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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盧대통령-이해찬 국정' 공개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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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부겸, '盧대통령-이해찬 국정' 공개비판

우리당 창당후 초유의 사태, "국민이 왜 갑갑해 하는지 알라"

노무현 대통령-이해찬 총리와 한나라당이 정면대립하며 정국이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초선의원이 대정부질문 과정에 여야의 극한대립을 질타하며 이례적으로 노대통령과 이총리의 국정운영 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김부겸 의원 발언 동안에 국회는 숙연했다.

***김부겸,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말싸움"**

이날 대정부질문자로 나선 김부겸 의원(46, 경기 군포)은 첫머리부터 "집권여당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부를 비판하고자 하는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고 통렬한 비판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우선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색깔공세'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금 모든 문제를 이념이라는 냄비에 쓸어넣고 잡탕찌개를 만들어 버리고 있다"며 "사실 이념 '논쟁'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말싸움의 수준이다. 논점도 없고, 논쟁할 만한 가치가 없거나 처음부터 너무나 자명한 걸 가지고 그냥 상대방에게 저주를 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갈등을 이념의 차원으로 환원시켜 대립을 일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며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각종 법안이나 정책을 일별해 보라. 이 중에 진짜 이념의 영역에 속하는 게 무엇인가? 국가보안법을 제외한다면 아무리 넓게 보아도 과거사진상규명법 정도밖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법, 사학법, 신행정수도특별법, 전부 정책의 영역"이라며 "그게 이데올로기와 무슨 상관인가. 그런 정책적 사안은 아무리 논쟁하고 시비가 분분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많을수록 실패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대화의 정치를 촉구했다.

***"대통령, 국민이 갑갑해 하는 것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없다는 겁니다"**

김 의원은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무엇보다 대통령께서는 가급적 이념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짝 물러났으면 좋겠다. 그것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대통령이 정책에선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파급되고 그것이 다시 수렴되는 것은 분명 정치발전이다. 정책적 입장이 없는 대통령이 사실 민주주의에서는 더 큰 문제다"라면서도 "그러나 정치나 이념 영역에서는 다르다. 정치적 사안에서는 가급적 여-야당과 국회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대통령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선 아예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국가보안법의 최대 피해자였지만 국보법 개폐에 대해 자기 생각을 밝힌 적이 있었느냐. 또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그 분의 생각이 어떠할지 세상 사람이 모르겠느냐"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비교해 노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국민이 진짜 답답해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한나라당 주장처럼) 좌파라서가 아니라 내놓는 정책이 별로 없거나 그나마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우리도 케인즈 비슷한 정책을 뭔가 제대로 내놓고 좌파소리 한 번 들었으면 좋겠다"고, 노무현 행정부의 국정 무능을 꼬집기도 했다.

김 의원은 "춘추시대때 초나라 영왕이 가는 허리를 좋아해서 뭇여인들로 하여금 굶는 유행을 부른 것은 비록 영왕이 뜻한 바는 아니지만 군주의 말 한마디가 그만큼 무거움을 이르는 것"이라고 고사를 빗댄 뒤, "정책 외에는 모름지기 대통령께서는 호불호를 드러내지 말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아무리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요한 건 방향과 내용을 담는 형식이고 메시지"라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온화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그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을 예로들며 "지금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모름지기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총리 언표, 총리답지 못하다"**

이날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조선-동아일보를 재차 비판해 파문을 불러일으킨 이해찬 총리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김 의원은 "출타중 총리의 언표 또한 총리답지 않았다"면서 "가치판단의 차원에서 어느 언론이 옳네 그르네 하는 것은 합당치 않은 것"이라고 이 총리의 '베를린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공정한 경쟁관계를 정부가 조성하는 것은 현대국가의 자연스런 의무이고 언론시장 역시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견지해야 할 원칙일 따름이다"면서 "그것이면 충분하지 뭣하러 (총리가) 특정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니 뭐니 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고 총리가 총리답지 않음으로써 언론도 언론답지 않고 교회가 교회답지 않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여당답지 않고, 야당답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 정치의 비극"이라고 꾸짖었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 대립으로는 성취할 게 없다"**

