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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있는 자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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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양심있는 자들을 학교로 돌려보내라"

[기고]사학비리 내부고발자들의 고통은 한국교육의 자화상

조연희, 음영소, 박승진. 사십 대 한창 나이의 세 교사가 갑자기 학교를 떠났다. 3년 전 이 학교 재단의 비리를 폭로한 것이 계기였다. 학교 측은 2005년 2월 이들을 직위해제했고 결국 지난달 28일 파면 조치를 취했다. 이들은 학교 측의 파면 조치에 항의하면서 길거리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 앞 거리에서 자신들이 가르치던 아이들을 상대로 수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사립학교 재단의 내부 비리를 고발한 학교 구성원이 재단으로부터 보복성의 징계를 당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는 회계와 각종 업무 절차의 투명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왔고, 재단 이사장의 권한을 민주적으로 제어할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던 탓에 내부의 비리가 은폐되고 그것을 폭로한 이들이 오히려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오랫동안 쟁점이 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여러 해를 끌어 온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여야 의원 간의 몸싸움을 거치며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시 사학재단의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해 온 많은 이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사립학교 재단의 일방적인 전횡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학교에서 쫒겨난 세 교사의 모습은 이런 기대를 품었던 이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도 이런 답답함을 느낀 이들 중 하나다. 사학 비리 내부 고발자들을 꾸준히 접촉해 왔던 최 의원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학교 구성원이 사학 재단의 권한을 민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오랫동안 취해 왔다. 다음은 최 의원이 <프레시안>에 기고한 사학 비리 내부 고발자들에 관한 글이다. <편집자>
  
  조연희 선생님의 길거리 수업
  
  지난 7월 11일 서울 금천구 동일여고 앞 길에서 조연희 선생님의 길거리 수업이 열렸습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길바닥에 앉아서 교단에서 쫓겨난 선생님의 시 수업을 듣는 풍경은 낯설고 서글프기만 합니다.
  
  과연 재단의 비리를 앞장서 해결하고자 했던 3명의 교사를 파면시킨 장본인 이사장과 재단측은 그럴 자격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을까요?
  
  이미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동일학원은 사학비리의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로 심각한 비리를 안고 있었습니다.
  
  학생들 학교급식비 5억 원 부당 징수, 동창회비 3억8000만 원 유용 등 2003년 서울시 교육청의 특별감사 결과, 각종 비리 61건이 적발되고 재정처분액이 무려 15억 원이나 되었습니다. 재단 이사장은 형사 고발되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더욱이 동일학원은 교육청의 감사결과가 부당하다며 감사처분사항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리 규모에 걸맞는 전국 최고의 배짱을 과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회계비리를 일삼았던 동일학원이 양심 교사들을 파면하고 감독청이 교육청조차 무시하는 배경에 무엇이 있을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도감독청의 특별감사조치를 손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이 무책임하게 수수방관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사학비리의 심각성을 극구 부인하며 개정된 사학법을 재개정하려는 한나라당과 수많은 사학재단들이 든든하게 뒤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학생들이 동일학원의 비리 행각과 양심 교사들의 파면, 쫓겨난 교사의 안타까운 길거리 수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우리 교육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어서 매우 부끄럽습니다.
  
  서울시 교육감은 이제 비리사학의 공범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에 각성하여 올바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철면피한 비리재단을 계속 그냥 놔둘 것인지, 아니면 임시이사를 파견할 것인지.
  
  사학비리 내부제보자 김중년씨가 기도원에 간 까닭은?
  
  조연희 선생님이 길거리 수업을 시작하기 전날인 7월10일에 저희 의원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사립학교의 행정실 직원으로 근무하다 영덕여고의 비리를 양심선언했던 김중년 씨였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비리 이사장이 형사처벌을 받고 이사진들이 물러난 자리에 새 이사진이 파견되었지만 그는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결국 해고됐습니다.
  
  과거의 비리 이사진들과 한통속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현 이사진들은 노동위원회의 복직 판결에도 끝까지 가보겠다며 '무대뽀 정신'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지역언론들, 시민단체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김중년 씨를 당장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의원실에서 그 간의 소회를 이야기하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중년 씨는 마음의 정리를 하겠다며 기도원에 들어갈 계획을 말했습니다. 자신은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한데 주위사람들의 걱정이 많다면서 '자신의 사례가 사학재단의 비리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습니다.
  
  경북교육청 역시 상식적인 국민들이면 모두 분개할 김중년 씨 해고 문제에 대해 거의 속수무책입니다. 어찌 서울과 경북의 교육청이 이렇게 비슷할까요?
  
  아름다운 사람들
  
  공통점이 많은 서울의 조연희 선생님과 경북의 김중년 씨가 한 자리에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주최하고 국가청렴위원회가 후원한 2005년 제5회 '투명사회상' 시상식장에서였습니다. 두 분은 예견되는 신분상 피해 등을 무릅쓰고 부패에 맞서 싸운 점을 높이 여겨 명예로운 상을 받았습니다.
  
  동일학원에서 쫓겨난 조연희 선생님을 비롯한 3명의 선생님들과 영덕여고에서 해고된 김중년 씨는 누가 보아도 우리 사회에 흔치 않은, 그래서 바보스러운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학의 현실은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핍박을 감내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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