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2일 영국의 <가디언>에 쓴 'A crisis of confidence'라는 칼럼(원문보기)에서 금융위기의 본질을 '신뢰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없이 구제금융이나 퍼붓는 대책을 비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시장 실패의 원인을 3가지로 꼽았다. 기형적인 인센티브 제도, 사실상 독과점화된 경쟁체제, 그리고 부실한 투명성이 그것이다. 그는 이들 요인이 함께 얽히면서 금융시장에게 부여된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됐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이는 금융시장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사실상 독과점화된 금융시장
금융시장은 저축을 장려하고 자본을 배분하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위험을 부담할 능력이 적은 쪽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쪽으로 이전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금융시장은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낭비를 부추겨 저축률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이끌었다. 자본 분배도 엉망으로 했다. 리스크를 관리하기는커녕 엄청난 리스크를 초래했다. 금융업체들의 실패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 일반 미국인들에게 그 리스크를 떠넘겼다. 금융시장의 실패는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실패의 원인에는 서로 얽혀있는 3가지가 있다. 기형적인 인센티브 제도, 사실상 독과점화된 경쟁, 그리고 부실한 투명성이다. '대마불사'의 지위를 획득한 대형 금융업체들이 군림하게 되면서 이들은 매우 위험한 상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구조는 이익이 나면 금융업체들이 갖고, 손실이 나면 그들을 망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이유로 납세자가 떠안는 게임이다. 애덤 스미스조차 규제받지 않는 시장은 경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시장이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센티브 제도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형적인 인센티브 제도는 잘못된 행태를 부추긴다. 금융업체의 경영진들이 막대한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지만, 어떤 이유로 그런 인센티브가 주어지느냐도 큰 문제다. 과도한 리스크와 단기 목표에 몰두하게 만들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이 잘못된 것이다.
"첨단 금융기법, 규제와 세금 회피 위해 고안"
무엇보다 이번 금융위기의 핵심 요인은 불투명성이다. 금융업체들은 만든 사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상품을 만들었다.
금융시장이 발휘한 첨단기법이란 것의 상당 부분은 규제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회계방식도 너무 '창의적'이어서 은행조차도 제대로 문제를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금리가 오를 때 자기 집을 계속 소유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 보통사람들이 직면하는 현실적인 리스크를 다루는 혁신은 하지 않았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던 혁신은 사실상 방해했다.이처럼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혁신을 억제함으로써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규젝개혁이라는 과제는 광범위하다. 하룻밤 사이에 완성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을 시작할 때까지, 그리고 그럴 때에만 금융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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