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D-2 美대선 "브래들리 효과는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D-2 美대선 "브래들리 효과는 없다"

[전망]인종과 부동층 변수도 무력한 이유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월 4일 미국 대선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예상된 변수로는 판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미국에서 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선출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선을 앞둔 10월에 발생해 판도를 급변시킨다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로 거론된 '이란 공격설' 등도 지나간 얘기가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예상된 변수들이며, 가장 유력한 것은 '브래들리 효과'다.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때와는 달리 막상 투표 시점에서는 백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인종적 변수'다.

실제로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톰 브래들리는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에서 백인인 공화당 후보 조지 듀크미지언을 앞섰지만, 실제 선거 결과에서는 브래들리가 패배했다.

백인들이 인종적 편견을 드러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여론조사 때나 출구조사 때 속마음을 감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후 26년이 지난 현재의 미국은 '인종적 변수'가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 만큼 희석돼 있다.
▲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1일(현지시간) 격전지 미주리 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로이터=뉴시스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흑인 유권자보다 많을 만큼 급증한 반면, 미국 사회에서 백인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백인 유권자들도 인종적 변수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정도로 보수적이기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사회구조적으로 인종적 분포의 변화 이외에도 '미국의 변화'를 외치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이 집권한 1980년대 초 이후 미국의 빈부격차가 극심해졌다. 또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국민의료보험을 갖추지 못한 폐해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에서 묘사하듯, 대부분의 백인들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인, 인종적 편견 때문에 또다시 '재앙을 부르는 대통령' 선택?

이때문에 미국 백인 유권자들이 인종적 편견 때문에 또다시 '재앙을 부르는 대통령'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분석도 나왔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신작 <미래를 말하다>에서 미국의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국민의료보험을 도입하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을 '인종 문제'로 꼽았다.

크루그먼은 하버드 경제학자 알베르토 알레시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브루스 새서도트가 진행한 최근 가장 체계적 연구를 인용해 "미국에서 여느 선진국과 달리 주목할 만한 사회운동이 없었던 현상에는 인종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인종 간의 불화는 빈곤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빈곤층 중에서 소수민족들이 가장 많이 부각되기 때문에, 소득에 기초하여 부를 재분배할 경우 특별히 소수 민족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아지게 된다.

재분배를 계속해서 반대해 온 이들은 인종문제가 깔린 문구를 사용하여 좌파적 정책과 맞서왔다. 미국 전역에서 인종 간의 분열은 부의 재분배를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다.

또한 미국 내에서 인종 문제는 복지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불편한 인종관계는 분명 미국이 복지국가가 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임에 틀림없다."

크루그먼은 미국에서 국민의료보험이 없는 가장 큰 원인도 인종 문제에서 찾았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은 국민의료보험제도가 있다. 어떻게 미국에만 이러한 제도가 없을까?

크루그먼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역사적으로 국민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4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추진한 국민의료보험에 대해 여론도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학협회와 남부 백인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남부 백인들은 저소득층이었기 때문에 국민의료보험의 수혜를 받았을 수도 있었는데도, 병원에서 인종차별이 폐지될까봐 두려운 나머지 트루먼에 반대했다.

어떤 주가 복지제도를 더 많이 지지하는지 비교해 보면 역시 인종이 얼마나 큰 변수로 작용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인종'에 집착한 대가를 현재 백인들도 톡톡히 치르고 있다. 더욱이 조지 W.부시 행정부는 지난 집권 8년 동안 이라크 전쟁과 금융위기를 일으킨 실정(失政)을 거듭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도 백인들이 인종적 편견 때문에 여론조사 때와 달리 지지 후보를 바꾸거나, 백인 부동층에서 결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찍는 경우가 판세를 뒤집을 정도로 나온다면 그 자체가 세계를 놀라게 할 '이변'이라는 것이다.

