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촛불시위가 점차 격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밤에는 한 남성이 경찰에 손을 물어뜯겨 손가락이 절단되는가 하면 27일 새벽에는 시민이 경찰이나 <조선일보>, <동아일보> 기자를 폭행, 위협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두달 가까이 '비폭력' 기조를 유지한채 '축제'의 분위기까지 냈던 촛불시위가 이토록 격렬해진 것은 시민들의 평화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결국 '관보 게재'까지 강행해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한 이명박 정부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
27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오로지 촛불시위의 과격성을 전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 신문만 보면 26일 쇠고기 고시가 발효됐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힘들 정도다. 전날 송기호 변호사가 <프레시안>을 통해 제기한 쇠고기 고시의 치명적 오류에 대한 지적도 일절 다루지 않았다.
<조선>, "청와대만 지키는 정부, 정부 자격 없다"
이날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청와대만 지킨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에서 나와 시민들과 대화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자신의 사옥이 있는 광화문 일대에서 시위를 '근절'시키지 않는다는 원성이다. 26일 밤에도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는 시민들의 표적이 됐다. 시민들은 조선일보사의 간판을 떼는가 하면 동아일보의 깃발 대신 쓰레기 봉투를 매달았고 동아일보 게시판의 유리를 파손했다. 각종 쓰레기를 이들 신문사 앞에 쌓아두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이라는 1면 중앙기사에서 "지금 이명박 정부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라며 "한 달 이상 서울 도심이 밤마다 시위대에 의해 점거돼 무법천지가 되고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지만, 현 정부는 무책임하고 무기력하게 눈치만 살피며 숨어있다"고 했다.
최보식 사회부장이 직접 쓴 기사는 "이제는 촛불시위가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이 문제다", "이명박 정권 비겁하다" 등의 비판 발언을 전달하고 기사 끝부분에서 "시위대가 서울 도심 거리에서 '반정부 투쟁'을 내건 것 못지 않게 이제는 참고 있던 일반 시민들도 과연 이 정부가 존재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부는 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도 "청와대만 지키면 나라는 무법천지 돼도 그만인가"라는 제목으로 "이건 도저히 나라라고 할 수 없는 꼴이다"라며 "무정부 상태가 다른게 아니다. 폭도가 날뛰고 경찰은 두드려 맞고, 기자가 집단폭행을 당하고 신문사는 테러당하고 선량한 시민은 겁이 나 나다닐 수 없다. 그게 정부가 없는 것이지 무엇이겠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이 신문은 "경찰버스를 골목마다 줄지어 세워 청와대만 온전하게 지킨다고 정부 할 일 다한 것인가. 수천 명의 시위대도 통제 못해 서울 한 복판을 무법천지로 방치하고 국민 재산을 못지켜주는 정부라면 정부 자격이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촛불시위의 '원천 봉쇄'를 요구하는 <조선일보>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동아>는 사설서 <한겨레>, <경향신문> 등 맹비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와 같이 이명박 정부 규탄으로까지 나아가진 않았지만 역시 이날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동아일보>는 "시위대, 동아-조선일보 사옥 잇단 공격"이라는 제목으로 자사와 조선일보사가 입은 피해를 중점적으로 보도했고 자사 기자가 시위대에 맞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오후 11시 10분에는 신문로에서 시위 현장을 취재 중이던 본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가 시위대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실신했다"며 "변 기자는 '취재 도중 순식간에 수백 명이 둘러싸고 목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잡아 당겨 넘어뜨린 뒤 허리와 목을 마구 짓밟았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이날 "폭력을 두둔 조장하는 일부 매체의 심각한 일탈"이라는 사설에서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내일신문> 등을 겨냥해 "이들 매체는 정권 퇴진을 목표로 한 폭력시위에 편승하거나 부추기는 행태를 보인다"면서 "이들 매체의 정체성과 저의가 궁금하다. 언론의 정도를 크게 벗어난 행태"라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조선일보>와 같이 시위대에 둘러싸여 발길질을 당하고 있는 전경을 찍은 <연합뉴스> 사진을 1면에 배치하고 "공권력이 짓밟히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이 신문은 '시위대, 새총까지 들고 경찰 조준 … 폭력성 도 넘었다'는 기사가 실린 3면에는 시위대가 새총을 들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채증 사진을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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