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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전쟁, 세계화 붕괴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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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야 전쟁, 세계화 붕괴 전조"

[해외시각]두 가지 '위대한 환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해석되고 있는 그루지야 전쟁이 불안한 휴전 상태로 일단락됐다. 러시아는 그루지아측과 교전을 중단한 채 16일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관련 기사:'그루지야 전쟁'은 美 대선용 기획?)

전날 미하일 샤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프랑스의 중재로 그루지야에서 러시아군을 철수시키되, 제한된 경비병을 남기기로 하는 평화협정안에 서명한 데 이은 것이다. 하지만 그루지야에서 러시아군의 철수 일정은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그루지야에 있는 러시아군의 철수 시기와 관련해 "필요한 만큼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그루지야측과 다양한 문제들에 봉착하고 있으며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느냐에 러시아군의 철수일정이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루지야도 남오세티아 일부 지역에 군대를 재파병할 수 있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협정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팍스 아메리카'의 종말을 의미하는 사건

한편, 이번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분석하면서, '세계화의 붕괴'를 알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제기해 주목된다.

크루그먼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 형성됐던 세계화가 전쟁으로 붕괴됐듯, 현재의 세계화는 예전보다 더 상호의존이 강한 만큼, 전쟁 등 상황 변화에 의해 붕괴될 위험이 더 큰 측면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칼럼(
원문보기)의 주요내용이다.<편집자>

▲ 그루지야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구호물품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그루지야가 석유 수송로의 주요 통로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국제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 미미하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화가 제2차에 해당한다고 할 때 지난 1차 세계화의 운명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조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만 해도, 1919년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런던 거주자가 아침에 잠자리에서 차를 마시면서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상품을 전화로 주문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세계 어느 곳이든 자원과 기업에 돈을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묘사할 만큼 당시에도 대대적인 국제무역과 투자가 이뤄지는 세계화의 시대였다.

사실상 완성단계에 이른 국제화에 군국주의나 제국주의, 인종과 문화의 충돌, 독점, 규제, 배제 등을 도모하는 계획이나 정치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 직후 30년에 걸쳐 전쟁, 혁명, 정치적 불안, 불황, 또다시 전쟁이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말 세계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파편화되었다.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두 세대에 걸친 시간이 흘렀다.

세계화의 미래에 불길한 조짐들

세계가 파편화되는 상황이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식량 위기를 고려해보자. 오랫동안 자급자족이라는 개념은 낡은 것이라는 게 통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식량 공급은 세계 시장에 의존해도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밀, 쌀, 옥수수 가격이 치솟자, '규제와 배제'가 지배하는 '계획과 정치'가 부활했다. 많은 정부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에 서둘러 나서면서 식량 수입국가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루지야 전쟁은 미국이 사실상 군사력 사용을 독점해온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은 세계화의 미래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분명한 것은 유럽이 러시아에게 에너지 특히 천연가스를 의지하는 상황이 매우 위험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이다. 이미 러시아는 가스를 자원외교의 무기로 사용했다.

러시아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이라고 선언한 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의지와 능력을 보유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중국이 대만에 대한 통제를 무력으로 확보하려 든다면 세계 경제에 초래될 혼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통합된 경제가 전쟁을 막는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통합된 세계 경제 자체가 전쟁을 막는다는 것이다. 무역에 기초한 성공적인 경제체제들이 군사적 모험으로 자신들의 번영을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역사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편하게 생각하기 힘들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학자 노먼 에인절(Norman Angel)은 <위대한 환상(Great Illusion)>이라는 책에서 "전쟁은 무용지물이 됐다. 근대산업시대에는 군사적 승리자일지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은 맞다. 하지만 전쟁은 어쨌든 계속 일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 무역이 매우 유익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자유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안심할 만한 믿음은 아니다.

정복의 대가는 위대한 환상이 되었다는 에인절의 주장은 옳았다. 하지만 경제적 합리성이 항상 전쟁을 예방할 것이라는 믿음 역시 위대한 환상이다.

오늘날 고도로 상호의존적이 된 세계경제는 모든 주요 정부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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