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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美 구제금융도 일본식 불황 못막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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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美 구제금융도 일본식 불황 못막을 것"

[해외시각]정실자본주의로 파국 맞나

미국의 양대 국책모기지보증업체로 불리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이 미국의 정부후원기업(GSE)이라는 지위를 내세워 결국 2000억 달러라는 공적자금을 보장받게 됐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적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안을 발표하면서도 당장 어느 정도의 공적자금이 실제 투입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2개월 전 의회예산국(CBO)은 최소 25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상황에 따라 1000억 달러까지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구제책은 미국의 자본주의가 국가신용등급이 흔들릴 정도로 부실화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경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미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천문학적인 국가채무에 시달리면서 'AAA'라는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두 업체의 GSE라는 지위는 '이익은 주주와 경영진에게, 손실은 납세자에게'라는 '정실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다. 패니메는 1938년 공기업으로 출범했으나 1968년 상장, 민영화됐다. 1970년 출범한 프레디맥은 1989년 민영화됐다.

민영화된 뒤에도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는 국책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두 업체는 정부의 암묵적인 보장을 받는 업체로 인식됐다. 이에 따라 이 업체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신용등급에서 미국 국채와 맞먹는 안정성을 누리면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자금시장을 싹쓸이해갔다.
▲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역사적인 구제금융책이 발표됐지만, 미국 경제위기의 근본적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처럼 이상한 형태의 업체가 수십년간 유지될 수 있는 배경에는 '정경유착'으로밖에 설명하기 힘들다. 미국의 학계와 시민단체, 심지어 상당수의 의원들도 이 업체들이 특혜 속에서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지만, 이 업체들은 상당한 자금을 들여 강력한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는 정부의 구제금융 조치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이번 사태는 정실자본주의, 특혜, 로비의 전형적 사례"라면서 "이 업체들에게 더 많은 규제와 감독, 투명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민간업체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두 업체가 직접 매입했거나 보증한 채권규모는 급격히 불어나 5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이 규모는 미국내 모기지 시장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각 국의 중앙은행 등 해외투자자들도 그중 20% 정도인 1조3000억 달러 정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도 이런 채권을 380억 달러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납세자의 눈물'을 요구한 미국식 자본주의

'정경유착'의 말로가 정부 관계자 업체, 그리고 투자자들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되어야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미국도 '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납세자의 눈물'을 요구할 뿐이다.

책임지는 정부 관계자도 없고, 업체는 사실상 국유화되고, 채권 투자자들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결정 소식에 안도하고 있다. 그나마 '납세자의 눈물'을 요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속죄양'이 이번 결정에 포함된 것이 '모럴 해저드' 논란을 누그려뜨렸다.

8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따르면, 이번 정부의 조치에는 경영진 전원 교체, 현재 주식 보유자에 대한 배당 금지 등이 포함됐으며, 구제책의 대가로 업체들의 경영상태가 호전될 경우 발행된 보통주의 80%를 주당 1달러 이하로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의 주식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지난해만 해도 주당 60달러가 넘었던 이들 업체의 주가는 10달러 아래로 추락한 뒤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20% 넘게 폭락하며 1달러를 간신히 웃돌고 있다.

이와함께 정부는 이 업체들이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로 했다. 또한 공적자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로 매년 최소한 10%의 배당을 재무부에 지불하는 최우선주 1억 달러 어치를 발행하도록 두 업체에 요구하고,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한 대가로 분기마다 상당액의 자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구제금융책 발표 직후 '월가의 현인' 워렌 버핏은 "폴슨 장관이 나라를 위해 아주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면서 "모럴 해저드 문제를 최소화하고, 주택시장과 금융시장을 위해서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구제책이 미국발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속에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고 있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로 인한 자산 디플레이션 악순환 못피할듯"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조치가 주식시장에 단기 랠리를 제공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8일 <뉴욕타임스>에 'The Power of De'이라는 칼럼에서 "정부의 구제책이 올바른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더 큰 싸움에서 이미 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현행 금융위기는 1980년대말 일본을 강타한 위기와 매우 닮았다"면서 "부채를 갚기 위해 자산을 앞다퉈 매각하는 사태로 인해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되고, 다시 더 많은 자산이 매각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일어나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지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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