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언론 탄압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 건강을 무시하고 부실하게 협상했던 농림수산식품부가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PD수첩>팀을 수사의뢰했다.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더니, 도대체 지키고 싶은 명예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그렇게 열심히 국민의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지키려고 했다면, 오늘의 촛불 시위는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이 다섯 명의 검사로 전담팀을 꾸린 것은 더욱 가관이며, 이제는 <PD수첩>팀의 촬영원본을 제출하라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은 누구의 명예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훼손되었는지 적시하지도 않은 채, 더군다나 사건번호조차 없는 문서를 전달하면서 촬영원본을 제출하라고 했다. 검찰은 무엇이 그리도 급했기에 법적 효력도 없는 문서를 <PD수첩>팀에게 전달한 것인가?
이번 쇠고기 파동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극도로 부실하게 협상을 마무리 한 데 그 본질이 있다. 지난 4월 29일 방송된 <PD수첩> '긴급취재 -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사회감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방송이다. 이 방송 이후에 정부는 협상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미국과 추가 협의에 나섰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정권은 이제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PD수첩>을 희생양 삼고 있으며, 그 첨병으로 검찰이 동원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치 검찰'이 대한민국에서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다.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이미 농림수산식품부의 불만 사항은 언론중재위를 거쳐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비록 부당한 표적심의의 성격이 있지만, 방통심의위에서도 <PD수첩>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서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에게 촬영 원본을 제출하라는 상식 이하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백보 양보해도 명예훼손 수사는 공개된 정보에 대해서만 따지는 것이지, 공개되지 않은 촬영 원본과는 무관한 것이다. 검찰의 촬영 원본 요구는 개별 프로그램에 대해 검열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며, 언론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망동이다.
MBC PD(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라디오, 스포츠, 편성 PD)들은 15년 만에 긴급 총회를 하게 되었다. 그것은 현재 진행되는 검찰수사가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에게 경고한다. 전근대적인 방법을 동원해 MBC PD 집단의 이름을 더럽히거나 혹은 부당한 검찰 수사를 통해 MBC PD들의 자유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오산이다. MBC PD들은 부당한 탄압에 대해서는 더욱 더 강하게 저항할 것이며, 진실의 편에 서서 오로지 국민들만을 두려워 할 것이다.
2008년 7월 7일
문화방송 PD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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