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을 취재하는 국내 취재진은 중국 선수와 한국 선수가 함께 메달을 땄을 때가 가장 짜증이 난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장때 대회조직위원회의 과도한 자국 언론 배려로 인해 한국 기자들이 우리 선수에게 질문할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진종오(KT)가 사격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12일 베이징 사격관 기자회견장 주인공은 동메달리스트 탄종량(중국)이었다.
기자들의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 조직위가 질문 기회의 절반 가량은 중국 기자에게 주는 바람에 진종오의 우승소감을 들으려는 한국 기자들은 탄종량의 경기 소회와 향후 계획을 인내심을 가지게 듣고 있어야 했다.
진행자가 외국기자에게 기회를 주려고 할 때도 외견만으로는 중국기자와 구분이 잘 안되는 한국기자들 보다는 서방 기자들이 유리한(?) 실정이다.
질문과 답변이 모두 순차통역으로 진행되다보니 제한된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질문의 수가 많지않은 만큼 국내 선수가 금메달을 딴 이날 같으면 조직위가 한국 기자들의 취재 수요를 배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한국이 금메달을 딴 이날은 그래도 나았다. 지난 9일 진종오가 공기권총에서 중국의 팡웨이에 이어 준우승한 날은 중국 기자들에 대한 배려가 극에 달해 한국 기자들이 제대로된 질문을 거의 하지 못했다.
멀뚱멀뚱 앉아 있는 진종오를 보다 못한 한국팀의 한 코치가 인터뷰 진행 중에 "그냥 내려오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또 한국 기자들을 포함한 외국 기자 전체가 겪는 또 하나는 고충은 중국 기자들의 지나친 애정표현이다.
12일에도 기자회견 중 탄종량이 "동메달에 만족한다"고 하자 현장에 있던 수 십명의 기자들이 우레같은 박수와 환호성을 터트려 다른 나라 기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팬클럽 미팅을 연상케 한 이 장면은 베이징올림픽을 휘감고 있는 중국인들의 열렬한 애국주의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 대목이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