막판 여론조사, 3~11% 포인트로 오바마 우세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매케인이 승리한다면 미국 대선 사상 최대의 '역전극'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바마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지율 차이(최소 3%, 최고 11%포인트)가 있을 뿐 모든 여론조사가 오바마의 승리를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발표된 조그비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가 49%의 지지를 얻어 44% 득표에 그친 매케인을 5% 리드하는 것을 비롯해 갤럽 8% 포인트(51%-43%), ABC-워싱턴포스트 9% 포인트(53%-44%), CBS-뉴욕타임스 11% 포인트(52%-41%)차로 모두 오바마의 승리를 예상했다.

또 리얼클리어폴리틱스 6.3% 포인트(49.9%-43.6%), 라스무센리포트 5% 포인트(49%-44%), 핫라인 7%포인트(48%-41%), 조지워싱턴대/배틀그라운드 4%포인트(49%-45%) 등 다른 조사에서도 오바마 대세론이 확인되고 있다.

심지어 매케인에게 우호적인 대표적인 보수성향의 언론기관인 폭스뉴스의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 47%, 매케인 44%로 오바마가 3%포인트 앞섰다. 매케인의 측근들도 자체조사 결과 비공식적으로 매케인이 4% 포인트 정도 뒤지는 것으로 됐다고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미 30개주에서 시작된 조기투표에서 오바마가 6대4 비율로 매케인을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올해 조기투표자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지율 차이보다 더 확실한 선거인단 확보 예상치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은 지지율 차이보다 미국의 선거방식을 고려할 때 더욱 확실해진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직접 선거 방식이 아니다. 각 주를 하나의 독립된 선거단위로 인정해, 주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로 승부를 가리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전국적 지지도보다 주별 선거결과가 더 중요성을 갖는다. 각종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후보별 선거인단 예상 확보수에 있어서는 오바마가 지지율 차이보다 더 확고한 우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수는 538명이며, 과반인 270명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당선자가 결정된다. 선거인단이 많은 대형주들을 휩쓸어 270명을 넘긴다면 다른 주의 결과와 관계가 없이 승부가 난다는 것이다.

대다수 언론 및 여론조사기관들은 이미 오바마가 '매직 넘버'인 선거인단 270명 확보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관측하고 있다.

온라인 정치전문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1일 오바마가 이미 대통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을 41명이나 넘긴 31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반면에 매케인은 132명을 얻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CNN도 현재 오바마가 291명의 선거인단을 이미 얻어 매케인(160명)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CNN은 지난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겼던 주 중 버지니아(13명), 아이오와(7명), 위스콘신(10명), 콜로라도(9명), 뉴멕시코(5명), 네바다(5명) 등은 이미 오바마의 승리가 사실상 굳어졌다고 밝혔다.

NBC방송도 선거인단수 확보 경쟁에서 현재로선 오바마가 286명을 얻어, 163명을 얻는 데 그친 매케인을 앞선다고 관측했다.

ABC방송(207명-158명)과 CBS방송(259명-163명)은 아직 오바마가 매직넘버 270명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역시 오바마가 매케인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까지 두 후보간 경쟁이 치열한 경합주로 미 언론들은 플로리다(선거인단수 27명), 노스다코다(3명), 미주리(11명), 인디애나(11명), 오하이오(20명), 노스 캐롤라이나(15명) 등을 꼽고 있다. 매케인이 승리를 기대하기 위해선 이들 경합주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경합주에서도 오바마가 오차범위 내에서 혹은 이를 뛰어넘으며 매케인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층, 지지후보 양분 경향

다만 막판 변수는 역시 부동층이다. AP통신과 야후뉴스는 지난 달 31일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수가 유권자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유권자 7명 중 한 명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

대선에선 주별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선거인단을 싹쓸이하는 만큼 매케인이 실제 투표에서 부동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경우 현재의 열세를 일거에 뒤집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부동층 중에는 백인들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거전문가들에 따르면 역대 미국 대선 사례를 살펴보면 부동층이 막판에 특정후보에게로 쏠리기보다는 양분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AP-야후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 가운데 매케인 지지로 기우는 유권자는 10명당 4명꼴이었고, 오바마 지지로 돌아서는 부동층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부동층마저 이번 대선의 판세를 뒤집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