이후 양대 노총 위원장이 얼굴을 맞댄 것은 처음이었지만 양대 노총 위원장은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로 대화는커녕 악수나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 전태일 36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양대 노총 위원장은 서로 대화는커녕 악수나 인사도 나누지 않았고 분향도 따로 따로 했다. ⓒ프레시안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조준호 위원장과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분들을 이 자리에서 뵙는다"고 말을 뗀 뒤 "한국노총은 법의 그늘에서 소외 받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서민을 위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지 36주년이지만 우리 사회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점점 확산되는 위기에 놓여 있다"며 "더는 열사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한 달간 예정된 총파업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계피복노조의 재산, 전태일상 제정으로 제3세계 민중 모두에게 돌려져야"

▲ ⓒ프레시안

이소선 여사는 이날 추도식 자리에서 청계피복노조의 재산 처분에 관해 의견을 피력했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계기가 돼 만들어진 청계피복노조는 노조 사무실에 대한 강제 폐쇄 등의 탄압을 겪어 오던 가운데 지난 1985년 독일과 미국의 단체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노조 사무실과 전태일기념관을 마련했다.

청계피복노조가 민주노총 전국의류노동조합으로 전환되면서 이 공간을 의류노조가 사용해 왔는데 최근 세금 등 재정난으로 인해 이 곳을 매각하게 된 것.

이소선 여사는 이날 과거 청계피복노조의 사무실과 전태일 기념관이었던 집 두 채의 처분과 관련해 "이 재산은 법적 소유와 상관없이 어느 특정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며 "우리 모두의 재산이면서 더 나아가 전 세계의 고통 받는 민중의 재산"이라고 못 박았다.

이 여사는 "그동안 우리가 빌려서 사용했던 재산은 전액 돌려줘야 한다"며 "과거 우리처럼 탄압받고 고통받는 제3세계 민중의 투쟁에 이 재산이 돌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으로 이 여사는 "태일이의 숭고한 뜻을 널리 알리고 실천하도록 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태일상'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자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태일기념사업회가 수여하는 전태일노동상을 확대 개편하는데 쓰자는 것. 이 여사는 "이렇게 하면 태일이의 뜻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로 널리 퍼져나가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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