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민변과 농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 거부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백승헌 변호사)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민변의 한미 FTA 관련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통지서를 보내 왔다.
21일자로 돼 있는 이 통지서는 민변이 지난 14일 한미 FTA 1차 본협상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국가 소송 제도'와 관련된 11건의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서를 외교통상부에 제출한 데 대한 답변이다.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외교부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제1호, 제2호 및 제5호'를 근거로 제시했다. 즉 민변 측이 공개를 요구한 정보가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에 의해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9조 1항 1호),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2호),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5호) 등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에 앞서 지난 20일에는 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농대위)의 정보공개 요구도 거부했다고 24일 농대위 관계자가 밝혔다.
농대위는 지난 10일 "정부가 12일부터 개시될 한미 FTA 2차 협상에서 미국 측에 농수축산 분야 양허표를 제시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재돈 농민연합 상임대표 외 8인의 명의로 외교부에 관련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20일 농대위 측에 보내 온 결정통지문에서 "농축산물 관세철폐 양허안은 현재까지 교환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같은 날인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한미 FTA 협상 테이블에 올릴 한국 측 양허안과 유보안은 이미 작성이 끝났으며, 외교부뿐 아니라 각 해당 부처도 1부씩의 사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농대위가 지난 5월 2일 한미 FTA 협정문 초안을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서를 제출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할 수 없다"며 거부한 바 있다.
노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자료 공개하라"고 지시했건만…
정부는 시민사회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국회의 협상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0일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 협상의 농수축산물 부문에 관한 자료의 제출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이를 거부했다.
박 장관은 "중요한 사실을 숨기는 것은 없다"면서 "협상 내용을 공개할 권한은 외교통상부에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 측은 "한미 양측이 각자의 양허안을 8월 중 교환하기로 했다"며 "해당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곤란하며 열람만 허용하는 방안을 협상대표단과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정보공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2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 FTA와 관련해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협상 전략에 장애가 되거나 협상 상대방과의 상호신뢰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라는 공개의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정보공개 문제는 향후 다른 외교협상에도 선례가 되느니만큼 원칙을 정해서 잘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적극적 정보공개' 지시를 내린 뒤에도 외교통상부를 비롯해 한미 FTA 협상과 관련돼 있는 정부부처에서 종전과 다른 적극적인 정보공개 의지를 밝히거나 정보공개 범위 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구체적인 후속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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