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롯데호텔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롯데호텔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

"호텔 얼굴 책임지는 룸메이드 고용승계, 왜 못해주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본점에서 하루 밤 묵으려면 최소 15만 원에서 35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호텔이 이 요금의 댓가로 약속하는 것은 최상의 서비스이며, 이 서비스의 기본 중 하나가 청결한 객실이다.

국내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롯데호텔이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룸메이드 140여 명의 고용승계 문제로 요즘 시끄럽다. 최소 5년에서 18년까지 이 호텔에서 일해 온 룸메이드들은 호텔 측이 올해 말로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용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노조 간부들을 비롯해 대량 해고가 있을 것이란 '흉흉한' 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롯데호텔 청소하는 룸메이드 아줌마들에게는 무슨 일이?
▲ 대부분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 롯데호텔 룸메이드들이 최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프레시안

호텔 룸메이드들은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30대에서 50대의 여성 가장들이 대다수다.

롯데호텔과 직접계약을 맺고 파트타임 노동자로 일해 왔던 룸메이드들은 외환위기 사태 이후 호텔업계에도 불어닥친 정리해고와 외주화 바람에 따라 용역업체 소속으로 변경됐다. 롯데호텔의 경우, 룸메이드의 일을 지난 2003년부터 외주위탁업체에 맞겼다.

최근 KTX 여승무원 사태를 통해 잘 알려진 대로, 위탁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바뀌게 되면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은 이전에 비해 열악해진다.

룸메이드 노동자들도 위탁업체로 넘겨진 후 3년 간 임금동결과 노동조건 악화에 시달려 왔다. 1년에 50만 원씩 지급되던 복리후생비도 절반 이상 삭감됐으며 시간외 근무에 대한 수당 대신 객실당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이처럼 계약조건이 점점 열악해지자 결국 룸메이드들은 지난해 8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상위노조인 전국여성노조에 가입했다.

"롯데호텔 잠실점에선 노조 간부 7명 계약해지"

노조 설립 이후 룸메이드들은 용역회사와의 교섭을 통해 기본급 인상을 얻어 냈다. 하지만 노조 설립으로 인한 '기쁨'은 잠시였다. 고용 자체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 된 탓이다.

노조는 "호텔 측이 올해 말로 룸메이드 용역업체를 변경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현재 (주)동호월드 소속인 룸메이드들의 대량실업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최근 호텔 곳곳에서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얘기는 용역업체 직원뿐 아니라 호텔 정규직 직원들도 전하고 있다.

직접계약을 맺은 것이 아닌 이들이 10여 년을 일해 왔던 일터에서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새로 선정될 업체로의 '고용승계'가 필요하지만 호텔 측에서 이를 약속하지 않고 있다. 최근 롯데호텔 잠실점에서는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노조 핵심 간부 7명이 계약해지 되는 일이 발생했다.

롯데호텔 소공동점 룸메이드 노조 분회장인 윤금옥 씨는 "요즘 동료들이 이런 소문 때문에 일할 맛이 안 난다고 한다"며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은 알지만 10년 넘게 일한 일터에서 이대로 쫓겨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결국 원청회사인 롯데호텔이 책임져야 한다"
▲ 지난 26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 소공점 앞에서 열린 '롯데호텔 룸메이드 고용승계를 염원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롯데호텔 룸메이드 노동자들. ⓒ프레시안

롯데호텔 소공동점의 룸메이드들은 '고용승계'를 보장받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1박 2일 파업농성을 벌였다. 지난 23일부터는 전국여성노조 지부장단이 호텔 앞에서 1인시위도 벌이고 있다.

윤금옥 씨는 "룸메이드들의 고용승계 문제는 결국 원청회사인 롯데호텔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역업체가 독단적으로 노조 간부에 대한 계약해지를 결정할 수 있지도 않을 뿐더러 고용승계 역시 책임질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호텔측은 "법적으로 우리와 관계없는 문제"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벌인 이틀 간의 파업농성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고용승계 보장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호텔 총지배인의 약속 때문이었다"며 원청인 롯데호텔의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룸메이드 고용승계는 손님 위해서도 꼭 필요"

객실 안의 모든 비품 정리와 화장실, 침대 청소 등을 담당하는 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객실의 상태를 정리해야 하는 스트레스뿐 아니라 단순 반복적인 작업과 세제·먼지 등에 노출되기 쉬운 노동 환경으로 인해 각종 호흡기 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룸메이드 노동자들은 "룸메이드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숙련 노동을 필요로 한다"며 "고용승계는 호텔의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5년 이상부터 19년차까지 모두 113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계약을 일정 기간 단위로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이지만 하루에 12~13개의 객실의 상태를 책임져야 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12월이면 꼬박 9년을 롯데호텔의 객실을 책임져 온 윤금옥 씨는 "호텔은 잠을 자는 곳인데 그 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객실"이라며 "호텔의 얼굴을 책임지는 우리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정든 일터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고 반문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