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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사무실 강제폐쇄…어느 쪽이 위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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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공노 사무실 강제폐쇄…어느 쪽이 위법인가?

정부 "불법해소 차원"…민변 "법률적 근거 없는 조치"

행정자치부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사무실 폐쇄 지침에 따라 22일 새벽부터 전국에 걸쳐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강제폐쇄가 시작됐다. 이날 새벽 6시께 전공노 서울 구로구지부 사무실이 강제폐쇄된 것을 시작으로 인천, 부산, 경남 등 전국 30여 곳의 전공노 사무실들에 대한 정부의 강제 폐쇄작업이 이날 속속 진행됐다.

전공노는 행자부의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에 맞서 각 지부별로 21일 밤부터 사무실을 지키기 위한 '옥쇄투쟁'에 돌입했으며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사무실을 폐쇄하는 정부에 맞서 강력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04명의 변호사, 교수, 공인노무사 등 법률 전문가들은 22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전공노가 설립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단체라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더욱이 정부의 노조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 처분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서울 구로지부 시작으로 전국 140여 곳 전공노 사무실 속속 강제폐쇄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에 대한 강제폐쇄가 실시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전공노 사무실에서 구청 직원들이 출입문을 막은 뒤 경고장을 붙이고 있다. ⓒ 연합뉴스

행자부는 22일 오후 3시까지 전국의 전공노 사무실을 일제히 폐쇄하라는 지침을 지난 1일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이유는 전공노가 불법단체라는 것이다.

행자부는 "합법적인 노조 설립을 통한 노조활동이 보장돼 있는데도 전공노가 선거개입과 을지훈련 폐지 요구 등 불법을 저질러 왔기 때문에 불법해소 차원에서 사무실 강제폐쇄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자부에 따르면 전국 162개 전공노 사무실 가운데 지난 21일까지 폐쇄조치가 완료된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본청, 경상남도 등의 12개 사무실과 자진폐쇄를 검토 중이거나 합법전환 의사를 밝힌 6~7개 사무실, 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원주시 전공노 사무실을 제외한 140여 개 사무실에 대한 폐쇄조치가 이날 중 이뤄질 계획이다.

전공노는 행자부의 지침에 따른 이같은 각 지자체별 사무실 폐쇄에 맞서 지부별로 철야농성 등을 통해 사무실을 지키기 위한 '옥쇄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각 지자체가 경찰 등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사무실에 진입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공노에 따르면 이날 새벽 서울 구로구지부의 사무실 폐쇄 과정에서 허원행 지부장이 머리와 팔, 허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또 서울 종로지부에서는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진입 과정에서 전공노와 연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간부들 6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전공노 "사무실 폐쇄 굴하지 않고 정권과 싸울 것"

전공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전공노 탄압의 본질은 주민에게 불이익이 가는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혈세낭비와 내부비리를 고발하며 인사비리를 들춰내는 공무원노조를 없애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로 단식 11일째를 맞고 있는 권승복 전공노 위원장은 "우리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자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정부는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사무실을 폐쇄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이용섭 행자부 장관은 '신사의 룰'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김정수 전공노 사무처장은 "전공노는 사무실 폐쇄 여부에 관계없이 끝까지 싸워 이용섭 행자부 장관을 퇴진시킬 것"이라고 밝혀 정부의 전공노 사무실 강제폐쇄 조치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정부와 전공노 사이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전공노는 사무실 폐쇄 여부와 관계 없이 "법적 근거도 없는 강제폐쇄를 단행한 정부에 맞서 강력히 싸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정부와 전공노의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프레시안

법률 전문가 204명 "신고 안 했다고 '불법단체' 아니다"

이 가운데 이날 오전 공인노무사 84명, 교수 55명, 변호사 56명 등 204명의 법률 전문가들은 정부의 행정대집행 조치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중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가졌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공노 사무실에 대한 강제폐쇄 조치는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이 청계 피복노조 사무실을 망치로 때려 부수던 일을 연상시킨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소위 '참여정부'에서 버젓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전국 140여 곳에서 동시에 노조 사무실이 폐쇄되는 일은 전두환 정권 때보다 더 무자비한 노조탄압이라는 것이다.

권영국 부위원장은 또 "노조는 설립 후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신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법단체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노조 설립신고 여부는 노조의 자율 보장이라는 노동법의 기본상식임에도 행자부가 전공노를 불법단체로 몰아가는 것은 정부의 법률적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행자부의 전공노 사무실 폐쇄 지침의 법률적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수많은 노동 관련 국제기구들이 한국정부에 전공노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할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는 당연히 전공노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현행 법의 문제점을 시정하면서 대화와 설득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사무실 폐쇄 행정대집행, 법적 근거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위한 정부의 행정대집행이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대집행법 제2조는 '타인이 대신해 행할 수 있는 행위(대체적 작위 의무)'이거나 '불이행을 방치함이 심히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행정대집행 처분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 2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권두섭 변호사는 "이번 노조 사무실 폐쇄 건의 경우 행정대집행의 요건 2가지 모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선 법률 전문가들은 노조가 현재 점유하고 있는 사무실을 정부가 강제로 폐쇄하는 것은 행정대집행의 첫 번째 조건인 '대체적 작위 의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지난 1998년 10월의 대법원 판례다.

맹주천 변호사는 "1998년 당시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같이 노조 사무실의 점유를 배제하고 이전하는 것은 대체적 작위 의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므로 행정대집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두 번째 요건인 '공익을 심각하게 해하는 경우'와 관련해서도 이번 건은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노조가 사무실을 계속 사용한다고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닌만큼 이번 건이 공익에 심각한 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춘천지방법원이 지난 20일 전공노 원주지부가 낸 행정대집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노조 사무실 폐쇄는 행정대집행을 해야 할 중대한 공익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예를 내세웠다.

권두섭 변호사는 "전공노는 이미 지난 5년 간 각 지자체와 합의를 통해 사무실을 평화적으로 사용해 왔다"며 "따라서 이번 사무실 폐쇄는 형법 상 직권남용죄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노조 사무실을 무단으로 침입한 주거침입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맹주천 변호사는 "이번 행정대집행이 위법이므로 전공노는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과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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