여야 지도부에게는 잊혀진 단어인 '상생'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향해 "지금처럼 한사코 이념논쟁으로 일관하거나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대립해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들을 다시한번 좌절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를 포함한 정당-정부-청와대 대표자 회의를 간곡히 제안한다"면서 "야당이 말하는 영수회담이든 여당의 원탁회의든 형식과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로 좋은 대안을 내놓고 정책조합을 하면 된다"면서 "진심으로 경제를 걱정하고 민생을 생각한다면 정치는 협상을 하고 정책은 조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의원으로서 스스로 반성한다"면서 "우리가 하고자하는 건 변화와 개혁이다. 그렇게 개혁을 하자고 하면서 마치 혁명하듯이 조급하게 덤볐던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일에 그토록 서툴렀는지 가슴 저리게 자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념의 과잉과 정책의 과소', 넘쳐나되 철지난 유행가만도 못한 이데올로기의 범람과 정작 있어야 할 정책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정책의 빈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정치적 위기의 단면"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서울대 재학시절 80년 민주화의 봄이 도래하자, "연설에 관한 한 DJ보다도 낫다"는 평을 얻을 정도로 탁월한 대중연설을 발휘하며 대학생들의 서울역 진출 등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 그후 전두환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독서실 등을 운영하며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가, 그후 국민운동본부 진행위원 등을 맡아 87년 민주화투쟁기에 한 역할을 했고 그후 정치권에 입문해, 17대 선거때 경기 군포에 출마해 초선의원이 됐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내에서 '자기 중심'을 잡고 있는 몇 안되는 의원으로 꼽히고 있다.

다음은 이날 국회를 조용하게 만든 김부겸 의원의 대정부질문 전문.

***'각자다운' 정치(이념 과잉과 정책 과소의 위기)**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경기도 군포시 출신 김부겸의원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현실은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민심은 어지러우나 가닥을 잡고 풀어가는 이가 없고, 민생은 팍팍하나 누구 하나 희망의 등불을 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의원을 포함하여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각자가 각자답지 못한 데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이념의 과잉과 정책의 과소',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직면한 정치적 위기의 단면입니다.

***▲이념논쟁 또는 저주**

우리 사회는 지금 모든 문제를 이념이라는 냄비에 쓸어넣고 잡탕찌개를 만들어 버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념 '논쟁'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말싸움의 수준입니다. 논점도 없고, 논쟁할 만한 가치가 없거나 처음부터 너무나 자명한 걸 가지고 그냥 상대방에게 저주를 거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갈등을 이념의 차원으로 환원시켜 대립을 일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각종 법안이나 정책을 일별해 보십시오. 이 중에 진짜 이념의 영역에 속하는 게 무엇입니까? 국가보안법을 제외한다면 아무리 넓게 보아도 과거사진상규명법 정도밖에는 없습니다.

언론법, 사학법, 신행정수도특별법, 전부 정책의 영역입니다. 그게 이데올로기와 무슨 상관입니까? 그런 정책적 사안은 아무리 논쟁하고 시비가 분분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많을수록 실패의 소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재 결정이 그 과정을 중간에 차단해버린 결과가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헌재 만능주의'가 한국 민주주의의 자율성을 해치는 또 다른 질곡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극단적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이제 앞으로 걸핏하면 헌재로 들고 가서 가부간 심판해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헌법재판소는 특정 의도를 가진 집단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위험성이 생기고, 모든 민주적 절차와 토론은 무용해지고, 대의민주주의와 국회는 형해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 장관께 묻겠습니다. 이번 '신행정수도법'의 위헌 결정을 계기로 국회와 헌재 간의 상충 가능성이 현실화되었습니다. 지금 정부의 각종 정책들 가운데 헌재에 또 다시 제소될 움직임이 있는 사안은 무엇입니까?

또한 정부의 재량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사법 소극주의'와 정부의 권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법 적극주의' 가운데 우리의 헌법정신은 어디에 기초해 있다고 보시는지 간단히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국가보안법은 당연히 이념적 법안입니다. 분명히 '사상의 자유'라는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중하고 절충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본의원은 생각합니다. 너무 독선적으로 말하고, 상대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절충을 배제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절충할 것이 있는 반면, 어설픈 절충보다 분명한 입장 표명과 진지한 논쟁이 바람직한 것이 오히려 대부분입니다. 그것이 바로 정책입니다.

