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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망신 자초한 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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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망신 자초한 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29> 자국민 보호 소홀한 외교관들

지난 7월 27일 아르헨티나 국경 이과수 지역을 관광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무릎뼈와 골반뼈가 부러져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독일병원(HOSPITAL ALE MAN)에서 치료를 받고 한국으로 귀국한 김모 씨(35)문제가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골반뼈를 다쳐 주위의 도움이 없으면 걷는 것은 물론 앉아있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된 김 씨는 병원 측으로부터 기본적인 치료를 받은 후 교민 젊은이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귀국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재외국민 보호에 앞장서야 할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서 실질적인 도움이나 편의는 아무것도 제공해준 게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이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교민 사회에서까지 문제화가 되자 아르헨 주재 한국대사관은 "부상자인 김 씨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공관이 취한 조치에 대한 일체의 언급도 없이 편파보도 되었다"고 해명했다. 공관도 이 건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이다.
▲ 여행 중 불행을 당한 김씨를 치료해준 독일병원 ⓒ부에노스아이레스 독일병원

하지만 김 씨를 치료하고 귀국 항공권 예약은 물론 통역 겸 장거리 여행기간 동안 간병을 해줄 동반자까지 구해준 독일병원 측의 주장은 다르다.

기자는 최근 종합검진을 위해 독일병원을 찾았는데 우연찮게 김 씨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게 됐다. 독일병원 측 관계자들은 김 씨가 병원에 머물렀던 4일 동안 한국대사관은 아무런 도움도 준 게 없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병원 측은 환자의 귀국 항공권이 남아프리카를 경유해야 하는 노선임을 확인하고 경유지가 많고 시일이 오래 지체되어 도저히 여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한국대사관에 브라질 상파울루에 취항한 국적기인 대한항공 직선노선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한국 공관은 이런 기본적인 요청마저 들어주지 않았다.

또한 병원 측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간병인이 필요하다면서 교민 동반자를 한 명 구해달라고 재차 연락을 했지만 이마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독일병원은 직접 현지 한국인교회 청년부에 연락을 취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간병과 통역을 맡아줄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기에 이른다.

현지 주재 공관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혈혈단신이 되어 고통중인 대한민국 국적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누가 돌보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환자가 단체로 남미를 여행했기 때문에 최소한 2명의 여행 동반자가 독일병원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 씨를 제외한 다른 여행객들은 단체여행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며 김 씨와 따로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들 여행객들은 김 씨의 상태가 걱정되어 가끔씩 한국대사관에 전화연락을 취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한국대사관은 여행객 중 일부가 김 씨를 돌보며 병원에 함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환자인 김 씨보다는 이들의 전화연락을 기다리는 등 안이하게 대응했다. 김 씨가 현지교민 중에서 한국까지 동행할 여행동반자를 구한다는 말을 수차례나 했는데도 대사관은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로부터 김 씨의 딱한 처지를 전해 듣고 여행동반자로 자원한 교민 2세 추주호(세바스티안) 군에 따르면, 당시 김 씨는 혼자였고 그의 상태는 걷기는커녕 앉아있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또한 김 씨는 대소변을 받아내는 것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군은 "김 씨는 아르헨티나 공항출국장에서도 위급한 환자로 취급되어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겨우 출국을 하게 됐다"면서 "옆에서 지켜보기조차 안타까울 정도였다"고 밝혔다.

김 씨는 귀국 후 한국 공관에 대한 서운함은 숨기지 않으면서도 각종 편의와 도움을 아끼지 않은 독일병원 측에는 몇 번에 걸쳐 사의를 표하고 특히 이 병원에 근무하는 2명의 한인 2세 여직원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깊이 감사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추 군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인 여행객 김 씨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추주호 군 ⓒ김영길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르헨 주재 한국 공관은 이 일로 인해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대사관은 김 씨가 한국 언론에 밝힌 "며칠 전 오스트리아 관광객이 부상을 당했을 때 대사가 직접 나서 병원비는 물론 항공편까지 마련해 줬다는 병원 관계자의 말이 떠올라 귀국길 내내 서러움이 가시지 않았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병원 측에 따르면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주아 오스트리아 대사관에 전화를 해 "오스트리아국적 관광객이 아르헨티나에서 부상을 당했고 독일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있었느냐"고 묻고, 이 환자의 병원비를 대사관이 대신 지불해준 사실이 있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한국대사관의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은 오스트리아 대사관은 독일병원 측에 한국대사관과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문의를 하게 된다. 병원 측으로부터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오스트리아 대사관 관계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대사관이 자국민 보호를 그렇게 소홀히 할 수 있느냐고 반신반의 하더라는 것이다.

