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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街는 사회주의?

"이익은 사적 소유, 손실은 납세자 부담"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양대 주택담보대출보증업체(패니매와 프레디맥)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지난 주말 대규모 공적자금을 동원해서라도 구제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발표가 나왔다. 이들 업체가 보유하거나 보증한 채권들이 규모가 너무 커 부실화될 경우 미국의 금융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납세자의 돈을 쏟아 부어서라도 정부가 보증해야 하는 공기업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민간이 소유한 기묘한 형태라는 점이 새삼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득은 사적으로 소유되는데, 왜 손실이 나면 공적 자금으로 메워줘야 하느냐는 비판이다.(☞관련 기사:"모기지업체 구제, 美 신용등급 위기 초래" )

게다가 16일 미국의 정치전문인터넷 신문 <폴리티코>에 따르면, 두 업체가 의회와 정계 거물들을 상대로 거액의 로비를 펼치며 경영 위기를 넘겨왔다는 폭로도 터져나왔다. 지난 10년 간 투입된 로비자금만 2억 달러(약 2000억 원)에 달하며,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도 로비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 미국 금융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월스트리트에 대해 사회주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정경유착과 각종 비리 만연한 월가 금융사들

앞서 지난 11일 파산한 모기지전문업체 인디맥을 비롯한 21개의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회사들은 부동산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된 400여 명의 부동산 업자들과 불법대출은 물론 내부 거래까지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파산한 미국 제 5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와 최근 파산설이 나돌고 있는 리먼 브라더스의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주말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등 대형 투자은행들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SEC는 투자은행들의 주식거래 담당자들이 베어스턴스나 리먼 브라더스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흘리며 시세를 조종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는 혐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월가의 방만한 경영과 부패상에 대해 진보성향의 논객 로버트 보로세이지는 16일(현지시간) 마국의 웹진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월스트리트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동원해 정부와 기업이 유착한 '미국식 시장주의'에 강한 의문을 제기해 주목된다.

다음은 'Wall Street Socialism'(
원문보기)이라는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출신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월스트리트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게 구제금융을 승인해줄 것을 부시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업체는 정부가 설립을 주도했지만 민간 소유이며 이윤을 추구하는 주택대출회사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채권을 보유하거나 보증해주고 있다. 약 5조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폴슨은 이 채권을 보증하기 위한 무제한의 신용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자본 확충을 위해 그들이 발행하는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자금을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폴슨은 새로운 지원방안들이 두 업체의 '현행체제'를 유지하도록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망해가도 경영진은 막대한 보수 챙겨

완벽하다. 두 업체는 1930년대에 모기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됐다. 정부가 두 업체를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조달 비용이 일반 민간업체들보다 덜 들었다.

두 업체는 법의 규제를 받고 있어서 서브프라임 채권을 사들이지는 않았지만, 이들 업체가 규모가 커지고 이윤이 늘어나면서 경영진들은 막대한 봉급과 보너스를 챙겼다.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들통 나기도 했다.

프레디 맥의 회장은 지난해 1800만 달러가 넘는 보수를 챙겼고, 패니매의 최고경영자 다니엘 머드도 회사의 주가가 33% 떨어지고 막대한 손실이 난 지난해 자신의 봉급은 7% 인상해 13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가져갔다.

현재 두 업체는 시장가치로 자산을 평가하면 사실상 파산상태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연방정부의 보증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필요하다면 납세자들의 돈을 이 업체들의 자본 확충을 위해 제공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업체의 수익과 경영진이 가져가는 봉급은 뺀 나머지는 국유화된 것이다. 정부의 보증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면, 투기꾼들은 헐값으로 떨어뜨린 주식이 올라가면서 이득을 볼 것이며, 이 업체들의 경영진은 월가의 관행이 된 거액의 봉급을 계속 챙겨갈 것이다.

이것을 '월스트리트 사회주의'라고 부르자. 그들의 손실은 사회화되고, 그들의 이익은 사적으로 소유되는 것이다. 두 업체는 현재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왜 국유화하지 않는가.

국유화하면 5조 달러의 부채가 정부회계에 올라가겠지만, 그 자산도 올라간다. 폴슨 장관의 발표 이후 전세계의 투자자들은 이미 이 업체들의 부채를 연방 정부의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국민의 돈으로 움직이는 업체들인데, 그 주주들에게 왜 배당금을 주는가. 공기업 경영진에게 월가 투기꾼들이 가져가는 정도의 보수를 안겨주는가. 그 경영진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동원하는 로비스트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도록 내버려두는가. 그들이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허구는 이미 드러났다.

납세자를 민간업체 보증자로 내세우는 정부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월스트리트 사회주의의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대학 학자금을 제공하는 민간업체들에게도 똑같은 조치를 취했다.

FRB는 납세자들을 정부가 규제하는 은행들 뿐 아니라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계열의 유사 은행들의 보증자로 만들었다.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 이후 이들 업체들은 납세자의 돈에 기대고 있다. FRB는 민간은행들을 위해 5000억 달러의 연방채권을 동원하고, 그 중 2000억 달러는 휴지조각과 다름없는 MBS(주택저당증권)에 퍼부었다.

이처럼 막대한 정부 구제금융은 금융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투기꾼들이 어떤 도박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제한도 없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념적으로 이런 조치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은 메디캐어(미국의 노인 의료보장보험)가 민간보험사들보다 더 저렴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민간업체의 경쟁력을 위해 민간업체들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니 정부가 주택자금 대출과 대학 학자금 대출업체들에게 자금 지원에 나선 것이 이해가 간다. 미국이 자랑하는 폭넓은 중산층을 유지하기 위해 주택 소유와 고등 고육을 장려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민간업체들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이득을 챙기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공기업은 관료적인 타성에 젖을 수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사회주의가 초래하는 위험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효율적인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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