***▲시장개입은 현대 국가의 기본원리**

본의원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게도 차분히 한 번 묻고 싶습니다. 과연 여당이 제출한 언론법이 이념과 무슨 상관입니까? 소유지분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고, 불공정거래를 위한 경품을 못 돌리게 하겠다는 정도입니다. 재무제표나 자본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우리나라 대기업이면 다 하고 있는 일입니다. 보수언론들은 30, 60% 룰이 마치 점유율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조항인 양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안에는 어떤 강제수단도 없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런 법이 왜 좌파적인지 본의원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사학법이나 신행정수도법이 이념과 무슨 상관입니까?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전두환정권 당시 도입됐습니다. 그게 좌파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하물며 지금 정부가 수행하는 경제정책에 좌파적인 게 어디 있습니까?

툭하면 현정권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거스른다고 하는데 그럼 야당은 지금 아담 스미스식 자유방임경제로 돌아가자는 말입니까? 국가의 경제 개입은 모든 자유주의 국가의 기본원리로 굳어진지 이미 200년이 더 지났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경제기획원을 만들고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좌파중에 좌파란 말입니까?

그건 야당의 경제 전문가께서도, 자유기업원의 원장께서도 TV토론에 나와 인정한 사실입니다. 좌파적 경제정책은 없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참여정부 자체가 좌파처럼 보이는 게 문제라고 했습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만사를 좌파의 음모 아니면 우파의 기득권 지키기 식으로 낙인 찍어서 얻어지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래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회적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누적되기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한꺼번에 폭발하게 되고 정치권은 흔적도 남지 않고 전부 날아가고 말 것입니다.

***▲개혁은 설득과 동의에 기초해야**

그래서 본의원은 다시 중용을 말하고 상생의 정치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혁명이 아니라 다시 개혁입니다. 진보적 개혁이든 보수적 개혁이든 개혁은 설득을 통해 하는 것입니다. 설득과 자발적 동의가 없으면 그것은 혁명을 하자는 것입니다. 동시에 개혁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건 보수가 아니라 수구에 불과합니다.

저 자신 여당의원으로서 스스로 반성합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건 변화와 개혁입니다. 그렇게 개혁을 하자고 하면서 마치 혁명하듯이 조급하게 덤볐던 것은 아닌지 반성합니다. 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일에 그토록 서툴렀는지 가슴 저리게 자성합니다.

동시에 야당에게 묻습니다. 여러분들은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입니다. 보수는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할 때 보수입니다. 그러기 위해 제도와 법률을 점진적으로 그러나 수시로 수정 보완하는 것이 또한 보수입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말자는 입장은 혹시 아니십니까?

국가보안법만이 아닙니다. 현안이 되고 있는 법 어느 것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무조건 4대입법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이고 뭐고, 원탁회의고 뭐고 없다고 합니다. 협상 자체를 꺼려합니다.

그 대신 자신들이 주도한 법률이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환호작약하는 모습, 집회시위장에서 쏟아진 분노와 증오심을 여과하기 보다는 오히려 조장하는 듯한 태도, 그것이 진정 나라를 걱정하고 국가의 앞날을 생각한다는 보수주의자의 온당한 자세입니까?

***▲저마다 저답지 않다**

이렇게 모든 것을 이념적 차원으로 가져가서 이념적 대립으로 환원해버리는 건 일종의 미친 바람입니다. 그런 광풍에 휩싸여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제 자리에 있지 않으니까 사물이 저마다 저답지가 않은 겁니다.

국민적 동의를 획득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할 여당은 혼자 달려가느라 여당답지 않고, 비판을 위해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야당은 남의 발목 잡느라 야당스럽지가 않습니다.

