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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은행 파산 줄 이을 것"

<WSJ> "월가, 지난 3월보다 더 심각한 상황"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린 미국 양대 주택담보대출보증업체(패니매와 프레디맥)를 구하기 위해 지난 주말 일단 국유화가 아닌 긴급 구제책을 발표했다. 이들 업체들에 대해 국유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들의 보도가 나온 지 불과 이틀 뒤다.(☞관련 기사:'미국판 IMF사태' 본격화되나)

핵심 방안은 2.5%의 저금리로 뉴욕연방은행에서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폭락하고 있는 두 업체의 주식을 필요할 경우 정부가 매입해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의회에게 두 업체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기존의 22억 달러에서 무려 3000억 달러로 대폭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는 두 업체가 아무리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미국이라도 시장 원리에만 처리를 맡길 수 없는 전형적인 '대마불사'에 해당하는 사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문에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이 언제부터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느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 지난 11일 '20년만의 최대 파산은행'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영업정지에 들어간 인디맥.ⓒ로이터=뉴시스

'대마불사' 그늘에 죽어가는 중소형 은행들

하지만 미국 정부도 이들 업체들에게 특별대우를 해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현재 두 업체는 12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시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점유율을 갖고 있으나, 1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패니매 8000억 달러, 프레디맥 7000억 달러)를 안고 있으며, 두 업체가 보증하거나 발행한 채권 5조여 달러 중 미국은 물론 외국의 중앙은행들을 비롯해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미국 금융업체들만 1.3조 달러 보유)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긴급 구제책을 발표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모기지 빚은 세계 금융기관들도 보유하고 있다"면서 "양대 모기지업체의 지속적 활력이 미국과 세계 금융의 신뢰와 안정유지에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두 업체에 대한 특혜 조치는 결국 다른 모기지 업체들을 지원할 가능성과 여력을 그만큼 제한하는 것이어서 곧바로 다른 업체들의 위기설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NYT>는 14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12~18개월 내로 미국 전역 7500개 은행 중 150개 정도의 중소형 은행들에게서 부도 사태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살아남은 은행들도 지점 수를 줄이거나 합병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디맥, '20년만의 최대 파산은행'

이미 자산 320억 달러로 미국 2위의 모기지전문업체로 꼽히는 인디맥이 지난 11일 고객들의 인출사태 등으로 자금이 바닥나 영업중단 조치를 받으며 '20년만의 최대 파산 금융업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 업체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위기에 몰린 은행으로 꼽은 명단에도 없던 업체라는 점에서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 던진 충격은 엄청나다. FDIC는 파산 은행들의 예금 보장을 위해 적립한 530억 달러의 기금 중 인디맥에게만 40~8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YT>는 "인디맥이 파산하자 월가의 전문가들은 '얼마나 많은 은행들이 위기에 몰릴 것인가, 그리고 '다음 차례는 어느 은행인가'라는 두 가지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꼽히는 1980년말 저축대부조합사태 당시 1000여개에 달하는 연방정부 보증 금융기관들이 파산 위기에 몰려 1250억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1980년대 초 FDIC 사장이었던 윌리엄 이삭은 "파산한 은행은 후행지표이지 선행지표가 아니다"면서 "올해 더 많은 은행들이 부실해지고, 파산하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직접 채무보증에 나선 것은 심각한 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정부의 조치는 지난 3월 미국 제 5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 대한 처리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면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는 베어스턴스 때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에 베어스턴스를 매각시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채무 보증에 나섰다는 것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두 업체의 사업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정부의 구제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베어스턴스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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