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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 시작한 올림픽대교 농성, 44일만에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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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 시작한 올림픽대교 농성, 44일만에 마무리

경기도 건설노조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44일 만에 땅을 밟게 돼 솔직히 기분이 좋다. 또 21개월 된 어린 딸을 품에 껴안고 아이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지난 8월 31일 올림픽대교 위의 75m 상공의 주탑에 올라가 44일 동안 농성을 벌이고 13일 자진해서 주탑에서 내려온 경기도 건설노조의 조합원 허근영 씨는 오랜 농성을 끝내는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한 달 반만에 아빠의 품에 안긴 어린 딸은 수염이 길게 자란 아빠의 모습이 낯선 듯 했다.

"해결된 것은 없는데 내려오게 돼 답답하다"

여름 뙤약볕이 한창이던 8월에 시작된 경기도 건설노조 조합원 3명의 고공농성은 민족의 최대 명절이라는 추석 연휴마저 까마득한 허공 속에서 흘려보낸 뒤 가을의 문턱에 와서야 끝을 맺었다. 44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이 농성을 이끈 김호중 토목건축협의회 의장은 농성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실은 건설노동자들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오게 돼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 44일 간 올림픽대교 주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3명의 경기도 건설노조 조합원. 왼쪽부터 김호중, 허근영, 임차진 씨. ⓒ프레시안

이들이 얘기하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란 수원지검이 경기도 건설노조가 임단협에 따라 원청으로부터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받아 온 것에 대해 '공갈·협박에 의한 금품갈취'라는 혐의를 붙인 데서 비롯됐다. 이 혐의로 지난 7월 21일부터 경기도 건설노조 지도부가 잇따라 체포·구속됐다.

'억울함'에서 시작한 고공농성…"진실규명 목소리 높아져 농성 끝내는 것"

계절이 바뀌는 시간 동안 농성을 벌였지만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경기도 건설노조의 활동을 '공갈·협박'이라고 보는 수원지검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4일 만에 농성을 끝낸 이유를 이들은 이렇게 밝혔다. "지금까지 많은 보수언론들이 건설노조의 활동을 두고 '건설현장을 돌며 돈을 뜯어냈다'거나 '공갈, 협박'이라는 식으로 말해 왔지만 올림픽대교 고공농성을 거치면서 많은 언론에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남궁연 건설연맹 위원장도 이들의 고공농성의 애초 목적이 "경기도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올바로 알려내는 것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건설노조의 노조활동을 둘러싼 이 논란에 대해 당초 일부 언론이 검찰의 설명대로 "노조 간부들이 금품갈취를 했다"고 보도했던 탓이다.
▲ 경기도 건설노조는 수원지검의 '금품갈취' 혐의에 대해 "정당한 단체협약을 통한 노조 활동"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프레시안

"주탑 안에서 밤잠을 청할 때면 들려오는 거센 바람 소리와 차 소리가 건설 노동자들의 한맺힌 울부짖음으로 들렸다"는 임차진 조합원의 얘기는 그들의 '외로움과 억울함, 답답함'을 짐작케 한다. 결국 이들의 오랜 농성의 시작은 거기에 있었던 셈이다.

허근영 조합원도 농성을 하는 동안 제일 어려웠던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언론이 주목해주기 전인 처음 열흘 동안은 참 많이 외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75m 상공에서 농성을 벌이기 시작한 이후 일부 언론을 통해 노조활동에 대한 검찰과 노조의 해석차 등 그 '진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닥을 친 공은 다시 하늘로 솟구친다"

고공농성을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억울함은 풀렸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이날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고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뒤 경찰 조사를 받게 될 이들은 그래서 "싸움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호중 의장은 "바닥을 친 공은 다시 하늘로 솟구친다"며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건물을 올리듯이 우리 투쟁을 하나하나 쌓아 반드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이 75m 상공에서 내려오는 일은 올라갈 때만큼 힘들었다. 당초 농성을 벌이기 위해 이들은 4개의 기둥을 하나씩 타고 올라가 보았으나 첫 두 개의 기둥은 마지막 주탑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막혀 있어 결국 세 번째 기둥을 타고 올라가서야 주탑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내려오는 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이날 당초 이날 오전 11시에 농성장에서 내려와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들의 해단식을 지켜보기 위해 올림픽대교를 찾은 100여 명의 건설노동자들과 경찰이 차로 확보, 핸드마이크 사용, 기자회견 참관 인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립하면서 계획보다 1시간 반이 지난 다음에야 '땅 위'로 내려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들이 주탑에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만큼 힘들었다. 이날 기자회견 참관을 위해 이동하는 건설 노동자들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들 뒤편으로 멀리 고공농성 장소였던 올림픽대교 주탑이 보인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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