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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은 강정구 교수가 '국보법'으로 처벌돼야 입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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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은 강정구 교수가 '국보법'으로 처벌돼야 입 열까?

[기자의 눈]경찰-한나라-보수언론 파상공세에 '나 몰라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해 허준영 경찰청장이 5일 구속수사 방침을 시사했다. 경찰의 얘기에 따르면 강 교수에게 적용할 것을 검토중인 국가보안법 조항은 '찬양고무죄'라고 한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는 6일 "강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같이 숨쉴 자격이 없는 분이다. 검찰과 경찰이 조속히 사법처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4일 "강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시장경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지, 올바른 경제관이나 역사관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들의 채용 때 대학수업 내용을 참고하도록 경제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최근 "강 교수가 1995년 무렵의 안식년을 미국에서 보냈고, 그의 둘째 아들은 카투사로 근무했으며, 장남은 시카고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의 대형 법률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가족사까지 들췄다. 강한 반미론자인 강 교수가 '미국에 대한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의 '강정구 죽이기'**

물론 이번 논란은 강 교수가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강 교수가 지난 7월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한 것을 발단으로 보수단체가 강 교수를 고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사건발생 측면에서만 보면 그렇다.

강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미동맹은 속성상 반민족적, 반통일적, 예속적인 것이며 1946년 당시 조선 사람들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좋아했다"고 말해 기름을 부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강 교수의 발언에 대한 보수진영의 대응은 한 개인의 '소신(그것이 학문적 근거를 바탕에 둔 것이건 맹목적 추종이건)'에 대한 '몰인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음에도 구속수사 방침을 밝힌 경찰, '강정구 여론재판'에 하루도 게으르지 않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십자포화'는 그야말로 가공할만했다.

이런 '수사당국-보수정당-재계-보수언론'으로 구축된 '4각편대'의 총출동은 '강정구 죽이기'를 넘어 '체제수호론'으로 가장한 '매카시즘'의 다양한 기획을 의심케 한다. 그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 폐지론의 무력화에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 "국보법 적용 여부? 여론수렴 후에 결정"**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오영식 공보부대표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6자회담이 타결돼 남북화해와 평화구축의 발전적 전기가 마련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분단현실 속에서 강 교수의 발언은 우리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당내에 많다"고 말했다. 이런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보수진영의 판단에 일정 부분 손을 들어주는 것이지만, 강 교수의 주장을 보는 시각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경찰의 구속수사 방침에 대한 우리당의 애매모호한 태도다. 오 부대표는 "경찰 나름의 판단이 있겠지만, 사법적 잣대로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인지는 사회적 여론수렴을 한 뒤에 당의 방침을 정하겠다"고 입장 천명을 보류했다.

이런 반응이 민감한 사건에 괜한 참견을 하지 말자는 의도적 회피인지, 강 교수의 '돈키호테'식 돌출발언에 대한 무시인지는 정확치 않다. 하지만 결코 국보법이 '박물관에 보낼 헌 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한 여당의 안이한 인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는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폐지를 주장해 왔다. "대학생이나 시민 몇 명이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어도 북한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 한 죄가 될 수 없다"(2004.9.12 천정배 당시 원내대표)고도 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이 일부의 극단적 주장에 의해 동요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바탕이었다.

그렇다면 당국이 국보법, 그 중에서도 열린우리당이 대표적인 악법 조항으로 지목했던 찬양고무 혐의를 적용해 처벌 수순으로 나아가고 있는 강 교수 사태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이 유지돼야 한다.

강 교수 주장을 인정하느냐는 문제와는 무관하게 국보법에 대한 경찰의 시대착오적 접근과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강정구 죽이기' 이면에 숨은 의도에 대해서 우리당은 분명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적어도 국보법 폐지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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