'답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께서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본의원은 지적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께서는 가급적 이념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났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취할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정책에선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정치적 사안에서는 가급적 여야당과 국회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해선 아예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대신 정책의 영역에선 좌파 소리 듣는 것 전혀 겁낼 필요 없습니다. 본의원이 보기에 우리국민들이 진짜 답답해 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좌파라서가 아니라, 내놓은 정책이 별로 없거나 그나마 경제를 살리는 구실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신문법은 공정경쟁법**

이처럼 정책문제 외에는 대통령께서는 호불호를 드러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더욱이 노 대통령께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출중한 총리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총리만큼 판단이 정확하고 추진력 있는 정치인도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출타중 총리의 언표 또한 총리답지 않았습니다.

공정한 경쟁관계를 정부가 조성하는 건 현대국가의 자연스런 의무입니다. 언론시장 역시 공정해야 한다는 건 따라서 정부가 당연히 견지해야 할 원칙일 따름입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뭣하러 특정 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니, 특정정당이 나쁘다느니 하는 말을 하셨습니까?

본의원은 노무현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이 그 방향에서 백번 옳다고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 대통령은 지금 국가전략을 바꾸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30년간 불균등 발전전략을 통해 성장해왔습니다. 결과는 한편에서의 성장과 그 뒤에 짙게 드리운 성장의 그늘이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노 대통령은 과거 권위주의적 통제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에 의한 방식으로, 불균등발전전략이 아니라 균형발전전략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핵심에 탈권위주의가 있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입니다. 적어도 특권 없는 사회, 특혜 없는 경제를 만들고자 하는 대통령의 방향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깨끗한 정치를 얻게 되었습니다. 정경유착이 사라져가고, 금권정치가 뿌리 뽑히고 있습니다. 지난 17대 총선이 바로 그 단적인 예입니다. 조직 선거, 돈 선거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전의 어떤 권력도 쉽게 못했던 일입니다.

이렇게 당장은 몰라도 지나놓고 보면 효과가 나타난다는 얘기는 결국 현정권의 방향이 옳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대통령의 메시지**

그러나 아무리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요한 건 방향과 내용을 담는 형식이고 메시지입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온화해야 합니다.

미국 국민들은 그 어려웠던 대공황과 2차대전 시기에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을 들으면서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루스벨트는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여러분 어려우시지요? 공황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일용할 양식이 떨어지고 정말 힘드시지요.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어디어디에 얼마나 예산을 부어서 국가사업을 일으켰으니 얼마쯤 있으면 조금씩 소득이 발생하고 생활이 조금씩 나아질 겁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서로 용기를 잃지 말고 함께 견뎌나갑시다. 제가 앞장서고 책임지겠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입니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의원은 굳게 믿습니다.

***▲정치는 협상, 정책은 조합**

우리당 원내대표께서 대표연설을 통해 제안한 바 있듯이, 본의원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여야를 포함한 정당-정부-청와대 대표자회의를 간곡히 제안하고자 합니다. 야당이 말씀하시는 영수회담이든 여당의 원탁회의든 형식과 명칭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당면의 정치적, 정책적 문제들에 대해서 국회에선 갑론을박과 시시비비로 밤을 지새더라도 누군가는 책임있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제1야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께선 훌륭한 균형감각과 인내심, 그리고 어느 현역정치인보다 원숙한 정치력을 갖고 계시는 분들임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라의 앞날을 위한 큰 결단을 기대합니다.

예견되는 정치적 교착을 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본의원은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경제를 걱정하고 민생을 생각한다면 정치는 협상을 하고 정책은 조합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시기 진정한 정치지도자들의 자세라고 감히 생각하는 바입니다.

총리께서는 지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각종 현안을 다루기 위해 여당 대표가 제안한 당-정-청 원탁회의또는 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수회담에 대해 검토해 본 바가 있는지, 총리의 견해를 이 자리에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제 자리**

이제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여당은 여당답게, 야당은 야당답게 각자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뜨거운 열정과 빛나는 이상으로 가득찼던 초심으로 돌아갑시다. 그렇게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합시다. 그러면 저절로 경제가 제 자리를 찾을 것이고, 국민들의 마음도 스스로 안정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상생의 정치요 국민통합의 정치입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은, 국민들에게 드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입니다.

끝까지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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