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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街) 미워도 도와줄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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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街) 미워도 도와줄 수 밖에 없는 이유"

[해외시각]NYT "현대경제는 신뢰 무너지면 공멸"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해 하루빨리 대대적인 구제금융을 실시하지 않으면 파국적인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대공황급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 29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킨 의원들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의회의 지도부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나라를 망치려 드는 무책임한 행위"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탐욕스러운 월스트리트의 금융귀족들의 실패를 왜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해야 하느냐"면서 "월가 스스로 구제금융 자금을 조성하라"고 반박하고 있다.(☞관련 기사
:"구제금융, 월가(街)에서 자체 조성하라")

이와 관련, 10월1일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레온하트는 정부와 의회 지도부가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납세자의 돈으로 구제금융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지를 전개해 주목된다. 그는 'Lesson From a Crisis: When Trust Vanishes, Worry'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의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을 '신뢰의 위기'로 진단하고, "현대의 경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금융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신뢰 회복을 돕기 위한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주장했다.

다음은 이 글(
원문보기)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탐욕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 월가를 납세자의 돈으로 구해야 하는가. ⓒ로이터=뉴시스

월가 안도와주면 대공황이 닥치나

워싱턴 정계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심각한 침체로 빠져들고 있는데, 대중과 의회의 상당수가 경제 회복보다 월가를 벌주는데 관심을 더 갖고 있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시각이 옳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뭔가 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필사적으로 나서는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은 그들이 왜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지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데 실패했다.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며, 대출이 중단돼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위기가 은퇴보험 관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그렇게 크지 않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가 호들갑으로 비쳐질 수 있다. 또한 7000억 달러짜리의 구제금융안은 부자 악당을 위한 자금을 내놓으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경제학자 중 대공황 때처럼 심각한 경기침체가 현실화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대공황 때처럼 경제활동이 30%나 축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대공황 때보다 훨씬 나라가 부유해졌기 때문에, 한계 상황에 다다른 사람들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적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대공황을 초래한 조건과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다. 바로 신뢰의 위기가 한가운데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1930년대에 들어서 많은 일들이 월가에서 벌어졌지만, 그때만 해도 미국의 경제가 붕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1930년 말 금융 패닉이 시작됐다. 은행들이 줄도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출사태가 빚어져 많은 은행들이 문을 닫았다. 은행과 은행, 은행과 투자자, 그리고 소비자 사이에 신뢰가 증발됐다. 1932년 소비와 투자가 붕괴되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무려 80% 이상 하락했다.

리먼브라더스와 AIG 사태 이후 심각한 위기 단계 진입

지금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날 금융시장은 세계화됐다. 2주전 리먼브라더스와 AIG의 붕괴 사태 이후 이번 위기는 심각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공포의 수준이 격상된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고 재무부 채권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금리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지만 위험이 거의 없다는 이유다. 대출을 해줄 경우에는 높은 금리를 요구했다.

현재의 공포는 확실히 비이성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대부분의 가계와 기업들은 아직 건전한 상태다. 그런데 왜 은행들은 새롭게 조성된 고금리 기회를 이윤 추구를 위해 활용하려 들지 않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하나는 기본적인 것이다. 자금을 빌려가는 자가 지금은 건전해보여도 나중에도 상환 능력이 있을지 우려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좀 복잡하다. 은행들은 장기 대출 자산과 단기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단기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다른 은행에서 단기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은행들은 다른 은행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단기 자금 융통을 연장하지 않고 현금을 확보하려고 든다. 이처럼 자본이 발이 묶이게 되면 더 많은 은행들이 무너지는 사태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 경제는 사람들이 신용을 쉽게 얻기 힘들면 작동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매일같이 큰 자금을 대출하는 기업과 가계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분명하게, 그리고 고통스럽게 느끼는 단계에 들어갈 것이다. 이미 자동차 대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매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구제금융은 월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말 나쁜 일이 일어날 위험을 줄이자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방만한 금융으로부터 초래될 타격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월가를 돕지 않고는 이런 목적을 이룰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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