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의 장관 발탁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강한 반감은 그의 보건복지부 장관설이 파다하던 1개월여 전부터 감지됐었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의 장관 내정 발표 직후 의원들이 연명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집단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는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운동권 출신부터 보수성향 의원들까지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있어서 유 의원에 대한 감정은 사실상 한나라당에 대한 감정보다 못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유 의원의 직설적 말투, 즉 스타일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의원들은 유 의원에 대해 "머리가 좋고 정치공학적으로 치밀하다", "추진력 있고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한다"는 등으로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예외없이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는 그의 '독설 화법'에 대한 거부감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
지난해 말 유 의원과 정장선 의원의 의총장 밖 설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유 의원은 국정쇄신론을 편 정 의원의 면전에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고 비꼬았고, 정 의원은 "말을 너무 심하게 한다"며 정색하고 돌아섰다. 이런 일들이 하나둘 누적되면서 이제는 유 의원 자신이 주요 국면마다 "당을 떠나라"는 비난을 예사로 받을 정도로 '눈엣 가시'가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5일 만찬을 하루 앞두고 '일방통행'식 인사를 강행한 데 따른 반감과 유시민 입각 이후 가시화될 당-청 관계의 균열에 대한 우려 분위기 등이 한데 뒤섞여 '불가론'의 골격을 이뤄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당의 또 한 가지 우려는 이번 인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독선적 정치'의 전형으로 기록되면서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등 올해의 주요한 정치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당이 위기에 몰려 있는데, 이번 개각 파동은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온 것 같다"며 "당의 잔치(전당대회)에 왜 청와대가 재를 뿌리는지 모르겠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BK21 사업 주도에서 청년실업 '안이한 발언'까지**
유 의원에 대한 이같은 '집단 반감'과 당면 국면에서의 정치적 악영향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의 장관으로서의 자질과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기에 유 의원과 가까운 이광철 의원이 "전문성이나 추진력, 공직자로서의 업무수행에 문제가 있다면 모를까, 유 의원에 대한 비본질적인 문제제기는 부당하다"고 옹호하는 것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양극화 시대에 복지부의 역할이 주목받는 시점에서 유 의원만큼 그에 걸맞는 개혁성을 갖춘 사람도 없다"는 이 의원의 평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반론이 있다.
당장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유 의원 스스로 시장주의자라고 자처해 왔듯이 그동안 경제와 복지 문제에서 유 의원이 이렇다 할 개혁성을 보인 게 뭐가 있는지 생각나는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지적대로 당 밖에선 실제로 '유시민의 개혁성 부족'이 반대론의 골간을 이룬다. 민주노동당이 "시장주의자인 유 의원이 국민 복지 증진과 국민 의료 서비스 향상에 노력해야 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 것도 바로 유 의원의 '개혁성'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됐다.
보건의료단체들이 내세운 '유시민 불가론'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유 의원의 발탁 배경 중 중요한 이유가 되는 보건복지위 활동에 대해 "상임위원으로서의 활동은 사실상 전무했다"고 직격했다.
또한 이들은 유 의원이 지난 5월 청년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다. 취업 가능성을 높이는 일은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던 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청년 실업에 대한 '가벼운 인식'도 꼬집었다.
더욱이 유 의원은 이해찬 총리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이 됐을 때, 이 총리의 후광으로 학술진흥재단 기획실장을 맡아 'BK21'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뒤 BK21 사업은 2005년까지 7년간 1조4000억 원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논란을 양산한 정책으로 기록됐다.
최근 이 총리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허위로 드러나기 직전까지도 황 교수는 자신이 추진한 BK21을 통해 이룬 성과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BK21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역설적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유 의원의 전력과 관점에 대한 평가는 양극화 시대에 빈곤층과 사회안전망을 담당할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부적격 판정을 내릴 만한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정책 사이드에 있으면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불가론'을 펴는 인사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장관'과 '큰 꿈을 가진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열린우리당 안팎의 '정치적 불가론'과 정치권 바깥의 '정책적 불가론'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의 입각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이제 문제는 유 의원 자신이 이같은 역풍을 뚫고 내각에 진입하는 데에 성공한 것처럼 장관과 '큰 꿈을 가진 정치인'으로서도 성과를 낳을 수 있으냐는 대목이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야 당연히 극진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과연 정치권과 관료들, 그리고 여론으로부터도 그같은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까지 전적으로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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