김 씨보다 훨씬 경미한 상태의 환자였지만 자국민 보호차원에서 입퇴원 수속과 입원비는 물론 공관장 차량을 제공해주고 출국 수속까지 적극 도와준 오스트리아 대사관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결국 한국대사관은 김 씨가 겪은 황당한 일을 외국대사관까지 알려줌으로써 국제적인 망신을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김 씨의 상태를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한 공관이 미숙했다"며 "처음 당한 일이다 보니 경험이 부족해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오스트리아 대사관에 전화 확인을 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도 영사 콜센터를 통한 여행객 후불 제도가 있지만 선진국 제도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한-아 무비자 협정 발효조차 몰랐던 한국대사관'

자국민 보호에 소홀한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 공관의 무성의한 업무태도를 접하며 몇 년 전 기자가 직접 경험한 대사관과 이과수에 얽힌 또 하나의 사건이 떠올랐다.

2003년 12월 17일 정오 기자는 평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한 교민으로부터 급한 전화 연락을 받았다. "한국과 아르헨티나가 상호 무비자 협정을 채결했다는데 언제부터 발효되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기자는 "아니 그런 질문을 왜 나에게 하는가"를 묻고 "한국대사관으로 전화를 해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교민은 "대사관에 이미 수차례 문의를 했으나 담당자가 회의중이라 확인할 길이 없고 전화를 받은 직원은 '그런 문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더라" 면서 "굉장히 급한 문제"라고 기자를 채근했다.

이 교민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자신의 친구가 아르헨티나 입국비자를 받지 못해 브라질을 경유해 이과수 폭포지역을 방문했는데 우연히 국경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로부터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이미 무비자 협정이 발효 중이어서 한국여권 소지자는 3개월간 아르헨티나에서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문자는 덜컥 아르헨티나로 입국을 했다가 혹시 출국할 때 문제가 발생할게 두려워 현지에 있는 교민에게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라고 급히 전화를 했던 것이다.

이같은 사정을 전해들은 기자는 즉시 아르헨티나 외무부로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에 나섰다. 때가 마침 점심시간이라 영사국장이 외출 중이라면서 담당자는 영사국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었다. 점심식사 중 기자의 전화를 받은 영사국장은 "아르헨티나와 한국은 지난11월 26일부터 무비자 협정이 발효되어 시행되고 있으며 공항과 국경은 물론 관련부처에 해당사실과 훈령공문 발송을 한 게 한 달이 넘게 지났다"고 확인해주었다.

이에 앞서 양국 외무부 고위관료들은 같은 해 11월 7일 한-아 공동위원회 회의를 통해 무비자 협정을 논의했었다. 그렇다면 아르헨 외무부는 이 자리에서 사실상 무비자 협정 시행의지를 굳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결과를 한국정부와 우리측 공관만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기자가 이 사실을 확인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정확히 5분 정도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해당 교민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기자는 한국대사관의 총영사에게 양국간 무비자 협정이 이미 시행이 되고 있음을 알렸더니 총영사는 펄쩍 뛰면서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런 중요한 사안을 대사관이 모를 리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한국에 친지를 둔 아르헨 교민들이 한국에 이 사실을 알렸고 아르헨 방문을 희망하는 한국인들이 서울 주재 아르헨 대사관과 외교통상부에 확인한 결과 기자의 말이 사실임이 확인됐다. 이게 아르헨티나에 근무하는 우리 외교관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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